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반면교사 삼아야 할 일본 경제

세계 2위 경제 대국서 獨에도 역전 당해 4위로 내려 앉아
고령화 사회,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데 실패 원인
경제 구조 재편 등 기업 경쟁력 높여야 日 전철 밟지 않아 
빅터뉴스 2024-02-19 12:49:37
일본의 경제 규모가 독일에 밀리면서 세계 4위로 내려앉았다. 일본 경제지 니케이 신문이 내각부의 GDP 속보치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달러로 환산한 2023년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4조2106억 달러로 독일(4조4561억 달러)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968년 당시 서독의 국민총생산(GNP)을 앞질러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후 55년 만에 재역전 당한 셈이다.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잃어버린 30년’으로 인해 세계 무대에서 위상이 점차 축소되었다. 1994년 세계 경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17.8%에 달했지만 2023년에는 4%로 쪼그라들었다. 1995년에는 미국 GDP의 약 71%까지 접근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15%에 불과하다. 2010년 중국과 2023년 독일에 추월당해 세계 3위와 4위로 한 계단씩 내려왔으며, 2026년에는 인도에 이은 세계 5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GDP의 개념은 일국(一國)의 모든 경제 주체가 생산한 총액으로 통상 ‘소비+투자(저축)+정부 지출+(수출-수입)’으로 구성된다. 인구가 많은 국가의 경제 규모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일본보다 인구가 10배 이상 많은 중국이나 인도의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경제 규모 면에서 일본을 추월하는 것은 예견된 현상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과 독일과 순위 바뀜은 시사하는 바가 다르다. 물론 GDP 규모를 달러화 표시로 비교해 일본과 독일의 역전이 엔화의 급격한 하락과 독일의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크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1억25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일본이 8300만 명의 독일에 밀려난 것을 두고 완전한 역전이 아닌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엔화 약세가 그 시기를 앞당겼을 뿐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 앞서 언급한 니케이 신문은 “독일에서는 2000년대 이후 노동시장 개혁이 생산성을 향상시켜 독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일본의 경우 2022년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세계 30위로 OECD 최하위권일 정도로 경쟁력이 떨어진다. ‘잃어버린 30년 동안’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정체되었고 일본 경제의 생산성이 독일에 비해 낮기 때문에 양국 간 GDP 순위 역전은 예견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일본의 위상 추락은 독일에 추월당한 것으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주요 선진국들의 놀이터였던 GDP 상위 순위가 앞으로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가 지난 2022년 12월 발표한 ‘2075년 글로벌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GDP 순위는 2050년에 중국, 미국, 인도, 인도네시아, 독일에 이어 6위로 밀려나고, 2075년에는 12위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원호 박사


일본이 1968년 처음으로 G2로 올라선 후 42년간 지켜온 자리에서 차츰 밀려나는 이유는 고령화 사회와 더불어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데 실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우리 경제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 우려를 더한다. 더욱이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4%로 저성장 국가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일본에 25년 만에 역전된 성적표를 받았다. 또한 삼성전자의 2023년 영업이익은 24년 만에 소니에 뒤졌으며, 지난 2월 15일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 총액은 도요타자동차에 밀려 아시아 2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글로벌 무대에서 갈수록 위상이 추락하는 일본에도 우리 경제가 부분적으로 추월 당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과 같이 저성장의 늪에 빠져 글로벌 위상 추락을 경험하기 전에 미리 경제 구조를 재편하고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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