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그룹이 잇단 노동자 사망사고로 ‘죽음의 사업장’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특히, 전날 포스코이앤씨 사망 사고는 광양제철소 추락사고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된 시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포스코의 안전인식이 얼마나 후진적이고 심각한 상태인지를 대변하고 있다. 급기야 보다못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언급하고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이 “최고경영자의 안전관리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내리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은 물론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라는 회사에서 5번째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며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인데도 방어하지 않고 사고가 난 것"이라며 김영훈 장관을 향해 직을 걸고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28일 오전 '함양~울산고속도로' 합천~창녕구간 10공구 건설 현장에서는 사면보강 천공 작업을 하던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에 딸려들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올해 포스코이앤씨에서 발생한 4번째 사망사고였다. 올해만 벌써 4명의 노동자가 안타까운 목숨을 읽은 것이다. 대통령의 분노가 더욱 컸던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사고는 지난 14일 집진기 배관을 철거하던 중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철거 업체 노동자가 추락사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대한 수사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재계의 한 안전관리 담당자는 “계열사에서 사망사고로 수사가 진행되면 통상 그룹차원에서도 계열사 전체에 특별 안전 강화를 주문하면서 경각심을 높이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비슷한 사고가 곧바로 발생했다면 해당 기업 안전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철소 노조 측도 이번 사고를 안전 관리 미흡, 노후 설비, 인력 부족 등에서 비롯된 '예고된 인재'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한 결과가 아닌가 싶어 정말로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 역시 "포스코이앤씨와 같은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 후진국형 사고가 반복해 발생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특히 앞서 세 차례 중대재해가 발생해 집중 감독을 받았음에도 또다시 사고가 발생한 것은 본사 및 최고경영자(CEO)의 안전관리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현재 고용부가 포스코이앤씨 본사와 전국 65개 공사 현장 모두에 대한 특별감독에 착수한 상황에서 중대재해법 위반 사항이 드러날 경우 엄벌로 다스려야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한편, 포스코이앤씨는 이날 오후 정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포스코이앤씨는 “고인께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유가족분들께도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고의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기관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유가족분들께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무기한 작업을 중지토록 했다"며 "제로베이스에서 잠재된 위험 요소를 전면 재조사해 유사사고를 예방하고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재해예방 안전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노동계에선 이번 발표가 기존에 포스코 측이 사고가 날때마다 발표해온 안전대책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준이며 실질적인 내용도 없는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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