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가 '암호화폐 투자'에 대해 돌을 던질 수 있나

암호화폐 투기라 폠훼한 관료들 부동산으로 재산 증식
기울어진 운동장에 갇힌 '3포 세대' 정부 정책 못믿어
'어른' 자격 안 되면서 지적질만 하니 '꼰대' 못 벗어나
2021-04-29 08:24:14
 '투기에 빠진 젊은이들을 어른들이 나서서 구해야한다'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2030 젊은 세대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경기도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한 장병이 채용공고판을 보고 있다.

'투기에 빠진 젊은이들을 어른들이 나서서 구해야한다'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진짜 어른’에 대한 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른’의 사전적인 의미는 ‘다 자란 사람’이나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등이다. 육체적 성장은 물론 사회적 위치까지 포함된 의미다. 이런 사람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선 젊은이들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사전적으로 은 위원장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2030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대체 ‘누가 어른’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투기 위험성을 걱정해주는 것까지는 좋지만 대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2021년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신고된 은 위원장의 재산은 39억2244만원이다. 아파트 매각, 가격상승 등으로 1년새 7억원 가량이 불어났다. 

이를두고 2030은 ‘부동산 투기’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금수저에 치이고 계층 사다리마저 끊긴 이른바 ‘3포 세대’가 넘보기 힘든 자산증식 속도였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해서 집을 장만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가격이 올랐다는 항변이 가능하지만 불로소득이라는 비판에서 비켜나기는 힘들다.

이런 그가 암호화폐 투자를 투기라고 매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최근 청와대 한 청원에 담긴 “4050 인생 선배들은 부동산이 상승하는 시대적 흐름을 타서 노동 소득을 투자해 쉽게 자산을 축적해왔다. 국민의 생존이 달려있는 주택은 투기 대상으로 괜찮고 코인은 투기로 부적절하다? 역시 어른답게 배울게 많다"는 대목은 이를 함축한다.

어쩌면 그의 2030 걱정은 진심이 아닐 수도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발언과 관련 "아마 그런 정도로 한번 정도 과열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다시말해 청년 걱정은 구실이고 환율처럼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구두개입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선 국민 공분을 산 LH 사태의 여론 진화용으로 암호화폐를 들쑤셔놨다는 억측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2030의 불신은 깊다. 2017년 비트코인 광풍의 끝자락에서 버블을 경고하면서 '내기 논란'을 낳았던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 원장은 채용비리 의혹으로 낙마했다. 그는 의혹을 부인했지만 금융당국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가상증표’와 ‘거래소 폐쇄’로 유명세를 탓 던 박상기 전 법무장관도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린 바 있다. '대체 누가 누구를 비판하느냐'는 반박이 나와도 달리 할말이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의 걱정은 한마디로 ‘씨도 안먹히는 소리’가 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어른은 될 수 있다. 하지만 솔선수범이 없는 어른 행세는 2030의 반발심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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