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관세, 스태그플레이션, 전쟁이 던지는 위기의 신호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로 단기 대응을 넘어 구조·전략적 전환 필요
수출시장 다변화, 반도체·2차전지·전기차 등 핵심산업 자립화 시급
한·미 동맹 틀에서 전략적 자율성 확보하고 다자 협력 강화해야
빅터뉴스 2025-06-23 14:13:02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미국의 관세 정책은 예상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은 초기에는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강경한 관세 부과 움직임을 보이며 중국과 멕시코, 유럽연합 등 주요 무역 상대국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특히 반도체와 전기차, 철강, 알루미늄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25%의 고율 관세 부과가 단행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장과 동맹국의 반발, 국내 물가 부담 등의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일부 관세는 유예 또는 재조정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내 사정도 만만치 않다. 애초 관세 정책은 미국 제조업 보호와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목표로 했지만, 현실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채용을 미루면서 성장은 둔화될 조짐이다. 이는 관세 정책이 기대했던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는 효과보다는 오히려 기업 투자 위축과 고용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 경제에 나타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징후다.

미국의 4월 소비자 물가(CPI) 상승률은 3월의 2.4%, 시장 예상치(2.4%)를 하회하는 2.3%를 기록했다, 얼핏 인플레이션이 하향 안정화 추세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관세 인상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지표에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 연준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의 올해 말 전망치는 지난해 3월 2.8%에서 3.1%로 높아졌다. 반면 올해 미국 GDP 성장률 전망을 직전 1.7%에서 1.4%로 낮췄다. 

CNN이 미시간대 소비자 설문조사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실업률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전체 응답자의 66%에 달했는데 이는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의 물가 상승률은 전달 4.3%에서 5%로 치솟으며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5~10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4.1%로 오르며 1993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저성장 속 물가 상승’이라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의 전조 증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의 조기 종식을 공언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황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에 이어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대적으로 공습하면서 중동 전선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로써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하마스, 이스라엘-이란이라는 세 개의 전쟁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초유의 안보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따른 군사비 부담과 미국 내부의 정치·경제적인 문제가 얽히며 새로운 위기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전쟁, 스태그플레이션, 다중 전쟁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글로벌 경제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 공급망은 관세 장벽과 지정학적 갈등으로 복잡해지고 있으며, 미국 내 물가 불안은 달러 가치 변동성과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이란 간 무력 충돌은 중동 석유 수출 경로를 위협해 국제 유가 급등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국의 장단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는 다시 한 번 ‘저성장-고물가’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원호 박사


이처럼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한 글로벌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단기 대응을 넘어 구조적이고 전략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미·중 중심의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수출 시장의 다변화와 반도체·2차전지·미래차 등 핵심 산업의 자립화가 시급하다 또한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장기 투자도 병행되어야 한다. 외교·안보 측면에서는 한·미동맹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다자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경제·외교 위기는 세계 질서를 흔드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우리나라는 이번 상황을 전략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경제 다변화, 균형 외교, 안보 자립의 세 축을 중심으로 하는 종합적인 전략 수립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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