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기업부채 2700조도 문제다

GDP 대비 123.9%…외환위기 당시 수준 넘어
건전 재정 확대, 글로벌 금리 인하 발맞춰야
빅터뉴스 2023-12-26 11:50:39
올해 가계·기업·정부부채를 모두 합한 국가부채 규모가 사상 처음 6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1일 국제결제은행(BIS)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비금융부문 신용은 5956조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6월 말 5730조원과 비교하면 약 4% 증가한 수치인데, 이러한 증가 속도라면 지금은 이미 6000조원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확대된 국가는 OECD 내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 규모가 빨라진 탓도 있지만 지난해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2.6%, 1.6%(예상)으로 상당히 상당히 낮았던 이유도 크다. 분자에 해당하는 부채 규모는 커진 데 비해, 분모인 GDP 성장 속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렸기 때문이다. 부채 증가와 저성장이 합작한 결과물로 풀이된다.

국가부채의 항목별로 보면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각각 2218조원과 2703조원이고 정부부채는 1035조원이다. 먼저 정부부채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확대 재정의 영향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49.6%로 글로벌 기준에서는 상대적으로 중간 내지는 낮은 편에 속한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고려하면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최근 들어 정부의 감세 정책 기조가 지속된다면 재정 건전성의 악화 문제는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그런데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는 정부부채에 비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는 2017년 1400조원을 넘어선 이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올해 4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7월부터는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의 경우 총액 증가보다는 GDP 대비 비율이 중요한데, 2022년 말 기준 104.5%로 스위스(128.3%), 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 높은 수준이다. 지난 10월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는 1997년 외환위기의 몇십배 위력’이라 밝힐 정도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원호 박사


기업부채는 그동안 가계부채와 정부부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적게 받았다. 하지만 GDP 대비 기업부채의 비율이 123.9%로 외환위기 당시 수준을 넘어서고, 최근 들어서는 PF 대출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대두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내수 침체와 고금리’의 이중 악재가 지속되면서 기업의 금융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기업의 자구 노력 이외에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기업부채 문제 역시 가계부채와 함께 우리 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가계부채 절대액을 줄이는 정책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가계부채 문제는 “장기적으로 GDP 대비 비율을 줄여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유지한다면 금융안정을 해치고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GDP 성장률을 높여 가계부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리고 GDP 성장률 제고는 가계부채뿐만 아니라 기업부채 문제 해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내년에는 경기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가계과 기업부채 문제를 관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는 금융과 재정정책의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 현재의 건전 재정정책을 확대 재정으로 전환을 검토하고, 글로벌 금리 인하 움직임에 발맞춘 적극적인 금융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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