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주인의 관심을 받고 자라요”

춘천 유일 사과 마이스터 대풍농원 이인영 대표
“사과 다축재배로 노동력 줄고 수확량 높아져”
“시나노골드 젊은층, 닷맛 일품 감홍 노년층 선호” 
신진호 기자 2023-11-03 07:30:03
이인영 대표가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 금촌로 대풍농장에서 기존 방추형 사과밭을 다축 평면수형으로 바꾼 뒤 첫 수확을 앞두고 후지(富士) 사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풍농원 이인영(49) 대표는 복숭아·사과 박사로 불린다. 그가 키운 복숭아와 사과는 여는 과수원보다 탐스럽고 당도도 높다. 이 때문에 그가 생산한 복숭아와 사과는 농협공판장이 아닌 택배나 방문 등 직판된다. 복숭아가 익는 추석 무렵과 후지(富士) 사과를 수확하는 11월 초가 되면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 금촌로 대풍농원에는 과일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대룡산(해발 899.2m) 기슭에 자리잡은 1만평 규모의 대풍농원에서 복숭아 300주(4000평)와 사과 2200주(6000평)가 자란다. 애초에는 복숭아를 사과보다 많이 생산했지만 냉해와 장마 등 기상 여건에 따른 품질 저하로 점차 사과 재배 면적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2대째 복숭아와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다. 이 대표 부친인 건재(95)씨는 1974년 대풍농원을 조성한 뒤 봉숭아 농사를 지으면서 사과 재배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고 한다. 당시 춘천은 사과 재배 적온(이상적 온도 18~24℃)이 아니었지만 기술력으로 품질 좋은 사과를 생산해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부친의 영향 때문인지 이 대표는 “사과는 키우기 어려운 품목이긴 하지만 저 한테는 쉬운 것 같다”며 “복숭아보다 사과를 더 잘 키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사과에 대한 열정은 2013년 강원대 농업마이스터 사과 과정 입학과 이듬해 졸업으로 이어졌고, 2017년 사과 마이스터 합격으로 결실을 맺었다. 사과 마이스터는 전국적으로 26명 뿐인데,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은 21명으로 매우 드물다. 

온난화로 사과 재배 지역이 북상하고 있지만 춘천 지역은 여전히 복숭아와 토마토가 주력 품목이다. ‘2022년 기준 춘천시 전략작물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토마토 재배 면적은 185.8㏊(320농가), 복숭아는 157.7㏊(210농가)에 이르지만 사과는 56㏊(강원도춘천시기본통계 2019년)에 지나지 않는다. 

대풍농장의 다축 평면수형의 후지(富士) 사과밭. 기존 방추형보다 노동력이 70% 절감되면서 생산량이 2배로 높아져 미래형 사과밭으로 불린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이 대표의 대풍농원은 사과 재배 기술로 명성을 얻고 있다. 이 대표는 2000년 600평의 방추형 사과밭을 다축 평면수형으로 바꾸었다. 사과 재배 선진국인 이탈리아에서 개발한 이 방식은 기존의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사과가 360도 달리는 것이 아닌 대목에서 원줄기를 2개 이상 벽면으로 유인해 사과를 집약적으로 키운다. 그러나 노동력을 70% 줄이면서 생산력을 높여 농가의 관심이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술 축적이 안 된 상태다. 이에 따라 강원도농업기술원이 사과 묘목 등을 공급하고, 기술이 좋은 이 대표가 실증적으로 재배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 대표는 3년 간의 노력으로 올해부터 품질 좋은 후지를 본격적으로 수확하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 강원도농업기술원 평가발표회에서 다축형 사과는 높이가 기존 사과나무의 절반 정도인 2m에 불과하고 강풍에 의한 낙과 피해도 적어 수확량이 기존 재배 방식보다 2배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기술 전수를 바라는 전화가 이 대표에게 폭주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기계화가 가능하고 인력이 획기적으로 줄면서 생산량이 높은 사과 다축재배가 앞으로 갈 방향”이라며 “기존 방추형 사과밭을 점차 다축형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풍농원에서 생산된 시나노골드(왼쪽)와 감홍. 시나노골드는 당도가 높지 않지만 산도가 좋아 젊은층이 선호하고, 감홍은 당도가 높아 노년층이 좋아한다. 

이 대표에게 좋은 사과 선별 기준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사과가 크다고 좋은 것이 아닌 한 상자에 14개 정도 담을 수 있는 중과(中果)가 아삭하면서 씹는 맛도 좋다”며 “품종별로 아리수는 당도와 산도가 조화를 이루며 식감도 좋고, 시나노골드는 당도가 높지 않지만 산도가 좋아 젊은층이 선호하며, 감홍은 18브리스에 달할 정도로 당도가 높아 노년층이 좋아하며, 후지는 14~16브릭스로 당산(糖酸)의 조화가 좋고 저장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대풍농원에서 익어가는 후지(富士) 사과. 당산(糖酸)의 조화가 좋고 저장성이 뛰어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사과 품종이다.

사과 수확이 끝나는 11월은 이 대표에게는 휴식기가 아닌 농사의 시작점이다. 가지치기를 시작으로 사과밭에 양분을 주고 내년 봄 개화기를 거쳐 수정이 이뤄지면 5~6월 과실의 착생수가 많아 어릴 때 제거하는 적과(摘果)를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날씨 변화에도 민감해 냉해와 폭우, 우박 등 걱정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사과 재배를 천직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사과 등 모든 작물은 주인의 관심을 받고 자란다”며 “나무를 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그에 맞춰 농사를 짓는 것이 고품질의 사과를 얻는 비결”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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