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거친 발언' 정용진 부회장,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도 적극 소통해야

2021-05-14 16:04:54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지난3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신세계 이마트 가습기살균제 피해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야구 구단주가 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의 거침없는 발언이 화제다. 정 부회장이 비속어까지 동원해 경쟁구단이나 기업을 '저격'했기 때문이다.

'소통의 총수', '인플루언서 정용진'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친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다른 쪽에선 발언 수위가 지나치다고 지적하고 있다. 솔직함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겼던 이전 발언들과 비교해도 온도차는 크다. 

정 부회장에게 생긴 변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지난해 어머니 이명희 회장에게 지분을 물려받아 이마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직급은 여전히 부회장이지만 입지는 명실공히 이마트 1인자이자 총수로 격상됐다. 총수와 경영후계자, 오너일가가 가지는 위상과 권한은 하늘과 땅차이다.

실적 개선세가 빨라지고 있는 것도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마트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3.1%, 154.4% 증가했다. 코로나19 기저 효과에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 정 부회장의 경영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 특히 그는 맞수 롯데가 오프라인을 축소하는 상황에서도 매장을 유지하고 온라인을 강화했다. 코로나19 이후 이같은 전략에 따른 시장지배력 변화는 상당할 전망이다.

여기에 야구선구단이 생기고 한 때 그를 옥죄던 부당노동행위, 일감몰아주기 등 법적 리스크도 대거 사라졌다. 물론 여전히 등기이사는 아니다.

이런 변화에서 비롯된 자신감이 "XXX’들 잘 됐다", "발라버리고 싶다" 등 그의 발언에 녹아들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일종의 ‘자신이 최고’라는 남다른 자존감이 "기본 예의가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가 거친 발언을 이어가는 배경아니겠느냐다.

하지만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 그의 말과 행동은 실시간으로 기사화되고 이마트 영업과 이미지에 직간접 영향을 주게 된다. 이마트 1인자이자 공인으로서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소통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이마트가 팔아치운 가습기살균제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은 오늘도 하루가 눈물반 절규반이다. 지난 1심의 무죄 판결은 '진솔한 사과와 배상'이라는 이들의 작은 바램 마저 과욕으로 둔갑시켰다. 이들에게 정 부회장의 진솔한 소통은 절실하다. 최대주주로 올라선 정 부회장이 더 이상 이들의 요구에 대해 뒷짐만 지고 입을 닫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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