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커피를 마시는데 기초가 되고 싶습니다”

이계호 교수 “로스팅 약하거나 강하게 해도 발암물질 발생”
“기호식품 넘어 식품된 커피 아크릴아마이드 저감화 노력해야”
신진호 기자 2023-09-22 15:56:58
“커피는 더 이상 기호식품이 아닌 식품입니다. 커피를 가공하면서 나오는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에 대한 정부 지침이 강제 사항이 아니더라도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지켜야 합니다.”

이계호 교수는 물질 분석 전문가다.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교에서 분석화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충남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2000년 벤처기업인 한국분석기술연구소를 설립, 반도체나 신소재 같은 물질을 분석하다 식품으로 확대했다. 이 교수가 지난 20년 동안 농림수산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청, 일반 기업체 등에서 의뢰받아 분석한 먹거리는 대형마트에서 팔리고 있는 1차 농축수산물과 2차 가공식품을 아우른다.

이계호 교수가 대전 대덕테크노밸리 한국분석기술연구소에서 에그트론(Agtron)을 이용해 로스팅한 원두의 색을 측정하며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교수는 먹거리 전도사다. 암으로 딸을 여읜 후 태초먹거리학교를 설립해 암환우와 건강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먹거리와 환경의 중요성, 잃어버린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며 기본을 강조하고 있다. 

이 교수는 “몸이 집이다. 나무로 지으면 나무집, 철근콘크리드로 지으면 철근콘크리트집 등 집 짓는 재료에 따라 그 집의 특성이 결정된다. 이 집의 특색은 입과 코와 입으로 들어가는 공기, 물, 음식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항상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줘야 한다. 자기가 살던 삶의 5년, 10년, 15년, 긴 시간 동안 뭔가 기본에서 벗어난 것이 무엇이 있는지 그것을 보고 기본이 다시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비법과 특효약만 찾으러 다닌다. 결론은 비법과 특효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비법과 특효가 있다면 왜 그걸 파느냐. 노벨상 받도록 해야지. 암환우들은 물에 빠진 사람들이라 할 수 없이 하는 것이다. 의사를 탓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태초먹거리학교에 오게 되면 인식을 바꿔주는, 생각부터 바꿔주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했던 뭔가 자신감을 가지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 주려는 것,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도록 도와드리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요즘 부쩍 커피 원두에 포함된 아크릴아마이드 저감화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커피가 기호식품을 넘어 우리 생활속에서 식품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세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커피 수입은 2020년 18만톤 7억4000만달러에서 2021년 18만톤 9억2000만달러, 2022년 20만톤 13억달러로 증가하고 있다. 

이 교수가 원두 속 아크릴아마이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8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고등법원 엘리우 버를 판사의 판결이다. 버를 판사는 “원고인 캘리포니아 독성물질 교육조사위원회(CERT)는 커피의 지속적인 음용이 태아, 영아, 아동 그리고 성인에까지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지만 피고인은 생두를 로스팅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화학적 화합물의 위협이 미미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며 스타벅스 등 90개 커피 회사에 "암 경고 라벨을 붙여야 한다"고 판결을 내려 커피 업체에 큰 충격을 줬다. 

다음은 이 교수와 일문일답.

-그간 아크릴아마이드는 이슈화가 안 됐나? 

“반대다. 아크릴아마이드는 감자튀김 때문에 20년전부터 이슈화가 됐다. 아크릴아마이드는 조리할 때 나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아크릴아마이드 저감화 모터링을 한다. 우리나라 식약처도 마찬가지다. 2014~2016년까지 정부 용역 과제에 참여해 캔 커피와 믹스커피 등 국내 판매 모든 상업용 커피와 유명 체인점 카페 커피를 분석했다. 아크릴아마이드가 안 나오데도 있지만 많이 나온 곳도 많다. 문제는 많이 나온 곳도 어떤 때는 안 나오고, 안 나오던 곳도 나오는 경우가 있는 등 데이터가 들쑥 날쑥했다. 그러다 2018년 미국 법원의 판결로 커피에 든 아크릴아마이드가 전세계 이슈화가 됐다.”

-커피에서 아크릴아마이드가 왜 나오나

“곡류나 씨앗, 감자를 구우면(로스팅) 140~165℃에 고소한 냄새가 나면서 갈색으로 변하는 메일라드반응(Maillard reaction)과 캐러멜화(Caramelization)를 거치면서 아크릴아마이드가 나온다. 메일라드반응을 하면 굉장히 맛이 좋아진다. 빵이 갈색이 되면서 구수해지는 과정처럼 커피 맛도 좋아진다. 아크릴아마이드가 만들어지려면 필수 환원당과 아미노산이 있어야 한다. 이 두 성분이 가장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감자와 커피고, 상대적으로 쌀이 적게 포함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구운빵은 열에 의해 라이신(lysine)과 포도당, 메이플시럽은 세린(serine)과 포도당, 구운 고기는 시스틴(cystine)과 포도당이 각각 결합하면서 맛과 향을 증가시킨다. 그런데 커피·감자는 아스파라긴산(asparaginic acid)과 포도당이 결합하면서 아크릴아마이드가 생성된다. 아크릴아마이드는 세계보건기구(WTO)에서 정한 발암물질 그룹ǁ A로 아스파탐의 그룹ǁ B보다 높다.”

