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대미 투자 3500억달러, 백지수표인가 전략적 카드인가
2025-09-29
협약 체결 후 순천시는 보도자료를 내고 애니메이션-웹툰 클러스터 조성계획과 연계를 통해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 홍보, 마케팅을 지원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노 시장도 여수 MBC 이전으로 순천이 콘텐츠산업 선도 도시로 발돋음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여수MBC 이전이 순천의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에 크게 기여할 것처럼 말하지만 과연 그럴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우선 여수 MBC 실체를 보자. 직원 수는 행정직, 기술직을 포함한 54명이다. 콘텐츠산업 관련 전문인력이 있기는 할까? 하루 자체 방송도 3~4시간에 불과하고 대부분 서울 본사의 릴레이 방송이다. 순천으로 온다고 해서 경제적, 문화적 파급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설혹 콘텐츠산업 육성 역량이 있다고 해도 이전이 정답은 아니다. 여수 사옥은 순천에서 불과 30분 거리다. 더구나 AI혁명으로 공간적 제약이 사라지는 시대에 사옥 위치는 핵심 요소가 아니다. 순천 KBS를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은가?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 여수MBC 이전으로 순천이 잃을 것은 없을까? 자타가 인정하듯 순천은 교육도시이자 소비도시다. 산업도시인 여수와 광양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흡수하며 성장해 왔고, 지금도 수많은 시민이 여수나 광양으로 출퇴근한다. 여수, 광양의 성장은 순천의 성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하나의 경제공동체다. 경쟁도 해야 하지만 여수MBC 유치는 아니다. 상생과 협력의 정신을 훼손할 뿐이다.
필자는 여수MBC의 순천 이전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여수MBC가 알아서 할 일이다. 순천으로 오겠다면 행정적 지원을 해주면 된다. 다만 습지센터 헐값 임대 등 적극적 유치의 모양새를 띠게 되면 지역갈등 증폭으로 득보다 실이 클까봐 우려하는 것이다. 일례로 유니버시아드 유치는 여수시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지금처럼 여수MBC 문제로 갈등이 고조된다면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더구나 노 시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광양만권 통합을 이야기했다. 광양만권 통합의 가장 큰 장애는 여수, 광양의 흡수통합 우려다. 순천시가 여수MBC 유치에 적극 나서는 순간 우려는 확신으로 변하고 통합은 더욱 어려워진다. 한마디로 소탐대실이다. 노 시장이 정치적 계산에서 통합을 말한 것이 아니라면 여수MBC 문제는 하나의 시험대다.
문제는 또 있다. 소문대로 행정재산인 습지센터를 임대하려면 법령상 5년 단위로 2회까지 가능하다. 10년 후 여수MBC를 나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냥 둔다면 공공재산의 사적 이용을 허용하는 꼴이자 관언유착 의혹을 피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시민들 사이에서는 여수MBC가 홍보비 지원 대가로 순천시에 우호적 보도만 한다는 불만이 크다.

차량통행도 문제다. 지금 국가정원 내부의 차량통행은 엄격히 제한된다. 습지센터도 마찬가지다. 서문 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어서 들어가야 하지만 MBC 사옥이 들어서게 되면 방송차량 등의 출입이 불가피하게 된다. 특혜가 아닌가? 원칙이 깨지는 것이다. 또 습지센터를 MBC에 임대한다면 애니-웹툰업체 입주공간 제공이라는 애초 계획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행정을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해도 되는 것인가?
여수MBC 이전은 순천의 경제적 실익은 크지 않고 지역갈등의 가능성은 큰 민감한 문제다. 그럼에도 노 시장은 왜 시의회 협의와 시민 공감대 형성 없이 군사작전하듯 서두를까? 일각에서는 김건희 의혹, 검사시절 폭행, 아랫도리 발언, 국감증인 채택 등 그와 관련된 각종 이슈를 덮으려는 술책으로 의심한다. 하지만 상황이 어려울수록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 지금 노 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독선과 불통’이 아닌 ‘상생과 통합’의 리더십이다.
김동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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