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N] 정부조사단, “포항지진 원인은 지열발전소”... “어느 정권 책임?” 누리꾼 공방

정부조사연구단, 20일 “2017년 5.4 포항지진, 자연지진 아닌 촉발지진” 발표
19~23일 닷새간 ‘포항지진’ SNS 언급량 1만 7936건
네이버 기사 385개 댓글 13973개
2019-03-24 14:10:59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5.4 규모의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니라 인근의 지열(地熱)발전소가 원인이 된 ‘촉발지진’이었다는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가 전국을 흔들었다.

기록이 남아있는 지진 중 2016년 9월 경북 경주지진(규모 5.8)에 이어 기록된 두 번째로 강했던 포항지진이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人災)였다는 것이다.

대한지질학회는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지진조사연구단의 이런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정부연구단에 참여한 해외조사위원회는 앞서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포항지진 본진(本震)을 촉발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지열발전의 원리는 수 ㎞ 지하에 물을 넣고 땅의 열로 데운 뒤, 이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4∼5㎞ 정도로 땅을 깊게 파는 데다 지하에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이 있어,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에 응력이 추가돼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포항지열발전소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 하에 민간기업인 ㈜넥스지오 주도로 만들어졌다. 지난 2012년 9월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에서 착공돼 2016년 6월 1차 설비가 완공됐고 넥스지오가 지하 4.2~4.3km 지점에 지열발전정 2개를 시추한 뒤 시운전해 왔다.

지열발전소는 시험발전을 거쳐 2017년 말 6.2MW 규모의 상업발전소로 확대운영될 예정이었지만, 2016년 12월 15일부터 1주일간 총 3천681㎥의 물 주입을 마친 다음 날인 23일 포항 북구 북쪽 9km 지역에서 규모 2.2의 지진이 일어나는 등 몇 차례에 걸쳐 지진이 발생하다가 2017년 규모 5.4의 대형지진이 터진 것이다.

포항지진 당시 135명의 인명피해가 났고 공식 재산피해도 850억원에 달했다. 간접 피해액까지 포함하면 3300억원에 이른다. 2018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일어난 지진으로 시험날짜가 1주일 연기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지진 직후 과학계에서는 진앙(震央)이 지열발전소의 수백m 근처였다는 점 등을 들어, 지열발전소에서 지하에 주입한 물이 단층을 움직이게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이진한 교수와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김광희 교수 등이 참여한 국내 연구진은 이런 연구 결과를 작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하기도 했다.

◆ 3.19~3.23 닷새간 ‘포항지진’ SNS 버즈량 17,936건... 22일 버즈량(5747건) 정점

이번 정부연구단 발표를 누리꾼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빅터뉴스(BDN:BigDataNwes)가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닷새간 SNS 여론을 소셜메트릭스로 분석한 결과 ‘포항지진’에 대해 총 1만 7936건의 버즈량(SNS상 해당 단어에 대한 언급량)이 발생했다.

그 중 트위터가 1만 6168건으로 가장 많았고, 언급된 뉴스도 878건에 이르렀다. 그밖에 커뮤니티 428건, 블로그 322건, 인스타그램 140건 등이었다.

버즈량은 19일 74건에서 정부조사 결과가 발표된 20일 4509건으로 급증했다가 22일 5747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트위터 비중이 높은 소셜메트릭스에서 ‘포항지진’ 책임 소재를 따지는 트윗들이 다수 리트윗 되면서 이틀 후까지 높은 버즈량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림=‘포항지진’ SNS 언급량 추이
그림=‘포항지진’ SNS 언급량 추이

◆ “포항지진, 지열발전이 촉발” 기사에 “석학들 연구결과를 뇌피셜로 거부?” 등 댓글 3천개

뉴스와 누리꾼들 댓글은 정부조사단 발표 당일에 집중됐다.

연합뉴스 「정부연구단 "포항지진, 지열발전이 '촉발'…자연지진 아냐"(종합)」은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의 상관관계를 1년간 정밀 조사한 결과 지열발전을 위한 물 주입이 지진을 일으키는 단층대를 활성화시켰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를 보도하며 순식간에 3000개의 댓글을 모았다.

누리꾼 star****의 “대체 지능이 얼마나 떨어지면 석학들이 모인 국제 연구단의 연구결과를 자기들 뇌피셜로 거부하는 걸까? 국민이 개돼지는 아니지만 국민중에 개돼지가 있는 것은 틀림없다. ㅉㅉ”은 2817개의 공감(비공감 357개)를 얻었고, “지열발전소때문에 알려지지않은 단층대 활성이라니... 포항분들 어떡해요.. 이명박이 미쳤었네”(rach****), “포항시민이라면 다들 지열발전소때문에 지진이 난걸로 알고 있어요~~ 겪어 보지도 않고 이제껏 엉뚱한 소리라고 매도한 사람들은 본인들 사는 동네에 지열발전소 옮기고 아파트 앞뒤좌우로 흔들어대는 지진공포에 노이로제 걸려 보시길요”(cjsq****) 등 댓글이 이어졌다.