WHO가 정한 발암물질은 두 종류다. 그룹ǀ은 동물실험을 통해서 발암물질이 증명됐고, 인체실험을 통해서도 발암물질이 증명된 것이다. 그룹ǁ은 동물실험에서는 발암물질이 증명됐는데, 인체실험에서는 진행중이라 아직은 몰라서 발암추정물질로 분류된다. 그래서 아크릴아마이드는 규제치가 없다.

-아크릴아마이드 권장치는 어느 정도되나

“식약처에서 2021년 1월1일 시행을 하면서 권장치를 2020년 10월에 발표했다. 영유아시리얼 0.3㎎/㎏, 커피류 0.8㎎/㎏, 과자류, 감자튀김 1.0㎎/㎏ 등이다. EU보다 50% 낮지만 식약처가 잘한 것이라고 본다. 단계적으로 낮춰야하기 때문이다. 

-프렌치프라이의 아크릴아마이드는 문제가 없나?

“미국에서는 FDA(식품의약품안정청)의 지침에 의해 프렌치프라이를 바싹 태우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30대 젊은 엄마들이 에어프라이기를 사서 감자 제품을 주로 해서 아이한테 주는데, 이런 부분은 받듯이 고쳐야 한다.”

-커피 로스팅할 때 아크릴아마이드만 나오나

“커피는 두 개의 얼굴을 가졌다. 생두에 불을 가해 갈색변화를 거쳐야 커피의 맛이 나는데 이 과정에서 아크릴아마이드가 나온다. 약하게 로스팅하면 산미와 과일향, 꽃향 등이 나오지만 아크릴아마이드가 생성된다. 2차 팝업 후까지 로스팅을 강하게 하면 발알물질 그룹ǀ인 벤조피렌이 나온다. 로스팅을 강하게 하는 프렌차이즈 업체가 긴장하는 이유다. 참기름과 들기름 등 식품에서 벤조피렌이 검출되면 전량 폐기와 함께 처벌 수위가 높다.”


커피 원두를 로스팅하면 발암물질이 나온다. 약하게 로스팅하면 발암물질 그룹ǁ인 아크릴아마이드가, 강하게 하면 발암물질 그룹ǀ인 벤조피렌이 각각 검출된다. 이계호 교수는 "맛과 향을 지키면서 아크릴아마이드를 낮출 수 있는 로스팅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며 "커피가 기호식품을 넘어 식품이 되었기에 아크릴아마이드 저감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떻게 로스팅해야 하나

“로스트기 2.5kg짜리를 사서 2년간 로스팅을 직접해봤다. 식약처 기준은 아크릴아마이드가  0.8㎎/㎏지만 저는 0.1㎎/㎏에 맞추는데 맛과 향에 전혀 문제없다. 발암물질을 없애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아크릴아마이드는 아스파라긴산, 포도당, 온도, 수분 등 4개의 변수로 이루어진다. 물기가 있으면 아크릴아마이드가 안 만들어진다. 그래서 삶은 것보다 구운 것이 항상 맛있는 것이다. 감자도, 고기도 삶으면 문제가 없다. 아스파라긴산과 포도당을 못 만나게 하는 연구를 많이 했다. 생두에 두 변수가 만나지 못하게 식품으로 된 방해제를 넣는 등 사전 처리해야 하는데, 이 경우 시간도 걸리고 비용도 든다. 또한 단순히 로스팅을 할 때 ROR(Rate of Rise)와 DTR(Develop Time Ratio) 등 여러 변수들을 바꿔서 해서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로스팅후 분석하는 일을 수백번했다. 로스트기 2.5㎏는 전도율이 높지만 대류열과 복사열이 약해, 수분함량과 어떤 관계가 있을지 해서 대류열이 높은 로스트기 15㎏짜리를 샀다. 과학자인 제가 로스팅 연구만 6년째 하고 있다. 실제로 로스팅하고 핸드드립한 뒤 분석을 한다. 커피가루 굵기, 물의 온도, 전체 (핸드드립) 시간 등에 따른 클로르겐산과 카페인, 폴리페놀 함유량 등 지표가 되는 물질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 제가 커피의 과학적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커피 향미(Flavor)를 평가하는 센서리(Sensory) 쪽은 약하지만 워낙 많이 마시다보니 전문가 정도는 아니지만 센서리 쪽도 감이 잡힌다.”

-왜 아크릴아마이드 저감화를 강조하나

“목적은 단 하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커피를 많이 마시는데 조금이라도 건강한 쪽으로 베이스를 만들고 싶다. 건강한 커피를 마시는데 기초가 되고 싶다.”

