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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시나리오] 책임지는 플랫폼이 플랫폼 사업의 미래 될 것
[비즈시나리오] 책임지는 플랫폼이 플랫폼 사업의 미래 될 것
  • 류지원 기자
  • 승인 2020.03.0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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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블루오션 전략(저자: 김위찬, 르네 마보안)’은 당시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경영․경제분야는 물론 사회 전반에 블루오션이란 단어를 유행시켰다.

2019년 현재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PC기반에서 모바일로 인터넷 환경이 급격히 이동하면서 블루오션 만큼 영향력을 가진 단어는 아마 '플랫폼'일 것이다.

◇ 플랫폼 비즈니스는 블루오션인가?

플랫폼 혹은 플랫폼비즈니스는 무엇인가. 플랫폼은 양면시장을 기반으로 사업자(공급자)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소비자(수요자)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디지털 공간을 운영하는 사업이다.

에릭 슈밋(Eric Schmidt) 구글 회장도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4인방(Gang of Four)’의 성공 비결은 자기만의 강력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O2O(Online to Offline), IoT(Internet of Things), O4O(Online for Offline), 공유경제, 앱비즈니스(App Business)까지 용어가 조금 다를 뿐 그 핵심은 플랫폼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대표적인 배달앱 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던 무책임(務責任, 45세) 차장은 자신에게도 엄청난 기회가 앞에 있다고 생각했다. 15여년 회사에서 배운 것도 있고 유능한 개발자들도 꽤 많이 알고 있었다. 현장에서 다양한 음식점들을 유치하는 영업 전투력도 있다고 자부했다. 무 차장도 이제 무 사장이 될 수 있는 블루오션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터넷 활용 주도권이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고, 모바일의 상품 결제 주도권은 플랫폼이 쥐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터넷 활용 주도권이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고, 모바일의 상품 결제 주도권은 플랫폼이 쥐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 ‘카펜터스닷컴’ 인테리어 O2O 시장에 도전장

무 사장은 대학에서 실내 인테리어를 공부했다. 배달앱 회사 입사 전에는 꽤 규모 있는 인테리어업체에서 건축기사로 일했다. 하지만 비합리적 비용 책정, 부실한 공사, 책임지지 않는 A/S를 보며 업계를 떠났다.

무 사장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인 비용의 산출을 기반으로 다양한 인테리어 컨셉을 제시하는 업체를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비교 검색하고 사업자인 인테리어업체는 낮은 수준의 마케팅 비용으로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인테리어 O2O 플랫폼’에 도전한 것이다.

그러나 창업의 결과는 처참했다. 실력 있는 견실한 인테리어 업체를 유치하지도 못했고, 소비자는 플랫폼을 신뢰하지도 않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디지털 목수(Carpenter)'가 되는 꿈이 무너졌다.

◇ 레드오션에 빠진 플랫폼

플랫폼비즈니스는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니었다. 무 차장이 15년이나 근무한 배달앱 업계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3개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상위 3개 업체는 서로 수수료 인하 경쟁, 과도한 마케팅 비용으로 제살을 깎아 먹는 출혈 경쟁 중이다.

부동산앱 시장은 ‘직방’, ‘다방’, ‘한방’이 경쟁하고 있다. 숙박앱은 야놀자, 여기어때가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O2O 혹은 하우징O2O’로 분류할 수 있는 집수리 및 리모델링, 인테리어, 보일러 교체 등 영세사업자들이 공급자로 난립하고 있고 소비자는 가격과 품질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시장에서 플랫폼비즈니스를 시도했다는 것은 일부러 레드오션에 다이빙을 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 플랫폼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G마켓은 통신판매중개자이며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따라서 G마켓은 상품·거래정보 및 거래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직방 이용자약관 제15조 (회사의 의무) 2. 회사는 이용자 상호간의 거래에 있어서 어떠한 보증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용자 상호간 거래 행위에서 발생하는 문제 및 손실에 대해서 회사는 일체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며, 거래당사자간에 직접 해결해야 합니다.”

