<이원호의 경제톡> ‘메가 샌드박스’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2025-04-21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은 것은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상용화 발표다. 그동안 나트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상용화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제품은 에너지 밀도가 기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준에 근접한 기술적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CATL의 창립자 쩡위췬(曾毓群) 회장은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LFP 시장의 절반을 대체할 수 있다”며 “이 기술이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주류 배터리 시장을 재편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CATL에서 발표한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혁신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첫째,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자원 접근성과 가격 경쟁력, 그리고 기술적 안정성 측면에서 뚜렷한 강점을 지닌다. 리튬은 희소하고 특정 국가에 편중된 반면, 나트륨은 지구 전역에 풍부하게 매장돼 있어 공급망 안정성에서 유리하다. 이러한 자원적 이점은 생산 단가를 낮추고, 국제 정세나 원자재 가격 변동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 장치(ESS)처럼 가격과 안정성이 핵심인 분야에서는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실질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둘째, 기술적 측면에서도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빠른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에너지 밀도뿐만 아니라 저온 성능, 충전 속도, 화재 안정성까지 개선되어, 다양한 기후와 운용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화재 위험을 낮춘 구조는 전기차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며, 소비자 신뢰 확보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소재 독성과 재활용 측면에서도 친환경적 장점을 갖추고 있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CATL의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단순한 리튬의 대체재를 넘어, 리튬 중심의 배터리 시장 자체를 흔들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상용화가 된다면 기술적·경제적 이점을 바탕으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당장은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를 완전하게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 진보와 생산 규모가 확대에 따라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까지 영역을 넓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등장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K-배터리 업계에는 심각한 경고로 다가온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프리미엄 전기차와 삼원계(NCM/NCA) 배터리 부문에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최근 치고 올라오는 LFP 배터리조차 본격적인 양산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트륨이온 배터리 시대가 도래 한다면 중저가 시장에서 입지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CATL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ESS와 저가형 EV 시장을 공략할 경우, K-배터리 기업들은 기술적 우위만으로 버티기 힘들게 된다.
이에 따라 K-배터리 기업들은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부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시급하다. 먼저 나트륨이온 배터리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본격화해야 한다. 에너지 밀도, 충전 속도, 안전성 등 기술 성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는 만큼, 기술력 확보와 신속한 생산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중·저가형 배터리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되어 있는 현재의 제품 구조에서 벗어나, LFP 및 나트륨이온 기반의 실용형 배터리의 연구·개발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등장은 기존의 ‘삼원계-LFP’ 중심의 배터리 생태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K-배터리 기업들은 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 배터리와 함께 실용적인 측면에서 나트륨이온 배터리 생산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수립해 리튬-나트륨 공존 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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