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해야 

근원물가 낮아져 물가 목표 수준 도달 가능성
기준금리 인하 통한 경기진작 방안 마련 필요
빅터뉴스 2023-12-04 13:16:25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조만간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4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이 2.1%로 전망되는데, 이는 3분기 4.9%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쌓이는 신용카드 연체가 소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면 잠재성장률(1.8%)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배경에서 미 연준이 내년에는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

물론 미국의 통화 당국은 시장의 바람과는 달리 아직까지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 1일 파월 미 연준 의장은 한 좌담회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는 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시장이 예측하는 긴축 정책의 종료론을 경계하는 발언으로, 금리 인하와 관련된 사항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파월 의장의 경고 발언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급등했고 미 국채 금리는 급락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 내용에서 새로운 사실이 없었다는 점에서 추가 긴축 가능성을 말한 부분을 ‘비둘기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미 연준에서 대표적인 ‘매파’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마저 “인플레이션이 2%대로 회귀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높은 기준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따라서 이제 시장은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내년 5월에 미 연준이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연말까지 5차례 순차적으로 인하해, 5.25%~5.50%인 현 금리 수준을 1.25%p 가량 내려서 4.00%~4.25%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4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과 글로벌 경기둔화 움직임을 고려하면 이 같은 시장의 전망이 크게 빗나가지 않을 것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내년에 미국의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한국은행은 물가안정과 경기 진작이라는 상반된 상황에 끼어 있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올 2월 이후 3.5%를 유지하고 있는데, 지난달 30일 열린 정례회의를 포함해 7번 연속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그동안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이 몇 차례 금리를 인상했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경기 침체의 장기화 조짐으로 인해 섣불리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못했다. 한국은행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원호 박사
이제 문제는 한국은행이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상황에 따라 한국은행의 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다만 경기진작을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고 해도 물가 수준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로 전달(3.7%)보다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10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3.2%로 전월(3.3%)보다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근원물가가 지금처럼 계속 낮아진다면 물가 목표 수준인 2%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물가 수준이 미국과 비슷하고 근원물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초 금리 인하를 단행해도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

물가안정과 경기진작 사이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물가안정에 큰 부담이 없다면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진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글로벌 금리 인하 움직임에 앞서 선제적인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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