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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산책] '피임약' 검색량으로 본 경제 이야기
[데이터 산책] '피임약' 검색량으로 본 경제 이야기
  • 송원근 기자
  • 승인 2019.06.17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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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7월 中 '피임약' 검색하는 20~30대 여성 감소 추세
크리스마스날 '사후피임약' 검색하는 20대 남성도 점점 줄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여름 휴가철은 생리지연이나 피임을 위해 경구 피임약 복용을 처음 시작하는 여성이 연중 제일 많은 때입니다. 실제로 피임약이 가장 많이 팔리는 시기도 7~8월입니다. 임신을 피하기 위해서일 뿐 아니라 물놀이를 편하게 즐기기 위해서도 많은 여성들이 피임약을 찾습니다. 물속에서 자칫 생리혈이 새어나오기라도 하면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닐 뿐더러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테니까 말입니다.

많은 여성들은 피임약 복용법, 피임약 부작용 등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합니다. 실제로 네이버 트렌드를 통해 2016년 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피임약’ 검색량 추이를 살펴보니, 각 연도 모두 7월에 검색량이 가장 많았습니다. 검색량이 가장 적은 달은 2018년까지는 모두 2월과 3월이었습니다. 2019년은 2·3월보다 4월이 더 적은 것도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월별 '피임약' 검색량
차트1. 월별 '피임약' 검색량 추이. 분석기간=2016년 1월 1일부터 2019년 5월 31일까지. 분석도구=네이버 트렌드. 상세조건= 검색어 '피임약' / 19~49세 여성

그런데 7월 중 검색량을 각 연도별로 비교해보니 해가 갈수록 검색량이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차트1은 '피임약' 검색량을 네이버 트렌드로 조사한 것입니다. 네이버 트렌드는 검색량 절대값을 제공하지 않고 상대값만을 제공합니다. 2016년도 7월의 검색량을 100으로 환산하면 2017년도 7월은 88.1로, 2018년 7월은 81.2로 낮아졌습니다. 다시 말해 2016년 7월에 100명의 여성이 피임약을 검색했다면, 다음해 7월에는 88명이, 그다음해 7월에는 81명의 여성이 검색했다는 뜻입니다. 2018년 7월은 그로부터 2년 전보다 약 20% 감소한 것입니다. 이런 추세는 7월에 휴가를 떠나거나 물놀이를 즐기는 여성이 그만큼의 비율로 줄었다는 방증으로 풀이됩니다. 

차트2. '사후피임약' 검색량 추이. 조사기간=2016년 1월 1일부터 2019년 5월 31일까지. 상세조건=검색어 '사후피임약' / 분석대상 '19~29세 남성'
차트2. '사후피임약' 일별 검색량 추이. 조사기간=2016년 1월 1일부터 2019년 5월 31일까지. 상세조건=검색어 '사후피임약' / 분석대상 '19~29세 남성'

여기서 또 하나의 통계를 보겠습니다. 차트2는 19세부터 29세 남성의 '사후피임약' 검색량을 일별로 나타낸 것인데, 도드라지게 위로 솟은 꼭짓점의 좌표는 각 연도 모두 12월 25일이었습니다. 20대 남성이 다른 날보다 유독 크리스마스일에 '사후피임약'을 더 많이 검색했다는 것은 이날 또는 그 전날인 이브일에 성관계가 평소보다 많았기 때문이라는 추정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통념과도 일치합니다. 반면 30대 남성과 40대 남성이 어떤 날에 사후피임약을 가장 많이 검색했는지를 네이버 트렌드로 조사해보니, 30대와 40대 남성 모두 조사기간 중 올해 4월 11일에 검색량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날은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를 헌법불합치로 선고한 날입니다. 30~40대 남성이 자기 파트너와의 관계 때문에 이날 사후피임약을 검색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차트2가 말하는 또 한 가지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크리스마스일에 사후피임약을 검색하는 빈도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크리스마스일을 제외하면 사후피임약 검색량은 연중 고르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평소보다 크리스마스일에 사후피임약에 대한 관심이 치솟는 정도는 해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습니다.

20~30대 여성이 7월에 '피임약'을 검색하는 빈도가 줄어드는 것과 20대 남성이 크리스마스일에 '사후피임약'을 검색하는 빈도가 줄어드는 것은 2016년 1월부터 2019년 5월에 걸쳐 하나의 추세로 나타난 현상입니다. 여름휴가의 필수품인 '피임약' 그리고 크리스마스 '거사(?) 성공의 증거' 중 하나인 '사후피임약'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혹시 휴가에 필요한 경제적 비용이 부담돼 휴가를 떠나지 못한 20~30대 여성이 해가 갈수록 많아진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크리스마스 특별 이벤트를 해줄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20대 남성들이 늘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지난해 경기불황에 기록적 폭염까지 겹쳐 휴가지 특수가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과 최근 대학가 모텔촌이 불황이라는 소식이 검색량 데이터를 통해 아프게 되살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