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매킨지 “한국, 반도체·배터리·바이오 산업 더 투자해야”

맥킨지 세 번째 보고서 발표…대기업 위주 성장 한계
대기업 중심에서 中企 육성하는 다면적 모델로 바꿔야 
빅터뉴스 2023-10-30 16:13:56
글로벌 컨설팅 그룹인 맥킨지(McKinsey and Company)가 또다시 한국경제보고서를 제출했다. 맥킨지는 지난 19일 신라호텔에서 ‘한국 경제 제3의 S-커브를 위한 성장모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맥킨지는 “한국 경제가 1%대 저성장 국면에 고착하느냐, 다시 4%대 고성장을 이어가느냐 하는 분기점에 있다’면서 ‘반도체, 배터리 이어 에너지전환, 바이오 등 원천기술에 기반한 산업이 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맥킨지가 한국경제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 보고서는 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한국 재창조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는데, 당시 경제 상황을 감안해 제조, 금융, 서비스 부문의 개혁을 주문했다. 2013년 ‘한국 스타일을 넘어서: 신성장 공식’이라는 두 번째 보고서는 대기업 위주의 수출 성장 전략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중소기업과 서비스 산업의 역할을 주문했다.

이번에 발표된 세 번째 보고서는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의 원인과 극복 방안을 주제로 삼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 20년간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 변화에서 저성장의 원인을 찾았다. 매킨지가 20년 단위로 구분한 우리나라의 수출 품목의 변화 추이를 보면 먼저 1965년에서 1985년 사이에 10대 수출 품목은 6개 바뀌었다. 또한 1985년에서 2005년 기간에도 6개 품목이 새롭게 들어왔다. 하지만 이후 2022년까지는 디스플레이 한 품목만이 새로 추가됐을 뿐이라고 말한다.

최근 20년간 주요 수출 품목의 변화가 거의 없는 이유에 대해 맥킨지는 ”그동안 대기업은 계속 성장한 반면 중소기업·자영업자는 성장에서 제외되었고, 업종별로도 서비스업·고부가가치업종에 비해 제조업만 성장하는 한쪽으로 편중된 성장이 이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집중화된 성장모델을 다면적, 분산된 모델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런데 맥킨지의 이러한 분석은 이미 2013년에 나온 두 번째 보고서에도 이미 언급된 바 있다. 2013년 보고서에 보면 한국 경제에 대해 ”대기업 수출 주도 성장 전략이 중소기업과 서비스 산업으로 파급되지 못했고, 이는 결국 중산층의 가계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 보고서는 ”국내외에서 확고부동한 자리를 차지한 대기업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는 반면, 국내 기업 생태계에서 먹이를 나누는 역할은 갈수록 축소“되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맥킨지 보고서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대기업 위주로 ‘집중화된 성장모델’은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둘째,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이에 대한 뚜렷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셋째, 이는 10대 수출 품목이 변화하지 않는 정체 현상으로 나타났다. 넷째, 그 결과 한국 경제의 성장 축인 수출이 부진하게 되고, 이는 현재의 저성장 기조로 이어졌다. 

이원호 박사
맥킨지 보고서는 성장모델 변화를 통해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먼저 석유·제철·조선 등 전통적인 주력 산업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 개편(구조조정)을 요구한다. 또한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수평적 구조를 확립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에너지 전환, 바이오 산업과 같은 미래 먹거리 산업의 원천기술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경우 “2040년에는 매출이 1000억, 100억, 10억 달러 이상 기업이 각각 5개, 20개, 100개 이상 추가되고, 한국 경제는 1인당 GDP 7만 달러 달성을 통한 세계 7대 경제 강대국 대열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가 지적한 대기업 위주의 성장모델의 문제점과 새로운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맥킨지의 문제점 지적이 지난 10년 동안 바뀌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위주로 고착화된 경제 구조에서 탈피해 다양성이 강조된 고부가가치 중소기업 육성은 한국 경제의 오래된 과제이고, 아직 풀지 못하는 숙제다. 구조 개혁을 위한 산업 정책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맥킨지 보고서가 제시한 비전은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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