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K-조선은 MASGA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프로젝트 성공하면 양국에 경제·전략적 이익 동시에 제공
노골적 中 견제 한·미 협력 지속성 시험하는 변수 될 듯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 잡는 능력 중요 변수
빅터뉴스 2025-08-18 16:37:04
1945년 미국은 세계 조선산업의 약 50% 이상을 장악하며 세계 최강의 해군력과 조선 능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미국의 상업용 조선 시장 점유율은 0.1~0.35%로 급락하며 사실상 붕괴에 가까운 쇠락을 겪고 있다. 탈냉전 이후 줄어든 군수 수요, 존스법으로 인한 제약, 보조금 폐지, 높은 인건비, 기술 혁신 부재, 그리고 일본·한국·중국의 해외 경쟁 심화가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미국의 조선 산업은 군함 건조에 의존하며, 상선과 대형 상업 선박 건조는 존재감이 사라져 버렸다.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국 정부가 꺼낸 카드가 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다. 단순히 조선소 문을 다시 여는 수준이 아니라, 해양 안보와 물류 자립, 산업 생태계 복원 등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수십 년간 단절된 인력과 기술, 공급망을 단기간에 되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때 미국이 손을 내민 대상이 바로 K-조선이다. 한국은 지난 20여 년간 세계 선박 수주량 1~2위를 다투어 왔으며, LNG 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친환경 선박 분야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설계·건조·품질관리 전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디지털 기반 생산 시스템은 세계 표준이 됐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MASGA 프로젝트의 성공의 해법을 가장 잘 아는 ‘외부의 힘’이 한국에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실제로 한·미 양국의 움직임도 시작됐다. 최근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은 1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조선 산업 재건 펀드를 제안했고, 이는 미국이 한국산 수입품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합의의 핵심 조건으로 작용했다. HD 현대중공업은 미국 해군 보급함 USNS Alan Shepard의 유지·보수·정비(MRO) 계약을 따내며 ‘즉시 협력’의 첫 결실을 거뒀다. 한화 오션과 삼성중공업도 MASGA 전담 태스크포스를 꾸려 미국 내 조선소 확보, 인력 양성, 모듈 제작·조립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양국에 경제·전략적 이익이 동시에 제공한다. 한국의 조선 기술·생산 시스템을 접목하면 미국은 조선소 확충·인력 양성·공급망 재건을 앞당기고, 한국은 북미의 안정적 수요·조달로 장기적인 물량을 확보하게 된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고부가 수주와 MRO를 통해 현지 수익 기반을 강화하고, 미국은 상선 부문 부흥으로 해양 안보와 물류 자립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또한 1500억 달러의 투자 펀드는 미국 내 신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의 견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변수다. 중국은 이미 세계 조선 수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가격 경쟁력과 생산 능력에서 세계 1위 조선 대국이다. 특히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과 맞물려 동남아·중동·아프리카 국가에 공격적으로 선박과 해양 플랜트를 공급하며 글로벌 시장을 장악해왔다. 미국이 MASGA로 조선업을 되살리려는 시도는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자국의 해양 영향력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될 수 있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가 구체화되자 중국은 불편한 입장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의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30일 한 논평에서 여기에 참여하는 한국을 두고 ‘고위험 도박’이라고 비판한다. MASGA에 대응하는 중국의 전략은 먼저 가격 전쟁을 벌여 고부가가치 분야를 제외한 일반 상선 시장에서 한·미 합작 조선 프로젝트의 경쟁력을 흔들 수 있다. 다음으로는 공급망 압박을 통해 철강·특수합금·전기설비 부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수출을 제한해 비용 부담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원호 박사


MASGA 성공을 위해 K-조선은 단순 기술협력을 넘어 합작 조선소 모델(한국 설계·핵심기술·품질, 미국 조립·보조공정)과 고부가 선종(LNG·암모니아 추진선, 첨단 군수지원함) 집중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계약은 최소 10년 이상의 프레임·장기 파트너십으로 구조화해 수요 안정성과 투자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철강·특수합금·전기설비 등 핵심 소재·부품의 조달선을 북미 중심으로 다변화해 중국발 가격·외교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 이 조합이 MASGA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한·미의 경제·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실전 해법이다.

미 의회가 발의한 ‘Merchant Marine Allies Partnership Act’ 같은 규제 완화 법안이 통과되면, K-조선의 활동 반경은 넓어질 수 있다. 하지만 MASGA가 본격 궤도에 오를수록 중국의 견제는 강해질 것이며, 이는 한·미 협력의 지속성을 시험하는 변수가 될 것이다. 결국 MASGA에서 K-조선이 구세주가 될 수 있는지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잡는 능력에 달려 있다. 한국 또한 이 기회를 잡으면서도 중국과의 무역·외교 리스크를 관리한다면, 단순한 조선 협력을 넘어 21세기 해양 패권 경쟁의 새로운 장을 여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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