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상공인 사경 헤매는데 핑퐁만 하는 정부·여당

법안 처리 요구하며 농성하지만 메아리 없어
핑계거리만 대지 말고 국민과의 약속 지켜야
2021-04-30 09:51:29
경제정책부 김흥수팀장
경제정책부 김흥수팀장

며칠 전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지난 12일부터 소상공인들이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손실보상법’ 제정을 촉구하며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장에 들렀다.

기자는 우스갯소리로 “할 줄 아는 것이 이것(농성) 뿐이냐?”고 우문(愚問)을 던졌다. 그러자 최 의원의 입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농성) 뿐”이라는 현답(賢答)이 나왔다.

최 의원은 소상공인연합회의 회장 재임시 2018년 5월에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49일간 천막농성을 벌인바 있다. 

또한 같은해 8월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항의하며 수만명의 소상공인을 이끌고 광화문 집회를 감행했다. 

최 의원이 지난해 2월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직을 중도에 사퇴하고 국회로 입성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소상공인을 대변하며 입법에 참여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최 의원이 몸 담고 있는 국민의힘은 국회의원이 101명뿐인지라 최의원의 말처럼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정의당의 류호정의원도 지난 29일부터 국회 로텐더홀에 책상을 갖다 놓고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부터 여기서 일하고, 자겠다. 염치가 없어서 그렇다"며 "손실보상법이 상임위를 통과할 때까지 그렇게 하겠다"라며 입장을 밝혔다. 

류 의원은 앞선 28일에도 페이스북에서 "손실보상법은 정부는 반대하지만, 국민이 원한다. 거대 양당의 합의를 기다렸지만, 안 되는 이유를 듣는 데 지쳤다"며 농성을 예고한 바 있다. 정의당의 의석수 또한 6석에 불과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180석이라는 거대 의석을 가지고 있는 범 여당은 4월 임시회기내에 ‘손실보상법’의 처리를 약속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핑계거리만 늘어놓으며 법안심사소위를 무산시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손실보상법’의 처리가 무산된 30일 논평을 통해 “코로나 피해로 사경을 헤매는 소상공인들에게 꼭 필요한 응급수혈이 속절없이 늦어지는 데다, 심지어 처리 가능성마저 낮아질 수 있어 소상공인들의 속은 타들어 가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사경을 헤메는 환자의 응급수혈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는데 ‘할 수 있는 것(법안 처리)’을 해야 할 사람들이 ‘할 줄 아는(핑계거리)것’만 하고 있는 행위를 바라보는 국민은 속만 타들어갈 뿐이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