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재료로 만든 황홀한 이탈리아 요리 즐기세요” 

살로네 경주환 셰프 “요리는 언어”
재료 손질부터 음식 서빙까지 손수
지역특산품 등 의미 있는 재료 사용
신진호 기자 2024-03-28 11:30:28
살로네 경주환 셰프(Chef)가 김해 투플러스 한우 안심 스테이크를 플레이팅하며 소개하고 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살로네(Salone)는 특이하면서도 특별한 곳이다. 살로네는 식당 이름만 있을 뿐 자신을 알리는 ‘간판’이 없다. 네이버나 다음 지도를 믿고 경기도 이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한 살로네를 찾아 간다면 헤매기 십상이다. 주소 인근에 갔어도 간판이 없으니 주위를 여러 번 둘러봐야 하기 때문이다. 식당을 찾는 키워드는 살로네 SNS 첫 페이지에 표시된 ‘문(Door)’이다. 8개의 작은 유리창이 붙은 나무문을 열면 계단을 통해 2층 살로네에 들어서게 된다.

간판이 없는 살로네(Salone)를 찾는 키워드는 나무로 만든 문(오른쪽)이다. 이를 형상화해 살로네 SNS 첫 페이지에 올려 놓았다.

살로네는 테이블 4개와 바테이블 4석인 소규모 레스토랑이지만 이천뿐 아니라 서울 등 외지에서도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종업원 없이 주인인 경주환(33) 셰프(Chef)가 장을 보고 요리를 하면서 손님을 맞이하기에 ‘열성 고객’이 많다. 

살로네의 가장 큰 특징은 제철에 나는 재료, 이천 지역 특산물과 함께 동물복지 돼지고기와 우유, 계란 등 의미 있는 재료를 사용하는 점이다. 메뉴가 철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경 셰프만의 독특한 음식 세계가 펼쳐진다. 대학에서 일식을 전공하고 이탈리아·프랑스 레스토랑에서 도제식 훈련으로 다져진 기본기에 경 셰프만의 음식 철학이 더 해지면서 살로네의 음식 품격이 더욱 높아졌다.

경 셰프는 “음식 재료들은 하나 같이 다 존재 이유가 있는데, 음식이 무의미하게 소비되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들이 자연에서 뛰놀고, 채소와 곡식이 땅에서 자라며, 과일이 나무에 열매로 매달려 있는 그 자체가 완벽한 것인데, 제 손에 들어오는 것은 생명력을 잃은 상태”라며 “이들을 가장 가치 있으면서 가장 예쁘게 살려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음식을 만들고 플레이팅(Plating)을 한다”고 말했다. 

살로네 김해 투플러스 한우 안심 스테이크. 드레싱은 경 셰프가 직접 소의 안심추리살과 사골, 채소를 넣고 3일간 녹진하게 끓인 퐁드보(Fond de Veau)로 한다. 

살로네에는 시그니처(Signature) 메뉴가 없다. 소스부터 메인 요리까지 모든 것을 혼자서 다듬고 만드니 음식 하나하나가 경 셰프의 자식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시칠리아 전통음식인 아란치니(Arancini)는 이천쌀과 대파로 재해석한 뒤 명란 아이올리 소스를 입히고, 피에몬테 지방의 전통 파스타인 따야린(Tajarin)은 손수 깐 제주딱새우를 넣어 동서양의 조화를 이룬다. 따야린의 면도 달걀노른자만 분리해 밀가루에 섞어 경 셰프가 손수 만든다. 김해 투플러스 한우 안심 스테이크 역시 경 셰프가 직접 소의 안심추리살과 사골, 채소를 넣고 3일간 녹진하게 끓인 퐁드보(Fond de Veau)로 드레싱해 부드러우면서도 향미가 풍부하다. 

이천쌀과 대파로 재해석한 뒤 명란 아이올리 소스를 입힌 아란치니(Arancini, 왼쪽). 피에몬테 지방의 전통 파스타인 따야린(Tajarin)은 손수 깐 제주딱새우를 넣어 동서양의 조화를 이룬다.


경 셰프에게 요리는 언어다. 어릴 때부터 요리에 흥미를 느껴 직업인으로 살고 있는 경 셰프는 “요리는 제가 생각하는 것을 바로 상대방에게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라며 “요리를 통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내성적인 경 셰프지만 음식을 서빙할 때 꼭 손님들에게 음식에 대한 설명을 한다. 이는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면서 “재료들이 어떻게 식탁에 올라 왔다고 최소한이라도 알려주고 싶다”는 경 셰프의 소망 때문이다.
살로네  주방에서 요리하는 경주환 셰프. 

살로네의 점심은 단품이지만 저녁 만찬은 3가지 와인을 맛보며 코스로 이루어진다. 경 셰프는 “음식과 와인의 페어링(pairing), 공간이 주는 힘이 크다”며 “음식만 후루룩 먹고 가는 것이 아닌, 좋은 공간에서 음식과 와인을 즐기면서 대화를 나누면 여유로움을 찾고 삶의 활력도 얻게 된다”고 말했다.   

경 셰프는 살로네가 손님들에게 휴식공간이면서 자신만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 그가 상호를 '귀족 저택의 응접실'이라는 뜻인 살로네로 지은 이유다. 그는 “손님들에게 온전하게 나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프라이빗(private) 하면서 무게감 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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