▲“네이버㈜는 결제정보의 중개서비스 또는 통신판매중개시스템의 제공자로서,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며 상품의 주문, 배송 및 환불 등과 관련한 의무와 책임은 각 판매자에게 있습니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오픈마켓 혹은 상품 및 서비스관련 정보를 유통하는 형태이다. 그 유통과정에서 수수료 혹은 광고수입을 수익 모델로 하는 비즈니스인 것이다. 단, 책임은 지지 않는다.

많은 소비자가 이마트나 롯데마트에서 식품을 구매한다. 상품에 문제가 있을 때 소비자는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항의를 한다. “우리는 식품을 전시 유통하는 사업자로서 물품의 품질이나 상태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라고 이마트나 롯데마트가 해명한다면 어느 소비자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는 식품이나 중고차와 같은 상품을 아무리 많이 유통을 시켜도 책임은 지지 않는다. 물론 인테리어나 집수리 같은 공사나 서비스도 플랫폼사업자가 책임을 지는 경우는 없다.

레드오션에 빠진 플랫폼을 구할 수 있는 무책임 사장의 엉뚱한 발상은 무책임한 플랫폼이 아니라 무한 책임을 지는 플랫폼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에서 시작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사업자들의 갑질을 막기 위해 각종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표는 2018년 5월 공정위가 새롭게 개정한 약관 내용. 자료=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사업자들의 갑질을 막기 위해 각종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표는 2017년 5월 공정위가 개정한 약관 내용. 자료=공정위

◇ ‘책임지는 플랫폼’… 소비자의 신뢰 얻다

카펜터스닷컴으로 완벽한 실패를 한 무책임 사장은 이제 토탈 하우징 플랫폼(Total Housing Platform)이라는 비즈니스 컨셉을 재설정하고 서비스 브랜드를 “Total Housing Platform A-RA(믿을만한 업체 알아?)”로 변경했다. 모든 성공한 서비스는 고유 명사로 만들어야한다는 지인의 권유로 A-RA를 서비스 브랜드로 정했다.

브랜드보다 중요한 것은 서비스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원칙 즉 모든 서비스에 대한 불만 사항은 플랫폼사업자가 직접 책임지고 모두 처리한다는 약속이었다.

소비자와의 약속 실현을 위해 ‘A-RA Platform’에 입점하는 모든 사업자는 보증보험회사에서 ‘계약이행보증보험증권’을 제출토록 했다. 기존의 단순한 정보제공및유통계약이 아니라 입점 업체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계약으로 명시하고 그 이행에 따른 실질적인 보장을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는 것으로 담보했다.

카카오택시로 호출하는 택시는 기본적으로 택시자격증 등록 등 서비스품질을 제어하기 위한 기본적인 장치를 두기 때문에 소비자의 신뢰가 있는 것이다. 자신의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을 검증되지 않은 사업자에게 공개할 소비자는 없는 것이다.

초기에는 사업자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무책임 대표는 막대한 광고비를 투입하는 마케팅 대신에 사업자의 보증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입소문이 효과를 발휘했고 이제 사업자 입장에서는 ‘A-RA Platform’에 입점했다는 표지판을 자기 업소에 게시하는 것만으로도 오프라인에서도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

A-RA Platform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자신의 집 인테리어를 하든 고장난 보일러를 교체하든 다양한 사업자를 가격 측면과 다른 소비자의 평가 등을 참고하여 비교검색하고 선택을 하면 된다. 선택이 힘들다면 플랫폼사업자가 지정해주는 곳을 이용하면 된다. 어느 경우든 입점한 개별사업자가 아니라 플랫폼사업자의 브랜드를 믿고 안심하고 자신의 집을 열어줄 수 있는 믿음이 형성된 것이다.

무 사장은 앞으로는 책임지는 플랫폼이 플랫폼 사업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책임지는 플랫폼에 소비자들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원칙이 막대한 마케팅 비용보다 장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해 책임지지 않은 플랫폼은 도태하고, 책임지는 플랫폼들이 경쟁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