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왜 애플은 ‘타이탄’을 버렸나

성과내기 어려운 전기차보다 강점이 있는 AI로 전략 수정
완전철수보다 車소프트웨어 제공으로 사업 전환 가능성 높아 
빅터뉴스 2024-03-04 21:05:31
애플이 지난 10년간 야심차게 준비했던 전기차 사업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2014년부터 애플은 ‘프로젝트 타이탄(Project Titan)’이라는 이름으로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지난달 27일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전기차 개발 중단과 함께 연구 직원의 상당수는 AI 부서로 재배치될 것으로 알려진다.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AI 분야를 따라잡기 위한 조치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동안 약 100조원으로 추산되는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되었고, 팀 쿡 CEO도 전기차 사업에 관심을 여러 차례 관심을 드러냈던 만큼 애플의 전기차 사업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두고 시장의 해석은 분분하다. 애초 애플과 같은 혁신적인 기업이 전기차 사업에 참여를 발표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완전자율주행차’ 개발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환영했다. 따라서 애플의 결정은 완전한 형태의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이 쉽지 않다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전기차 사업을 포기한다는 결정에 대해 월가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자동차 대비 AI 관련 매출을 고려한다면 AI 쪽으로 잠재력을 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애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전기차 개발보다는 AI와 같은 신기술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또한 애플이 자동차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소프트웨어에 집중해 기존의 자동차제조업체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한화투자증권의 김성래 연구원은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원인과 자동차산업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애플의 차별화 디자인·성능 구현과 낮은 공급가격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외주 생산업체를 찾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애플이 전기차 사업에서 충분한 이윤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애플이 전기차 사업을 중단하게 된 배경에는 전기차 비즈니스 측면에서 더 많은 요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첫째는 기술적 어려움이다. 애플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해 성과를 거두어 왔지만, 아직 상용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기술도 테슬라와 같은 경쟁사에 비해 뒤처지는 등 애플 특유의 혁신을 바탕으로 하는 압도적인 기술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온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둘째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선택과 집중이다. 전기차 사업은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지만, 수익 창출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는 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챗GPT로부터 촉발된 생성형 AI 시장의 잠재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애플의 입장에서는 더 큰 미래 가치가 보장되는 AI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원호 박사


셋째는 리더십의 부재와 경쟁의 심화다. 애플이 전기차 사업에 진출한 이후 여러 차례 핵심 인력이 이직하고 신규 유입되는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초기 단계에서부터 프로젝트 책임자가 자주 바뀌었고, 이에 따라 개발 일정과 완성차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못했다는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 등 선발업체는 물론이고 샤오미나 소니와 같은 동종 빅테크기업의 전기차와 비교해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애플은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시총 1위의 자리를 AI를 앞세워 약진한 MS에 내어주는 등 위기감이 고조된 것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기차 사업보다 강점이 있는 AI 분야로 전략 수정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다만 애플이 전기차 사업을 완전히 접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AI 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한 후, 전기차 사업을 재개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형태로 사업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의 전기차 사업의 포기가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지면서 기존의 전기차 제조업체들에게 호재로 작용할지, 아니면 정체된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을 부채질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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