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0분 배달’ 문제 많다
<기자수첩> ‘30분 배달’ 문제 많다
  • 김흥수 기자
  • 승인 2021.08.3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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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 질 떨어지고, 배달앱 수수료도 높아
오토바이 라이더 안전 보장 제도 개선 필요
배달앱의 속도 경쟁으로 음식 질이 떨어지고, 라이더의 사망사고가 이어지면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패스트푸드가 아니면 대개 배달음식은 주문 후 1시간 정도 걸려 집에 배달됐다. 하지만 쿠팡이츠의 치타배달(단건배달) 론칭으로 이제는 30분 배달이 대세다. 

전화를 끊고 얼마 후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야 최고로 치는 ‘빨리빨리 문화’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선 음식점의 조리 시간이 짧아지면서 배달음식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예컨데 치킨 한 마리를 주문받아 30분 이내에 배달을 하려면 치킨을 미리 튀겨놓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튀김용 기름은 미리 예열해 놓는다 치더라도 닭 한 마리 튀겨내는 데만 15분이 걸리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된다. 요즘은 아예 닭을 삶아 놨다가 튀김옷만 입히고 튀긴다. 배달앱 덕에 탄생한 ‘닭백숙 치킨’이다. 

소비자는 빨리빨리를 선호하며 배달료로 6000원 이상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지만 정작 받아든 것은 질 낮은 음식이다. 

음식점주는 오토바이 기름값 대기 바쁘다는 푸념을 해댄다. A배달앱의 경우 점주가 부담하는 배달수수료가 최대 5000원이다. 여기에 주문중개수수료(각 배달앱 업체별 12~15%)를 포함해 카드수수료와 세금까지 더해지면 매출액의 40% 이상을 떼인다.

여기에 재료값 30%에 종업원 인건비, 임대료 등을 제하고 나면 음식점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0에 가깝다. 배달앱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음식점주가 음식의 회전율 때문에 배달을 한다는 하소연이 허튼 소리가 아니다.

더욱이 배달앱들의 ‘빛의 속도 경쟁’은 라이더들의 소중한 생명을 잇따라 앗아가고 있다. 지난 26일에도 서울 선릉역 인근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배달을 하던 40대 가장이 대형 화물트럭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8년 26만3760건이던 오토바이 교통법규 위반 건수는 지난해 55만5345건으로 2년 만에 2배 이상 폭증했다.

또한 지난 6월 서울시가 발표한 ‘지난해 교통사고 건수’에서도 오토바이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는 2018년 3931건에서 지난해 4702건으로 늘었고, 사망건수도 39건에서 5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김흥수 경제정책부 팀장
김흥수 경제정책부 팀장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앱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배달앱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단건 배달에 치중하면서 발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전혀 무관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10여년 전 ‘30분 피자’가 사회 문제가 됐다. 지금과 똑같이 속도 경쟁이 라이더들의 귀한 목숨을 빼앗으면서 피자업체들은 성토 대상이 됐다. 결국 피자업체들은 여론에 굴복해 ‘30분 피자’를 없앴다.  

그러나 코로나19와 함께 ‘30분 피자’가 재현되고 있다. ‘30분 피자’를 성토하던 소비자들의 생명존중 의식이 희박해진 것일까? 

빠른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세상이 하도 빠르게 돌아가면서 ‘멍 때리기 대회’도 생기고, 느림의 미학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좀 천천히 배달이 되더라도 라이더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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