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개미무덤' 되나

물적분할로 모 회사 주주 울고, 상장 급락으로 신규매수자 눈물
LG그룹은 미래먹거리 실탄확보에 '시가총액 2위' 위상 올라가
2022-01-28 09:47:16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상장 이후 이틀째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의 한숨이 길어지고 있다. 사진은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상장 기념식에서 활짝 웃는 얼굴로 타북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상장 이후 이틀 연속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한숨이 길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공모과정에서 각종 신기록을 양산하며 증시에 입성했다는 점에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던 셈이다. 일부에선 주가가 너무 고평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사의 기업분할과 상장 과정에서 모 회사인 LG화학 소액주주들이 주가하락 된서리를 맞은 상황에서 상장 이후 주식을 매수한 신규 주주들 마저 쓴 맛을 보게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개미무덤'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상장으로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게 된 LG에너지솔루션?LG화학과 깊은 손실에 울상인 개미들의 표정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네이버 LG에너지솔루션 종목 게시판 캡쳐

28일 오전 10시 이 시각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전일대비 3만1500(-6.24%) 떨어진 47만3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 LG에너지솔루션 시초가는 59만7000원으로 공모가 30만원의 2배에 못 미쳐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한가)'에 실패했다. 이후 50만원대를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하다가 결국 50만5000원(-15.41%)으로 장을 마쳤다. 여전히 공모가 대비 50% 이상 높은 가격이지만 상장 이후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손실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 LG에너지솔루션에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상장 첫날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서는 경쟁률 2023대 1을 기록해 IPO 사상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무려 1경5203조원의 주문액이 몰렸다. 일반 청약에서는 증거금 114조원이 몰렸다. 이같은 인기로 개인청약자들이 확보한 공모주는 수주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네이버 LG화학 종목 게시판 캡쳐

하지만 주가가 이틀째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속은 쓰릴 수밖에 없다. 현재 포털 관련 종목 게시판에는 실망감이 어린 개인투자자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물론 향후 반전을 기대하는 시각도 많다. 실제 유통 가능한 물량도 전체 상장 주식의 8.85%에 불과하다.

LG에너지솔루션 분할과 상장 이슈로 고생을 했던 모회사 LG화학 주주들도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상장이후 주가가 맥을 못추면서 일각에선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경쟁사 대비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추정 PER은 129.03배, 경쟁사인 삼성SDI의 추정 PER(주가수익비율)은 36.15배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일 외국인들이 288만주, 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물량을 던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외국인들에게 배정한 주식은 총 1285만6250주로 이중 70%대의 물량이 의무보호확약이 없는 물량이라는 점에서 추가 매도물량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상장전 증권사들이 제시한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 주가는 39만∼61만원 수준이다. 목표가 밴드 하단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포털 다음 증권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캡쳐

이번 상장으로 LG 측은 대박을 올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IPO로 10조2000억원(4250만주)을 마련했으며 LG화학 역시 2조5500억원을 확보했다. LG화학의 지분이 81.84%로 줄긴 했지만 사실상 단독주주 수준의 지배력으로 위상에 변화가 없다. LG그룹 시가총액도 종전 120조원 수준에서 238조원대로 늘어나 삼성그룹(670조원대)에 이어 2위가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권영수 부회장은 지난 27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상장식에서 "1992년 대한민국 2차전지 사업의 개척자로 첫발을 내디딘 이후 30년이 지나 상장이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며 "이번 상장을 새로운 100년을 위한 출발점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거래 시작 직후 밝은 얼굴로 한국거래소 대형 전광판에 띄워진 기념 문구에 '고객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으로 자금력과 달라진 위상을 확보하게 된 LG그룹과 주가에 울상인 개미들의 표정이 너무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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