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이던 비자발적 퇴직이 축복이 됐죠”

한순간에 직장 내 에이스에서 저성과자 ‘낙인’
평소 부동산 공부와 투자가 인생의 터닝포인트
“단순 오피스 제공이 아닌 창업 도움주고 싶어”??
신진호 기자 2022-02-15 20:20:24

100세 시대를 맞아 ‘인생 2모작’은 필수가 됐지만,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 비자발적 퇴직은 2모작 인생을 강요당하는 것을 넘어 인생의 재앙이다. 회사에서 짤렸다는 분노감과 패배감, 월급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 뭘 먹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한순간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게 된다. 한마디로 지옥문이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재앙을 딛고 공유오피스 비욘드워크(Beyond Work) 문대희(46) 대표는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문 대표는 “직장인이면 누구나 퇴직 후 삶을 생각하지만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한다”며 “직장에 다니면서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자산을 어느 정도는 축적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40대 ‘비자발적 퇴직’이라는 재앙을 딛고 공유오피스 비욘드워크(Beyond Work)를 설립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문대희 대표. 그는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교육과 세무, 법무, 마케팅 등 모든 것을 알려줄 수 있도록 공유오피스 사업을 넘어 창업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라이나생명에서 영업기획 업무를 담당하던 문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인재였다. 푸르덴셜생명에서 스카우트되어 왔고, 자신의 일에서도 성과를 냈다. 하지만 라이나생명 상사는 어는 순간 돌변했다. 문 대표는 인사고과에서 최고 점수를 받다 저성과자로 분류됐다. 이유도 없었다. 단지 상사가 자신을 견제한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2019년 회사를 나갈지, 굴욕을 감내하고 남아야 하는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문 대표는 일단 육아휴직을 했다. 직장에 헌신했지만 버려졌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문 대표는 “직장인은 소속감이 중요한데, 한순간에 나갈 직장이 없다고 생각하니 내가 없어진 느낌이 들었다”고 씁쓸해 했다. 

문 대표는 무엇을 할지 고민했다. 다행히 2013년부터 경매 공부를 하면서 부동산 투자에 눈이 뜬 상태였다. 그는 “전세금 2억원 가운데 1억8000만원을 종자돈으로 경매를 통해 빌라를 낙찰 받으면서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다”며 “단기 차액이 아닌 중장기로 투자를 하면서 어느 정도 자본을 축적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당시 유행하던 스터디카페 창업도 고민해봤지만 포화상태라는 판단이었다. 공유경제가 화두가 되면서 공유오피스가 눈에 들어왔다. 문 대표는 “직장 생활을 20년 가까이 하면서 사무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내가 원하는 사무실을 만들면 다른 사람도 공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2020년 6월 회사 문을 나서면서 공유오피스는 위워크(We Work)처럼 다국적 기업이 주도하지만 지역 내 수요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집과 가까운 인천 부평구 삼산동의 9층 건물 가운데 한 개 층을 계약했다.  

문 대표는 설계를 직접 했다. 동선과 회의실·사무기기 배치, 개별 사무실 인테리어 등 세세한 것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사무실을 단순히 제공하는 것을 넘어 창업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신경을 쓰니 사업이 생각보다 빨리 자리를 잡게 됐다. 문 대표는 “창업자들이 사무실에 오면 다른 곳처럼 계약서를 내밀고 사인을 받는 것이 아닌, 사무실 투어에 이어 저희가 창업자에게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 저희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30분정도 설명하면 계약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면서 서로 신뢰 관계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소문이 나면서 사업이 탄탄대로를 달렸다. 6개월 만에 한 개 층을 확장한데 이어 창업 2년도 안 돼 3개 층으로 영토를 넓혔다. 문 대표는 패션업 창업자들이 제품 사진을 찍어 마케팅할 수 있도록 스튜디오를 만든데 이어 유튜브 스튜디오와 화상 강의실, 소규모 창고 등 각 층을 특색 있게 꾸몄다. 자연스럽게 차별화가 되면서 비욘드워크를 프랜차이즈 하자는 제안도 받고 있을 정도다.   

공유오피스 비욘드워크(Beyond Work)에는 스튜디오와 유튜브 스튜디오, 화상 강의실 등 다른 곳에 없는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어 입주사들의 만족도가 높다.
공유오피스 비욘드워크(Beyond Work)에는 스튜디오와 유튜브 스튜디오, 화상 강의실 등 다른 곳에 없는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어 입주사들의 만족도가 높다.

비자발적 퇴직 2년 만에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문 대표에게 “만약 전 직장에서 고과를 제대로 받았으면 어떻게 됐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는 “당연히 회사 잘 다녔고, ‘회사형 인간’으로 충실히 살았을 것”이라며 말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강제 퇴직이 없었으면 가족의 소중함도, ‘자유민’의 삶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돌이켜 보면 고과를 나쁘게 준 선배가 고맙게 느껴진다”며 “그 선배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지금도 회사에 다니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알고, ‘노예’로서의 비참한  삶에 대한 불만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날 회사가 필요 없다고 통보할 때 당황하지 말고, 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평소에 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의 꿈은 이제 지역을 벗어나 창업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으로 커졌다. 그는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교육과 세무, 법무, 마케팅 등 모든 것을 알려주고 싶다”며 “직장인이면 누구나 절벽에서 점프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제가 먼저 해봤기에 창업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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