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자의 삽화, 박용하 ‘휴일(holiday)’展

너와 너의 안녕에게
2021-07-15 02:36:26
‘말레콘플라워’_ⓒ박용하

일상이 여행이 되는 순간이 있다. 맑게 갠 파란 하늘에 피어오른 뭉게구름, 적당한 습도를 머금은 청량한 바람, 따사로운 온도의 신선한 햇살 같은 것들이 느껴지는 순간 일상은 잠시나마 그 풍경과 감촉에 기꺼이 자리를 내어준다. 일상의 단조로움이 여행으로 바뀌는 마법 같은 순간이다.

이 마법에 홀려본 경험이 있다면 박용하 작가의 작품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살포시 미소를 지을 수도 있겠다. 여행의 풍광에 더해진 일러스트는 반칙 아닌가(아바나의 말레콘은 길가의 돌멩이도 피사체가 된다는 후문) 싶다가도 흩날리는 여인의 머리카락 위에 폭죽처럼 피어난 꽃다발을 보고 있자면(‘말레콘플라워’) 풍경을 완성해내는, 새롭지만 익숙한 그만의 시선이 자리한 까닭이다.

하늘의 구름은 거품 목욕이 되고(오리 삑삑이도 함께하는, 와인 한 잔의 여유까지 챙기는 ‘구름샤워’), 커피의 향긋함은 얼굴을 뭉게뭉게 뒤덮는 아로마로 변신한다(전직 카페 사장이었던 작가의 핸드드립 경험치로 탄생한 듯한 ‘커피아로마’). 작가의 재기발랄함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다 바다에 풍덩 빠진 듯한 선명한 색감에 시선이 머물고(‘수영’), 솔솔 불어오는 듯한 그늘 속 바람에 눈을 감아본다(‘그늘휴식’). 유쾌한 시선 덕에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구름샤워'와 ‘커피아로마’(좌), ‘수영’과 ‘그늘휴식’ⓒ박용하

그래서인지 전시를 보는 동안은 조금이나마 행복해졌다. 그게 ‘휴일’의 삽화들에 담긴 ‘휴식들’ 때문인지 ‘자유로움들’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든 있는 동안은 행복하게’라는 키워드로 작업해온 작가의 진심이 어느새 와닿았던 모양이다. 다시금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날을 그리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일말의 소망을, 그리운 이들의 안녕을 막연히도 빌었다.

다시 그의 전시를 찾는다면 여행지에서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는 순간을 열심히 경험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당신의 하찮았던 하루 덕에(이란에서 현금을 탈탈 털려 파란만장한 노숙자 신세로 꾸역꾸역 라면을 위에 쑤셔 넣고 게워냈다던 여행기가 대표적) 누군가의 하루가 조금은 괜찮아졌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누구든 있는 동안은 행복하게’의 마음은 그 수많은 하찮음의 하루하루를 이겨낸 마음일 것이기에.

마지막 문단의 ‘아무것도 아닌 자’는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에서 인용한 표현임을 밝힌다. 아울러 박용하 작가의 여행기(‘비록 하찮지만 라면은 먹어야겠다_이란 테헤란’ 편)는 작가의 브런치에서 글과 일러스트 전편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8월15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누하동 어피스어피스에서 매주 금, 토, 일 12시~19시까지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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