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2-05 23:49 (목)
[비즈시나리오] 경로당이 음악학원으로... '기타유랑단 랄라라' 히트 비결
[비즈시나리오] 경로당이 음악학원으로... '기타유랑단 랄라라' 히트 비결
  • 류지원 기자
  • 승인 2019.02.13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류지원의 상상 아이디어'... 사교육-노인복지 둘 다 잡은 기타 교실 성공기

'류지원의 비즈시나리오’ 코너는 수많은 크리에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얻어낸 상상 속 아이디어를 현실 세계 속으로 가져오고, 이를 창업 실행 전략 수립을 위한 비즈니스 인사이트(Business Insight)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코너이다. 또 미래에 실현될 마케팅이지만 아직 현실세계에서는 실현되지 않은 마케팅 아이템을 가상의 시나리오 방식으로 풀어낸 콘텐츠다.

라유성 씨는 ‘기타유랑단랄라라’의 대표다. 그의 체격은 왜소하다. 둘러멘 기타가 유난히 커 보일 정도다. 그와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서 만났다. 길상사라면 시가로 1000억 원에 이른다는 우리나라 3대 요정 중 하나였던 대원각을 자야 여사(본명 김영한)가 법정 스님에게 감명 받아 시주한 절이다. 자야 여사는 1000억 원보다 영원한 연인 백석(1912~1996) 시인의 시 한 편을 더 소중히 했다. 백석 시인의 대표적 시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이다. 라 대표와의 인터뷰는 백석 시인의 시로 시작했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중에서 -

◇ 절망의 3포 세대였던 라유성 대표

라 대표는 청년 백수였다. 결혼, 연애, 자녀를 포기한다는 3포 세대이기도 하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 취직 거부, 나라 거부라는 말을 종종 내뱉었다. 그러나 운명의 2013년 어느 가을 날 할아버지 덕분에 알게 된 백석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백석의 시에는 일제치하 시대에 살고 있는 조선 사람들의 애환과 그 애환을 이겨내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일제치하 시대의 조선은 2017년의 대한민국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절망의 시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운명을 바꾸기 위해 몸부림친 조선 사람들의 의지를 시를 통해 알게 된 순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초라했다.

기타유랑단랄라라의 기타 교실은 사교육측면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음악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손자 손녀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더 가깝게 지내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사진=픽사베이
기타유랑단랄라라의 기타 교실은 사교육측면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음악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손자 손녀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더 가깝게 지내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사진=픽사베이

◇ 창업의 길(학원 사업)에 서다

라유성 씨는 대학 졸업 후 사회복지사 자격을 갖고 공공복지시설에서 계약직으로 취직했다.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지만 급여는 정규직보다 낮았고, 미래는 불투명했다. 자신의 삶도 비관적으로 바뀌어갔고, 회사를 그만두기에 이르렀다.

그의 꿈은 원래 기타리스트였다. 사람들에게 기타를 가르친다면 그나마 호구지책은 될 것이라고 위안을 삼으며 기타 강습을 시작했다.

그러던 2013년 가을 어느 날, 라 씨는 서울 장안동에 있는 현대아파트에서 전단지를 주다가 잠시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멍하니 하늘만 쳐다봤다. 옆 벤치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 한 분이 말을 걸어 왔다.

“어이, 기타 청년!”

“예~ 저요? 아! (기타 청년?) 그렇죠! 기타 청년입니다!”

“기타 잘 치면 노래나 한 곡 해봐~”

“예~ 노래요?”

당혹스러웠지만 딱히 거부할 이유도 없었다.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소양강 처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기타 유랑단 랄라라’의 첫 콘서트였다.

2014년 12월 기준 전국노인시설 현황을 보면 노인복지관 344개, 경로당 6만3960개, 노인교실 1361개로 무려 6만5665개가 있다. 서울에만 3298개의 경로당이 있다.

장안동 현대아파트 경로당에서 시작한 기타 유랑단 랄라라의 기타 교실은 현재 서울지역 100곳, 수도권을 포함한 여타 지역 200곳으로 전국적으로는 300여 곳에 이르고 있다.

전체 수강생은 약 3000명으로 소속된 기타 강사만 200여명에 이르는 전국 최대 규모의 기타학원으로 성장했다. 음악을 가르치는 학원이나 교습소는 예술학원으로 분류되는데 통계청의 2013년 기준으로 전국 예술학원은 3만8771개소, 종사자는 6만9345명이다.

음악과 관련된 사교육비는 2014년 기준으로 1조4671억 원이고 초등학교만 1조455억 원이다.

◇ 학원 사업의 핵심 경쟁력, 부동산 비용 ‘제로화’

‘기타유랑단랄라라’의 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경로당 등의 시설을 활용함에 따라 일반 음악 학원에서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교회시설이나 아파트 공동 공간을 활용한 학원 비즈니스가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며 결국 이는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게 될 것이다.

라 대표에게 노래를 권한 할아버지는 한 때 시인을 꿈꾼 문학청년이었다. 6.25전쟁을 겪으면서 지긋지긋한 가난을 이겨내느라 꿈에는 근처도 가지 못했다. 노인이 되어 이제 젊은 날을 회상하며 가끔 시집을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있어 만족해 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라 씨에게 노래의 답례로 백석 시인의 시집을 주었다.

서울이모작지원센터에서 음악 교육을 받고 있는 경로당코디네이터들 모습. 사진=서울시
서울이모작지원센터에서 음악 교육을 받고 있는 경로당코디네이터들 모습. 사진=서울시

◇ SNS로 전 국민과 소통, 사교육과 노인 복지의 두 마리 토끼 잡다

라 대표는 처음 할아버지를 만날 날 이후 가끔 경로당에 들러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들려드렸다. 손자 손녀도 기타 좀 가르쳐달라는 이야기를 하셨고 그것이 경로당에 기타 교실이 열리는 계기가 되었다.

라 대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즐겁게 기타 소리에 맞추어 노래 부르시는 모습, 손자 손녀들이 기타를 배우는 것을 지켜보며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인터넷에 올렸던 것이다. 네티즌의 반응은 뜨거웠다.

기타유랑단랄라라의 기타 교실은 사교육 측면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음악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손자 손녀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더 가깝게 지내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수많은 정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지만 그 어디에도 손자 손녀들의 음악 수업에 조부모가 참여하는 것만큼 큰 즐거움을 주는 프로그램은 없다.

이 사업은 2015년 1월 20일 제정된 인성교육진흥법(교육과학기술부)에 따라 우수 인성교육프로그램으로 지정됐다.

교육비에 대한 예산 지원을 받게 되었고 학부모들은 교육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나아가 보건복지부에서는 노인복지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어르신문화프로그램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조만간 경로당에 대한 음악 시설 및 운영비 지원을 결정함으로써 기타유랑단랄라라 기타 교실의 품질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라 대표는 “사업 조직의 측면에서는 현재 비영리민간단체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협동조합형태로 바꿀 계획이다. 더 많은 이윤만을 목표로 하는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으로는 사교육을 조장하는 학원과 다를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 당초 의도한 착한 음악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기타 전공자는 물론 음악을 사랑하는 청년들을 조합원으로 만들어 함께 사업을 꾸려갈 계획”이라며 인터뷰를 마치고는 기타를 등에 메고 오늘도 유랑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