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새 정부 민생경제에 실질적 해법 제시해야
2025-06-16
불과 20년 전만 해도 중국 자동차 산업은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변방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신에너지차(NEV)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정책적 지원, 그리고 배터리 산업과 수직계열화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지형을 바꾸었다. 2024년 중국의 전기차(BEV+PHEV) 생산은 1090만대를 돌파했고, 전 세계 전기차 판매의 60% 이상이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전기차 후발주자인 BYD는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우뚝 섰으며,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CATL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성과 이면에는 심각한 구조적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첫 번째 문제는 과잉 생산이다. 중국의 자동차 연간 생산능력은 약 6500만대에 달하지만, 실제 판매는 3000만대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설비 가동률이 40~50%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특히 전기차 부문에서 불균형이 심하다. 2024년 말 기준 전기차 재고는 약 360만대로, 이로 인해 업체 간 가격 인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출혈 경쟁 속에서 많은 전기차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와 구조조정 압박에 직면해 있으며, 산업 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재무적 기반의 취약성이다. BYD, CATL과 같은 소수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생 전기차 기업들은 영업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부 자금 조달마저 어려워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2023년 이후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면서, 정부 지원에 의존해 온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보조금 축소 이후 수많은 중소 EV 기업들이 파산하거나 사업을 중단했고, 대규모 감원과 생산 축소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세 번째 문제는 글로벌 무역 환경의 급격한 악화다. 미국은 2024년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100%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유럽연합(EU)도 최대 45%의 반덤핑 관세를 예고하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전기차 산업의 두 번째 성장 축인 수출 전략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BYD, NIO, XPeng 등 주요 전기차 기업들은 향후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성장을 지속하게 위해 현지 공장 설립 또는 신흥국을 통한 우회 전략을 본격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기차 산업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BYD는 태국, 헝가리, 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며 수출 다변화를 추진 중이고, CATL은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확대를 통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정부 역시 보조금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세제 감면, 충전 인프라 확충, 배터리 재활용 등 산업 체질 개선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우후죽순처럼 난립하고 있는 시장 상황을 잘 극복하고 구조조정에 성공한다면, 중국 전기차 산업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기차의 과잉 생산은 국내 자동차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급 해소를 위한 중국 전기차 생산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도 유럽, 동남아 등 주요 시장에서 가격 경쟁의 압박을 받고 있다. 또한 BYD 전기 승용차가 국내에 진출해 시장 안착을 시도하고 있으며, 향후 더 많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국내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과 국내 시장에서 동시에 경쟁 강도가 높아지면서, 우리 전기차 산업의 경쟁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우리 자동차 산업은 보다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해외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강화, 배터리·반도체 등 핵심 부품 내재화,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자율 주행 시스템 고도화 등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핵심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향후 다양한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국내 시장 진출에 대비해 기술력 중심의 비관세 장벽, 인증 및 안전 기준의 고도화, 산업보안 강화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 전기차 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그로 인한 부작용은 우리에게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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