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우리 경제를 둘러싼 4대 리스크
2025-04-14
이처럼 비현실적인 숫자 경쟁을 벌이다 갑자기 협상으로 선회하게 된 배경에는 경제적, 정치적, 외교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먼저 경제적인 관점으로, 양국의 관세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 고율의 관세는 소비자 물가 상승, 기업 채산성 악화, 투자 위축,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등 부정적 파급 효과를 야기한다. 또한 공급망 불안정에 대한 위기감도 작용했다. 반도체, 원자재, 에너지 등 핵심 자원의 흐름이 막히면서 세계 제조업의 불확실성이 증대했다. 이에 따라 양국이 무역 흐름의 정상화를 필요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외교적 이해관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격화된 미·중 갈등은 점차 정치적 부담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 강경책이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실질적인 피해를 안기며 정치적 역풍을 불러왔다. 중국도 경기 둔화와 실업 증가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 미국과 갈등의 장기화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도 글로벌 경제의 안정을 위해 양국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양국 모두 정치적 리스크를 완화하고 외교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협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이번 합의는 글로벌 경제 입장에서 보면 긍정적인 신호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미·중 관계의 본질적인 갈등이 사라졌다고 단언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술 패권 경쟁, 지식재산권, 첨단산업 주도권은 물론이고 중국 시장 개방 문제 등은 양국 사이에서 여전히 풀기 어려운 과제이며, 향후 협상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두고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은 양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협상의 공간이 열렸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쟁과 협력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미·중 관세 유예 조치는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먼저 투자 심리가 눈에 띄게 회복되고 있다. 합의 직후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증시가 일제히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관세 완화는 글로벌 무역의 안정화에 기여하고, 교역량 증가를 통해 세계 경제 회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기업들의 생산 및 투자 전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관세 인하로 인한 수입 물가 안정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위협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곧바로 미·중 관계의 전면적인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90일간의 관세 유예는 어디까지나 협상의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 조치일 뿐이다. 기술 패권, 중국의 산업 보조금 문제 및 중국 시장 개방 등 핵심 쟁점들은 여전히 입장 차가 크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관세 전쟁이 다시 시작될 것이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교역 위축, 공급망 혼란 등의 불확실성이 재현될 것이다. 결국 이번 유예 조치는 미·중 관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지만,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중 간 협상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전략적 대응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관세 유예에 따른 글로벌 투자 회복과 무역 활성화의 기회를 적극 활용해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기업들의 공급망을 안정화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미·중 갈등의 재점화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과 중국에 편중된 수출입 의존도를 줄이고, 첨단 기술과 핵심 소재 분야에서 자립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외교적으로도 양국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접근을 유지하면서 경제·안보·환경 등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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