-로스팅 프로파일을 공개할 의향이 있나

“커피사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아크릴아마이드가 없는 쪽으로 로스팅할 수 있다고 알려주려고 했지만 이해관계가 다 달랐다. 특정업체 한 두 곳만 알려주기도 그렇고, 선의로 알려준다고 해도 마케팅쪽으로 끌고 나갈 가능성도 있고 해서 고민하고 있다. 언젠가는 공개적으로 오픈해서 뭔가 했으면 좋겠다.”

-논문을 쓰면 어떤가

“생두의 원산지, 수분, 밀도, 크기, 로스터기의 종류에 따른 전도·대류·복사열, 로스팅 프로파일 등 변수가 너무 많다. 한 가지에 대한 답을 해주면 변수가 수십가지 중의 하나가 되어 실제로 의미가 없게 된다. 그래서 고민을 하고 있다.”  

-어떤 커피를 마셔야 하나

“커피를 추출하는데 대표적인 방법이 핸드드립과 에스프레소가 있다. 에스프레소는 90~95℃의 물에 9기압을 가해 내려 짜기 때문에 지방이 많이 나온다. 핸드드립은 자연낙하라 지방이 적다. 종이 필터가 지방을 흡수도 한다. 콜레스트롤 원인 물질도 훨씬 적어,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마사는 것이 조금이라도 건강에 좋다. 스타벅스 등 상업적으로 성공한 회사들은 커피를 진하게 볶았다. 참깨와 들깨를 볶으면 고소한 맛이 증가하는 것처럼, 원두를 강하게 로스팅하면 진하고 고소하면서 쓰다. 몇 년전부터 커피 생두를 약하게 볶는다. 원두가 검은색이 아닌 갈색이다. 쓴맛보다는 과일차 같이 신맛이 나야한다. 자두처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가 약하게 로스팅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커피를 강하게 볶으면 벤조피렌, 약하게 볶으면 아크릴 아마이드가 상대적으로 많이 생성된다.” 

-하루에 어느 정도 커피를 마시면 되나

“커피는 기호식품인데 너무 많이 마시지 마라. 적당히 즐길 정도만 드셔라. 사실 하루에 커피 한 두잔 마시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 문제는 양이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서 시리얼도 먹고 감자튀김도 먹고 과자도 먹고, 소위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먹는 사람은 하루 종일 먹는 음식에서 들어있는 아크릴아마이드 합계량이 어머어마하게 많을 수 있다. 이런 분들은 가급적이면 아크릴아마이드가 적게 포함된 커피를 마셔야 한다.” 

-빵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데

“커피와 비중을 같이 두는 것이 빵이다. 빵이 왜 나쁜가? 한의사부터 건강이 나빠지면 밀가루 음식 먹지말라고 한다. 통밀하고 밀, 백미와 현미 그 차이다. 영양학적으로 통밀과 현미가 좋은 게 사실이다. 영양학적으로 현미를 100으로 보면 백미는 5밖에 안 된다. 95를 깎아 낸 것이다. 통밀도 마찬가지다. 영양학적으로 통밀과 현미가 좋은데 이게 다 좋으냐,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게 우리 몸속에 들어와 소화 흡수가 되어야만 좋은 것인데 통밀과 현미의 특징이 소화가 안 되는 것이다. 소화 흡수가 안 되면 다 독이 된다. 다들 통밀이 좋다 현미가 좋다까지만 생각한다.” 

-어떤 빵을 먹는 게 좋은 것인가

“카페에 있는 스낵 종류가 치즈케익, 스콘,  휘낭시에 등이다. 밀가루와 우유, 계란, 설탕, 버터가 베이스다. 이 음식은 맛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암환우들이 저에게 와서 하는 빈도가 높은 질문이 커피 한잔 해도 좋으냐, 빵 좀 먹어도 좋으냐다. 이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제과제빵학원도 다녔다. 해결 방법들이 많이 있다. 지금 업계에서는 맛만 가지고 이야기 한다. 기껏해야 천연발효종이나 유기농을 사용해 건강에 좋다고 한다. 이것이 제과제빵 쪽에서 건강에 관한 모든 테마다. 저는 여기에다 ‘소화’를 강조한다. 유기농은 농약이 없다는 것 뿐이지 소화가 안 되면 어떻게 하라는 소리냐. 맛이 있으면서 소화가 잘 되게하는 제과제빵 레서피가 엄청 많을 수 있다. 연구원들이 계속 연구하고 있다. 제과제빵 전문가라면 기존 사람들은 쉽게 하겠지만 저는 느리지만 꾸준히 연구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무밥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 이런 천연 재료가 굉장히 많이 있는데, 많이 사용하여 소화가 잘 되도록 만든다. 빵 먹고 난 뒤 장이 편해 변비가 없어지는 것 같고 황금변이 나오는 것이 제과제빵의 목적인데, 이런 빵을 만들 수 있다. 연구를 하고, 가능성 있는 후보들을 만들어서 연구원들이 시식도 하고 있다. 결국 이걸 제대로 펼치려면 사업하는 사람하고 조인(join)이 되어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수소문하고 찾고 얘기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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