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민생이 먼저다

여소야대 정국 민생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경고’
농·축·수산물 가격 올해 들어 10%대 고공 행진
민생문제 해결하지 않고서는 신뢰 회복 어려워
빅터뉴스 2024-04-19 11:59:31
22대 총선이 여소야대로 막을 내렸다. 총선 기간 내내 불어닥친 정권 심판론이 반영된 결과다. 선거 직후 언론들은 여당의 참패가 대통령의 부족한 포용과 사과를 모르는 불통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와 부산 엑스포 실패 이후 변화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선거 막판 불거진 의대 증원 문제에서도 유연함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과반 의석을 확보해 여소야대에서 탈피하고자 했던 정부·여당의 노력은 불통의 대통령실과 여당의 전략적 부재 때문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하지만 저변에는 경제가 너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고(高)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전년 대비 1.4% 성장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0년 –0.7%로 역성장한 이후 3년 만에 기록한 최저치다. 수출은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저성장 국가인 일본에 역전되어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반면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3%대에서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서민의 장바구니 물가를 가늠하는 농·축·수산물 가격은 올해 들어 10%대의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파 논쟁’이 선거의 분위기를 바꾸었다고 지적한다. 대통령이 서민 물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발언으로 인해 민생 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진정성이 크게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서민의 삶과 직결된 부분에서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이고,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정부·여당에 던지는 경고장이라 봐야 할 것이다. 총선 직후 대통령이 “민의를 받들겠다”고 밝힌 만큼 민생 챙기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 국민은 민생 문제 해결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간주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말 국민과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총선 후 새 국회가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민생(33.6%)을 꼽고 있다. 이어 저출생(22.7%), 경제 재생(기업지원 12.3%, 자영업 지원 12.3%), 지역 균형(8.8%) 등이 뒤를 이었다. 민생과 경제 재생 등 서민의 먹거리와 관련된 사안에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민생에 직결되는 물가 안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애초 정부는 물가가 3월에 정점을 찍고 하반기에는 안정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공산품이고 농산물이고 가리지 않고 모두 오르고 있다. ‘금사과’, ‘금치킨’ 등 모든 생필품이 금덩어리로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더욱이 중동에서 불안이 가중되면서 유가마저 들썩이고 있다. 향후 물가 흐름에 부정적인 요인들이 산재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이원호 박사


22대 총선의 결과 여소야대가 연장됨에 따라 정국 불안정을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도 걱정한다. 하지만 민생 챙기기는 여소야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거대 야당도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데 발목을 잡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한덕수 총리와 주례회동에서 “국정의 우선순위는 민생 또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는 ‘말로만 민생’이 아닌 진정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총선으로 잃어버린 신뢰는 민생 문제 해결로 만회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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