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샤오미는 어떻게 전기차를 만들었나 

애플의 ‘세상에 없는 새로운 자동차’ 출시 전철 안 밟아
다양한 기술 외부 소싱으로 3년만에 완성도 높은 차 생산
생태계 확장으로 전기차 업그레이드 시켜나가는 전략취할 듯 
빅터뉴스 2024-04-08 15:50:33
전기차 개발에 뛰어든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이 최근 엇갈린 행보를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혁신의 아이콘인 미국의 애플사는 2014년부터 10년간 야심차게 준비했던 전기차 사업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반면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중국의 샤오미는 지난달 28일 자체 개발한 첫 전기차 모델인 ‘SU7(Speed Ultra 7)’을 발표했다. 특히 샤오미는 전기차 개발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완성도 높은 제품을 선보여 놀라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샤오미 전기차의 제원은 표준 모델의 경우 한 번 충전으로 최대 700㎞를 주행할 수 있다고 알려진다. 또한 15분과 5분 충전으로 각각 350㎞, 138㎞를 간다고 샤오미 측은 설명하고 있다. 21만6000위안(한화 4000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은 경쟁 상대로 지목한 포르쉐 타이칸이나 테슬라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시장의 반응도 뜨거웠다. 출시 30분 만에 초도 물량 5만대가 모두 팔려나갔다. 대부분 중국 내 주문이기는 하지만 빅테크 기업에서 출시한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애플은 샤오미가 전기차를 출시하기 약 한 달 전 전기차 개발 사업인 ‘타이탄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완전 자율 주행차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마저 침체 조짐을 보이자, 충분한 이윤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해 전기차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또한 경쟁사에 비해 뒤처진 AI 분야에 대한 위기감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술적 어려움과 경제적 타당성과 기업 전략의 변화가 타이탄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애플이 10년에 걸쳐 약 100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고도 포기한 전기차 개발을 샤오미는 어떻게 3년 만에 성공했느냐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가장 먼저 두 기업이 추구하는 지향점의 차이다. 애플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잘 알려진 기업이다.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이번에는 어떠한 혁신적인 요소를 담고 있느냐가 항상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전기차 분야에서도 애플은 ‘세상에 없는 새로운 자동차’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원호 박사


이에 비해 샤오미는 전기차를 ‘샤오미 생태계’라는 큰 그림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혁신보다는 이미 나와 있는 다양한 전기차 기술을 외부에서 소싱해 세련된 디자인과 가성비가 좋은 범용 제품을 생산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차량 설계는 샤오미가 직접 했지만, 이를 제외한 부품은 보쉬 등 전 세계 자동차 전장업체들로부터 조달했기 때문에 빠르게 완성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결국 개발하는 모든 제품에 혁신성을 부과하는 애플과 가성비 있는 범용 제품 생산을 추구하는 샤오미의 전략적 차이가 전기차 개발에서 양사의 행보가 엇갈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의 전문가들은 애플이 타이탄 프로젝트를 포기했다고 해서 전기차 사업에서 완전한 철수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AI 분야에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한 후, 이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개해 완전 자율 자동차 개발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도 이번에 출시한 전기차를 샤오미의 기존 스마트폰, 가전 기기 등과 연계하는 생태계 확장으로 전기차 시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나가는 전략을 이어갈 것이다.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애플과 샤오미가 전기차 개발을 둘러싸고 내린 엇갈린 결정이 향후 전기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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