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시나리오] 한강에 뜬 복합 쇼핑몰 '리버 컴플렉스'

한강 보도 전용 교량에 들어서는 복합쇼핑몰 탐방기
2019-06-29 21:51:18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제치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원래 정치인이 아닌 사업가다. 

그는 미국 맨해튼의 트럼프월드를 소유하고 있는 유명한 디벨로퍼다. 무(無)에서 엄청난 건축물들로 유(有)를 창조했던 경험을 오롯이 선거판에 적용해 성공을 거뒀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에는 트럼프 같은 인물이 없을까. 정치인 말고 부동산 사업가로서 이론의 여지가 있겠지만 2017년 7월 7일 한강 한복판에 복합쇼핑몰을 개장한 최한강 대표 즈음이 되지 않을까. 

지난 2012년 여수엑스포 당시 한 작가가 공모한 미래의 수상복합 건물의 모습. River Complex 역시 미래의 인간들의 삶을 감안해 지어졌다. 사진=여수엑스포
지난 2012년 여수엑스포 당시 한 작가가 공모한 미래의 수상복합 건물의 모습. River Complex 역시 미래의 인간들의 삶을 감안해 지어졌다. 사진=여수엑스포

◇ “내 땅이 아니어도 좋다. 땅을 찾아라!” 

부동산 디벨로퍼의 시작은 ‘땅’에서 시작한다. 부동산 디벨로퍼로서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돈을 주고 땅을 사거나 최소한 소유주에게 개발 방향과 사업성을 설득해 사용 승인을 서면으로 받아야 시작할 수 있다. 

최 대표도 언제나 사업의 시작은 사업성이 좋은 땅을 찾는 것이었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울의 땅 값은 천정부지로 상승했고 좋은 땅을 찾아다 해도 사업규모는 수 조원을 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실제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는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은 민간사업자가 철도청에 지불하는 토지대금만 20조원이 넘었고, 결국 세계 경기 침체 속에 사업이 무산됐다. 

2014년 현대차그룹이 낙찰 받은 삼성동 한전부지는 10조원이 넘었고 인근 서울의료원 부지(토지: 2만7744㎡)는 1조원이 넘는 매각 예상가로 아직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땅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수상 위에 건물 짓거나 땅을 만드는 기술은 이제 흔한 기술이 됐다. River Complex 건설 역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의지에 달려에 있는 문제다. 사진=부산시
수상 위에 건물 짓거나 땅을 만드는 기술은 이제 흔한 기술이 됐다. River Complex 건설 역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의지에 달려에 있는 문제다. 사진=부산시

◇ “땅이 없다면 창조하면 된다” 

사실상 좋은 땅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좋은 땅을 찾지 못한다는 것은 부동산 디벨로퍼로서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최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최 대표는 대동강 물을 팔아 먹은 봉이 김선달을 생각하며 서울의 중심을 가로 지르는 한강에 주목했다. 땅이 없다면 창조해버리겠다는 심산이었다. 용산역세권 개발도 결국 한강에 근접하였다는 지리적 이점에 20조원이 넘는 토지 대금을 민간사업자들이 지불하지 않았던가. 

결국 최 대표는 한강 위에 자신의 땅을 창조해냈다. 창조 방법은 너무도 간단했다. 한강에 다리를 지어 국가에 기부채납하고 다리 건설로 생기는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 두바이에 '버즈 알 아랍'이 있다면 서울에는 한강 한복판에 ‘River Complex 2017’ 

최 대표가 창조해 낸 한강 교량의 원가는 다음과 같다. 

한강에 있는 교량 중 가장 긴 것은 김포대교다. 길이는 2280m, 너비 38.2m로 면적은 8만7096㎡(약 2만6346평, 건설비: 1431억원)다. 단순 계산하면 평당 원가는 550만원이 된다.

이와 함께 단순 교량이 아니라는 점, 차량은 통행하지 않는 보행전용 교량이라는 점, 복합건축몰의 구조물을 지탱하는 교량이라는 점을 계산했을 시 통상 3,000억원 규모로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지어진 교량의 길이는 2000m, 너비는 40m로 8만㎡(약 2만4000평)의 면적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제주 신라호텔 면적(8만7283㎡)가 맘먹는 규모다. 

평당 1억2,000만원(삼성동 서울 의료원 부지 기준)에 육박하는 토지가 한강대교 옆 노량진과 용산을 연결하는 보행전용 교량으로 옮겨오면서 평당 1200만원 대의 토지로 바뀐 것이다. 

