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속도 빨라진 中빅테크기업 전기차 시장 진입

애플·소니 추춤하는 사이 샤오미·화웨이 양산 체제 돌입
가격·성능 호평 잇따라…中전기차 국내 상륙 대비해야 
빅터뉴스 2024-01-08 19:31:49
전기차 시장이 커지기 시작하는 2010년대 중반 무렵 시장의 패권을 두고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 사이에서 패권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전기차 제조 공정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단순해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자동차가 모빌리티와 결합하면서 빅테크 기업의 강점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전기차 생산에 빅테크 기업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제조 공정의 단순함이 전부가 아니다. 최근 전기차에 접목되기 시작한 ICT 기술들은 지난 100년간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자동차 산업을 변화시킬 4개 기술로 ▲자율주행(Autonomy) ▲연결성(Connectivity) ▲전기화(Electrification) ▲공유 모빌리티(Sharing)이 주로 언급되는데, 이들 분야에 경쟁력이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전기차 시장 참여는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당시 전기차 생산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빅테크 기업은 애플, 소니, LG전자, 샤오미 등의 글로벌 IT 기업들이 거론되었다. 이 중에서 LG전자는 전장산업에 집중하기 위해 전기차 생산 자체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애플의 전기차 사업인 ‘프로젝트 타이탄(Project Titan)’은 현재까지 소문만 무성할 뿐 경영진 간의 내부 분쟁으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소니의 경우 혼다와 협업으로 프로토타입 ‘아필라(Afeela)’를 2022년 10월 공개했으나 양산 시점이 2026년으로 밀려나 있는 상태다.

반면 중국 빅테크 기업의 전기차 생산 계획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샤오미의 레이쥔(雷軍) 회장은 2024년 상반기에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2021년 자동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후 3년 만에 완성차를 출시하는 초고속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샤오미는 지난달 28일 첫 전기차 모델인 ‘SU7’을 선보였다. 가격과 성능 면에서 시장의 반응이 일단은 긍정적이다.
이원호 박사


중국의 또 다른 빅테크 기업인 화웨이도 지난해 11월 체리자동차와 협력해 ‘럭시드 S7’을 내놓았다. 테슬라의 모델 S를 겨냥해 개발했다고 밝힌 화웨이는 주행거리에서 테슬라를 능가하고, 상당히 진보된 자율주행 성능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가격도 4700만원대로 테슬라와 비교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애플이나 소니와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에 비해 더 빨리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중국의 전기차 관련 풍부한 인프라와 관련이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전기차 소비 시장이자 생산국으로 수많은 국내외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에서 제조까지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고 분석된다.

문제는 샤오미 등 가격 경쟁력과 함께 첨단 IT 기술을 접목한 중국 전기차의 국내 상륙이다. 중국산 전기차는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는 장벽으로 인해 초기 시장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샤오미는 그동안 국내 시장에 다양한 가성비 제품을 출시해 기술력을 인정받아 왔기 때문에, 전기차의 경우도 시장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빅테크 기업 전기차의 국내 시장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스타업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현재 국내 전기차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독자적으로 시장을 방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대차그룹이 주도적으로 국내 스타트업을 육성해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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