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국 띄운 당정협의... 방식도 내용도 민심 이반
[기자수첩] 조국 띄운 당정협의... 방식도 내용도 민심 이반
  • 정형기 기자
  • 승인 2019.09.1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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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당정협의에서 조국 법무부장관이 발언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18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당정협의에서 조국 법무부장관이 발언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조국 법무부 장관이 정부 대표로 참석한 여당과의 당정협의가 18일 아침 국회에서 열렸다. 당정협의 주제는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여당이면서도 인사청문회를 전후해 조 장관 후보자에 대한 전격적 압수수색을 벌인 검찰을 ‘정치검찰’로 규정했다. 조 장관이 참석한 첫 당정협의의 명분은 '검찰개혁'이었지만 국민적 반대 여론에도 임명을 강행하며 거스른 민심을 추스르고 자유한국당 등 야권의 해임건의, 국정조사, 특검 공세에 대응하는 차원이라는 것이 정치권 관측이었다.

의욕이 지나쳤을까? ‘조국 띄워주기’ 당정협의는 부동산 정책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를 부르지도 않은 채 상가임대차에 적용되고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주택 세입자에게도 적용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국토부와 세부 협의를 거친 것도 아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17일 “주택임대차보호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은 국토교통부 아닌 법무부 소관이라서 민주당과 법무부가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를 ‘패싱’한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원할 경우 전세 계약기간 연장을 보장해주는 권리다. 조문 자체로 보면 법무부 소관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 논리대로라면 법무부 소관 아닌 법조문이 어디 있겠는가.

세입자가 전셋집에 2년 더 살 권리는 민법이나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조문’에 그치지 않는다. 상대적 약자인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살피자는 ‘선의’에서 나왔을 이 아이디어는 주택 시장의 지각을 흔들 수도 있다. 집주인들은 전월세 가격을 선제적으로 올릴 테고 원하지 않는 계약기간 연장을 전세보증금과 월세 인상으로 보상 받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989년 주택임대차 최단 보장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입법이 예고되자 그 전해 7.34%이던 서울의 전세금 상승률이 23.68%로 크게 뛰었다. 이듬해도 16.7%나 올랐다. 정부여당이 지지층이라 생각하는 서민과 청년들의 주거권이 자신들의 정책 때문에 더 불안해질지도 모른다.

지난달 국토부가 발표한 ‘민간 택지 분양가상한제’에 이어 ‘전월세 신고제’ 예고도 주택 시장에 연이어 혼란을 촉발했다. 이에 더해 ‘계약갱신청구권’ 카드가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그것도 현 정국 최고의 문제적 인물이 보란 듯이 참석한 당정협의에서 나온 것은 '차기'를 염두에 둔 ‘조국 띄우기’라는 말도 나온다.

'조국 띄우기'용 당정협의는 내용에서도 위헌적이란 주장도 나왔다. 세입자 권리 향상을 위한다는 이 정책은 필연적으로 집주인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게 된다. 류권홍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차인 보호도 좋지만 소유권자의 소유권 행사가 심각하게 제한된다”며 “헌법의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 했다.

당정협의에서 나온 ‘계약갱신청구권’에 누리꾼들은 “집주인 권리는 없나?”, “집주인이 자기가 살려고 돌아가도 세입자가 안 나오면 딴 데 전세 살아야 되나?”, “집주인이 2년 더 살라고 하면 못 나가게 하는 법도 같이 해야 공평하지” 등 반대의견을 쏟아냈다. “돈 있는 사람의 권리를 자꾸 뺏으면 과연 누가 돈을 벌려고 할까?” 근원적 질문을 던진 누리꾼도 있었다.

당정협의는 대통령이 당적을 가진 여당과 정부가 주요 정책 수립 및 조정을 협의하는 회의체다. 정부는 국가 경제나 국민 생활에 관한 정책들의 입안 단계에서 법률과 예산의 결정 권한을 갖는 국회와 협상하고 조율하는데, 당정협의는 그 중 여당을 상대로 행정부가 정책 방향을 맞추고 관련 입법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목적도 있다.

그러나 임명 열흘도 안 된 법무부 장관을 소관 주무 부처를 소외시키면서까지 당정협의에 전격 등장시킨 정부와 여당의 ‘조국 띄우기’는 형식 뿐 아니라 그 내용도 민심을 제대로 거슬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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