◆ “지역발전소 계획하고 허가한 자 처넣어라” 댓글에 “노무현 때 계획하고 MB 때 만들었다” 답글도

KBS가 보도한 「‘인구 50만’ 대도시 옆 지열발전소…지진 위험성 검토 했나?」는 인구 50만 도시 포항에 지열발전소를 짓는 게 맞았는지, 처음부터 위험을 무시한 사업 아니었는지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이미 지열발전소로 인해 지진이 난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는 2006년, 물 주입 후 며칠 만에 지진이 일어나 작업이 중단됐고 3년 뒤 폐쇄됐다. 2015년 미국 오클라호마 지진은 셰일가스 채굴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인구 50만명이 사는 대도시 옆에 지하 4.5km까지 시추하는 심부발전 방식은 포항이 아시아 최초였다고 비판한 이 뉴스에는 2745명의 누리꾼이 댓글을 달았다.

“처음 지열발전소 계획한놈하고 검토 대충하고 허가한* 이*들은 그냥 쳐넣어라”는 댓글(47tj****, 공감 2608개)에는 “ㅋㅋㅋ또 물타기하네 시운전할때 부터 지진발생했다는데 그때 정부도 책임이있지^^~ 문재인정부ㅋㅋㅋ”(hjhf****), “2003년 노무현때 계획했고 이명박때 만들어졌는데요... ㅠ”(dlwj****) 등 답글들이 달리며 포항지진의 원인이 된 지열발전소에 대한 책임이 어느 정권에 있는지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 이진한 교수, “포항지진 경고 논문 내자 지열발전소가 제소”.. 트위터에 링크되며 버즈량↑

‘포항지진’에 대한 SNS 전체 언급량의 90.3%를 차지한 트위터에선 누리꾼 Snat****의 22일 트위터 “이진한 교수 "포항지진 경고 논문 내자, 지열발전측이 제소" https://mnews.joins.com/article/23418015 – 이 교수가 얘기한 멈출 수 있었던 순간 2015년 10월 2016년 1월 2017년 4월 응 다 박근혜 + 황교안 때 ㅅㄱ”가 1069회 리트윗 되면서 버즈량을 높였다.

링크한 중앙일보 「이진한 교수 "포항지진 경고 논문 내자, 지열발전측이 제소"」는 지난해 4월 사이언스지에 ‘2017년 포항지진의 유발지진 여부 조사’라는 논문을 게재한 이진한(62)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가 ‘지열발전 주관 기관인 넥스지오로부터 연구윤리위반 혐의로 제소당하고 관련학계와 기업들이 그에게 등을 돌리는 등 1년간 고초를 겪었다’고 털어놓은 인터뷰 기사다.

이 교수는 경주지진 전인 2015년 10월 시추작업 중 이수(泥水:수분을 머금은 진흙)가 대거 유실됐고, 2016년 1월 물 주입 양보다 큰 규모(2.1)의 지진이 발생해 당시 스위스 기업 지오에너지 대표 마이어 박사가 2차 물주입을 하기 전에 정밀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지만 묵살됐다고 말했다. “2017년 4월 15일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물 주입 중단과 정밀조사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지 성향 누리꾼이 많은 트위터에서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난 트윗이 여러 차례 리트윗 되기도 했다.

누리꾼 so**의 22일 트윗 “자한당이 '하다 하다못해 이젠 포항 지진마저 전 정권 탓이냐'고 한 모양인데, 전 정권 탓 맞어! 당신들 탓 맞다고! 이명박 정부 때 무리하게 지열발전소 건설했고, 박근혜 정부 때 '지열발전으로 많은 미소지진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큰 규모의 지진이 유발될 수 있다'는 경고, 무시했잖아?”는 1162회 리트윗 되며 포항지진의 원인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는 누리꾼들의 지지를 받았다.

전날인 21일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정부조사연구단 발표로 포항시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유발하고 촉진시키고 방치한 것이 문재인 정권이었음이 분명해졌다”며 “인재를 재해로 촉발시켜 재앙을 일으킨 원인은 문 정권의 안이함 때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 “알면 알수록 기가 막혀”·“이전 정권 탓하는 한국당 뻔뻔해”, 인스타그램 인기 글 부상

10~20대 이용자가 많은 인스타그램에서도 뉴스1의 「한국당 “포항지진 이전 정권탓 ‘文 정부’ 자성부터 하길”」 이란 제목의 민 대변인 논평 사진을 캡처해 “#뻔뻔하기로는세계선수권자#옜다#챔피언먹어라”며 조롱한 누리꾼 never_ag******의 글이 ‘좋아요’ 802개를 받으며 2위에 올랐다.

1위는 중앙일보의 고려대 이진한 교수 인터뷰 기사를 링크해 “알면 알수록 #기가 막힌다”라고 비판한 같은 누리꾼 never_ag******의 글로 ‘좋아요’ 905개를 얻었다.

