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알리·테무의 ‘공습 경보’

초저가 상품 내세워 국내 수요 빠르게 잠식
국내 투자로 배송 문제 개선되면서 쏠림현상
토종 전자상거래업체 스스로 경쟁력 키워야
빅터뉴스 2024-03-18 14:59:01
중국 알리바바그룹 산하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의 공세에 국내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간 유통 과정을 최소화한 초저가 상품을 통해 국내 수요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알리익스프레스의 모바일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818만명으로 전년 동기(355만명)보다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쿠팡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11번가나 G마켓과 같은 전통적인 국내 유통 강자를 모두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가공식품과 신선식품까지 진출해 국내 유통업체와 정면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런데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한국 진출은 알리익스프레스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처음으로 한국에 앱 다운로드를 시작한 테무는 3개월 만에 신규 사용자 수 증가 1위 쇼핑몰 앱으로 등극했다. 올 2월 기준 모바일 MAU는 581만명으로 전체 순위에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테무는 2023년 4분기 기준, 북미, 유럽 등 48개국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는데. 출시 된 대부분 국가에서 앱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업체가 국내 유통시장에 빠르게 정착하게 된 원인은 지난 몇 년간 소비자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함에 따라 저가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에 들어가 보면 500~1000원대의 초저가 상품들이 수두룩하다. 중국 직구에 따른 품질 논란이나 배송 지연 등이 지적되기도 하지만, 가격이 워낙 싸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2030 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대규모 국내 투자를 통해 배송 관련 문제도 점차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알리·테무를 비롯한 중국업체들의 공습에 11번가, G마켓 등 직접적인 경쟁 상대인 국내 전자상거래업체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가격 경쟁에서 불리한 점을 감안해 차별화된 대응 전략을 내놓고 있다. 11번가는 가성비 좋은 국내 중소기업 상품 전용관을 만들어 운영하는 한편 국내 유명 맛집의 간편식을 모아 판매하는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G마켓의 경우 판매자를 대상으로 배송비, 부자재비의 할인 행사 등을 진행해 중국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그런데 이른바 ‘차이나 커머스(China+Ecommerce)’의 공세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기존의 중국 직구 판매에서 한 걸음 나아가 지난해 10월부터 국내 판매업자들도 입점할 수 있는 ‘K-Venue’ 서비스를 시작했다. LG생활건강, 한국피앤지 등 국내 유명 제조업체들이 입점했으며, 쿠팡과 갈등을 빚고 있는 CJ제일제당도 자리 잡았다. 또한 ‘수수료 면제’ 혜택을 미끼로 국내 중소기업 상품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먼저 상반기 중으로 국내외 플랫폼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해외플랫폼은 국내 대리인을 지정할 방침이다. 또한 하반기에는 소비자안전기본법 제정안을 발의하는 등 법적인 근거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직구로부터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향후 국내 입점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모니터링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원호 박사


차이나 커머스의 급속한 확장에 따른 정부의 대응 방안 발표는 시의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소비자 보호 등 제도적인 보완에 불과하다. 중국산 초저가 상품의 공습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는 우리 정부의 소비자 보호가 미비하다고 지적하자 바로 ‘구매한 지 90일 이내면 무조건 반품 또는 100% 환불’이라는 카드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향후 3년간 한국에 11억달러를 투자해 자체 물류센터 건립과 한국 판매자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고 발표해 정부의 견제를 피하고 있다. 

결국 토종 전자상거래업체들도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스스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업체들이 국내 중소기업을 지원·선점하기 전에 우리 업체들이 먼저 ‘K-중소기업 제품’을 해외에 론칭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테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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