이는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 호텔이 바다위 인공섬에 세워졌다면 한강 위에는 복합쇼핑몰이라는 세계적 랜드마크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발상의 전환이었던 것이다. 

[주요 한강 교량 규모] 
마포대교 길이 1400m 너비 25m(6차선) 3만5,000㎡(1만606평) 
서강대교 길이 1320m 너비 29m 3만8,280㎡(1만1,600평) 
반포대교 길이 1490m 너비 26m 3만8,740㎡(1만1,739평)

두바이에 수상 호텔로 유명한 알 아랍 호텔이 있다면 서울에는 세계 최초의 강위에 있는 River Complex가 있다. 사진=두바이 알아랍 호텔
두바이에 수상 호텔로 유명한 알 아랍 호텔이 있다면 서울에는 세계 최초의 강위에 있는 River Complex가 있다. 사진=두바이 알아랍 호텔

◇ River Complex 2017 에서만 볼 수 있는 공간들 

소비자가 찾지 않는 공간은 죽은 공간이다. 수려한 풍경을 갖고 있는 아무리 멋진 건축물이라도 소비자가 즐길 거리가 없다면 의미가 없는 곳이다. 그래서 최 대표는 기존의 복합쇼핑몰과는 차별화된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호텔의 컨셉은 버즈 알 아랍이 범선의 돛을 연상시키듯이 교량을 직선이 아니라 타원형의 곡선으로 설계하면서 현수교의 주탑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량 중심부에 배치했다. 

반포대표 하단의 잠수교를 참고해 교량은 복층구조로 설계해 하층에는 쇼핑 스트리트를 배치했다. 또, 유속을 고려해 일부 특정 지역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이용할 수 있는 수중코너를 만들어 레스토랑 등 차별화된 외식업종들이 입점할 수 있도록 했다.

7월7일 개장한 세계 최초 수상 복합몰 River Complex는 복층구조로 설계돼 하층에는 쇼핑 스트리트가 배치돼 있다. 또, 유속을 고려해 일부 특정 지역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이용할 수 있는 수중코너를 만들어 레스토랑 등 차별화된 외식업종들이 입점할 수 있도록 했다.사진은 두바이의 한 수중 호텔. 사진=두바이 호텔
7월 7일 개장한 세계 최초 수상 복합몰 River Complex는 복층구조로 설계돼 하층에는 쇼핑 스트리트가 배치돼 있다. 또, 유속을 고려해 일부 특정 지역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이용할 수 있는 수중코너를 만들어 레스토랑 등 차별화된 외식업종들이 입점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은 두바이의 한 수중 호텔. 사진=두바이 호텔

◇ “관(官)은 설득의 대상이지 비즈니스의 적이 아니다” 

한강은 국가하천이라 서울에 소재하고 있지만 모든 대부분의 관리 감독 권한은 국토부에 있다. 서울시도 함께 설득을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최 대표는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용산역세권 개발 사업이 무산된 이후 그 대안으로 세계 최초 보도 전용 다리를 건설하고 그 위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끝임없이 강조해 인허가를 얻어낼 수 있었다. 

흔히들 공무원을 표현할 때 ‘복지부동’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공무원은 기업가의 입장에서는 감독과 규제에 관심을 가질 뿐 역동적인 비즈니스를 방해하고 민간의 창의적인 생각을 막는 사람들이고 단정한다. 하지만 최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최 대표는 부동산 사업을 하면서 공무원과의 협력 속에서 더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국토부와 서울시가 최 대표의 사업을 승인할 수밖에 없는 근거와 논리들을 제시하는 거름이 됐다. 

최 대표가 생각한 공무원과 협력은 ‘상습적 교통 정체’이었다. 서울은 대도시로서 상습적인 교통 정체로 유명하다. 특히, 고도성장에 따른 녹지 공간 부족은 최대의 약점이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5월 20일 개장한 ‘서울로 7017’은 기존의 고가도로를 시민이 걸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냈다. 남산 성곽 복원 등 서울은 지속적으로 시민이 걸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었다. 또 사드 배치 문제로 다소 주춤하지만 요우커를 비롯한 관광객의 급증으로 서울은 호텔 공급에 애를 먹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강공원과 연결되는 휴식 동선과 공간을 제공하는 보도전용 교량을 시민에게 제공한다는 점, 노량진과 용산의 활성화를 유발하여 세계 경제 위기로 중단된 용산역세권 사업의 재추진을 위한 동력을 제공한다는 점,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숙박 시설의 확충 등 서울시의 예산 부담 없는 민자 사업에 서울시가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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