◆ 포항지진 연관어에 ‘이명박’, ‘문재인’, ‘박근혜’ 

이 기간 ‘포항지진’의 연관어로는 ‘포항’, ‘지진’, ‘지열발전소’ 등이 최상위에 오른 가운데 ‘이명박’(3928건)과 ‘정권’(3593건)이 6위와 7위에 각각 올랐다.

포항지진의 책임이 어느 정권에게 있나 공방이 벌어지면서 ‘문재인정부’(1944건, 14위), ‘박근혜’(1870건, 15위), ‘박근혜정부’(1443건, 23위) 등도 순위에 등장했다.

검색어 ‘이명박’은 “포항의 지열 발전소는 (자칭) 포항이 '고향'이라는 이명박의 프로젝트였고, 결과적으로 그게 포항의 지진으로 돌아왔다는 건데. 갑자기 또 포항 지진 때 이명박이 성금을 5백만 원만 내는 바람에 포항 시민들한테 '그렇게 돈 많은 인간이 겨우 5백만 원 냈다더라'면서 욕먹었다는 이야기도 생각남.”이라는 누리꾼 Ho**의 20일 트윗이 379차례 리트윗 되며 연관어 순위와 연결됐다.

그림=‘포항지진’ 연관어 워드클라우드
그림=‘포항지진’ 연관어 워드클라우드

◆ 5일간 ‘포항지진’ 키워드 네이버 기사 385개, 댓글은 총 13,973개

한편, 뉴스와 댓글 분석 프로그램 ‘채시보(采時報)’로 살펴본 결과, 닷새간 ‘포항지진’을 키워드로 한 네이버 기사는 385개, 댓글은 총 1만 3973개였다.

날짜별로는 정부조사 발표 날인 20일 하루만 기사 273개에 댓글 9902개가 달리는 등 뉴스와 댓글이 집중됐다.

그림=‘포항지진’ 날짜별 네이버 기사와 댓글 수
그림=‘포항지진’ 날짜별 네이버 기사와 댓글 수

닷새간 ‘포항지진’ 관련 기사의 제목 키워드 순위와 검색 수는 ‘지진’(468), ‘포항’(402), ‘지열’(200), ‘촉발’(130), ‘정부’(115) 등이었고, 본문 키워드로는 ‘지진’(4180), ‘포항’(2827), ‘지열’(2051), ‘정부’(1552), ‘발전’(1108) 순이었다.

표=‘포항지진’ 제목 및 본문 키워드와 검색수
표=‘포항지진’ 제목 및 본문 키워드와 검색수

그러나, 댓글 키워드 순위로는 ‘지진’(563), ‘지열’(387) ‘포항’(315) 등이 최상위인 가운데, ‘정권’(261)과 ‘이명박’(184)이 각각 4위와 7위에 올라 포항지진 원인으로 거론되는 지열발전소에 대한 책임이 이명박 정권에 겨눠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댓글 키워드로 ‘문재인’(81건, 16위), ‘노무현’(67건, 19위) 등 전현직 대통령이 거론됐지만 ‘박근혜’는 30위권 댓글 키워드에 등장하지 않았다.

표=‘포항지진’ 댓글키워드 순위 및 검색수
표=‘포항지진’ 댓글키워드 순위 및 검색수

포털 네이버에서 누리꾼들이 검색한 양의 추이를 보여주는 네이버 트렌드는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가 있던 20일을 제외하고는 검색량이 두드러지지 않아 소셜메트릭스로 분석한 SNS 버즈량과 차이를 보였다.

그림=‘포항지진’ 네이버 트렌드
그림=‘포항지진’ 네이버 트렌드

‘포항지진’에 대한 누리꾼들의 언급에 포함된 감성어 비율은 부정이 45.8%로 긍정 23.8%를 크게 상회했다. 중립어가 29.8%로 긍정어 비율을 넘었고, 기타는 0.5%였다.

그림=‘포항지진’ 긍부정 감성 추이
그림=‘포항지진’ 긍부정 감성 추이

부정감성어 중 1위는 ‘참사’였고 1542회 언급됐다.

연합뉴스 「與 "포항지진, 보수정권 무능이 부른 참사"..한국당 전방위 압박」 기사가 링크된 트윗들이 리트윗을 반복하면서 버즈량을 높였다.

그밖에 ‘피해’(1048건), ‘피해입다’(449건), ‘유감’(441건), ‘압력’(323건) 등 부정감성어가 이어졌다. ‘국정농단’(187건)과 ‘부실’(185건)도 10위 내에 들었다.

긍정감성어 중 1위는 ‘보상’(935건)이었다.

“MB가 고향에 지진을 선물한 셈이다. MB 재산 모두 털어 보상해야 한다.”는 트윗이 314회 리트윗 되는 등 포항지진 피해주민들에 대한 보상 관련 트위터들이 버즈량을 높였다.

이밖에 ‘가능하다’(810건), ‘바라다’(439건), ‘안전’(425건), ‘환호’(208건) 등이 순위에 올랐다.

그림=‘포항지진’ 감성키워드 순위
그림=‘포항지진’ 감성키워드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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