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벌레 닭’ 김홍국 하림 회장의 소비자 우롱

소비자 뿔났는데 공식사과 없이 "인체에 무해" 입장
네티즌들 "너나 많이 드세요" 등 강한 불신감 드러내
사과 없이 '아빠 마음’ 강조한 ‘푸디버디' 홍보 치중
김두윤 기자 2023-11-02 15:57:14
김홍국 하림 회장이 ‘벌레 닭’ 사건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에도 공식 사과는커녕 ‘아빠의 마음’으로 만들었다며 어린이 식품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면서 소비자 우롱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회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청담씨네시티에서 열린 '푸디버디' 브랜드 론칭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홍국 하림 회장의 소비자 우롱이 심각하다. 최근 ‘벌레 닭’ 사건으로 식품 안전 논란이 가열되고 소비자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공식 사과는커녕 ‘아빠의 마음’으로 만들었다며 어린이 식품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렸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근본적으로 어떻게 이런 제품이 유통됐느냐고 항의하는 소비자들에겐 동문서답과 다름없다.

사진=온라인 포털 네이버 관련 기사 댓글 화면 갈무리


하림은 지난 1일 강남구 CGV청담씨네시티에서 진행된 어린이 식품 브랜드 '푸디버디‘ 출시 행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자신이 ‘네 아이의 아빠’라며 직접 제품 개발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라면을 먹으면 볼이 빨개지는 증상이 나타났던 넷째 아이와 라면을 두고 실랑이하는 시간을 보내며 라면을 보다 좋은 음식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꿈이 생겼다“며 ”아빠로서 무엇인가를 해결해줬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식 사랑을 바탕으로 만든 만큼 믿고 먹어도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김 회장의 자식 사랑은 유명하다. 그는 장남 준영씨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올품'을 활용한 '일감몰아주기 편법승계'를 자행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벌레 닭’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친환경 농장은 소독약을 쓰지 못해 벌레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인체에 해가 없다”고 말했을 뿐이다. ”앞으로는 위생 관리를 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이후 지금까지 하림 측의 공식사과나 입장이 없었던 상황에서 김 회장이 처음으로 밝힌 입장이 사실상 “문제 없다”는 데 그친 것이다. 

이는 소비자를 무시하는 태도로 비춰질 수 있다. 자칫 먹는데 지장이 없는데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이냐는 적반하장식 태도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실제 김 회장의 발언을 보는 소비자들은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많은 소비자는 "회장님 먼저 드세요", "너나 많이 드세요" 등 반응을 보이면서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김 회장이 어린이 신제품을 홍보하기 이전에 '벌레 닭' 사건에 대한 최소한의 유감이라도 밝히는 것이 수순이었다는 지적이다.

어쩌면 김 회장은 시간이 가면 소비자들이 이번 사건을 잊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들의 제품을 애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하림이 시장에 구축한 사실상 '독점' 수준의 우월적 지배력을 따져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하림이 신제품의 내년 매출 목표를 300억원으로 제시한 것도 이런 자신감에 비롯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소비자들은 '개돼지'가 아니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이물질 사고에도 반성과 사과없는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으로 거침없이 응징해왔다는 사실을 김 회장은 기억해야한다. 신제품을 개발하면서 '아빠로서 뿌듯함'을 느꼈다는 그가 고객 만족경영으로 식품기업 수장으로서의 뿌듯함도 느끼길 기대해본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