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시나리오] 듣고 싶은 소리만 듣는 '안심보청기'

'류지원의 상상 시나리오'... 부킹용 보청기, 소음제거 기술로 대박났네
2018-11-05 16:33:30
‘류지원의 비즈시나리오’ 코너는 수많은 크리에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얻어낸 상상 속 아이디어를 현실 세계 속으로 가져오고, 이를 창업 실행 전략 수립을 위한 비즈니스 인사이트(Business Insight)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코너이다. 또 미래에 실현될 마케팅이지만 아직 현실세계에서는 실현되지 않은 마케팅 아이템을 가상의 시나리오 방식으로 풀어낸 콘텐츠다.

[아이템] 능동소음제거(ANC: Active Noise Control) 기술

2013년 6월 3일 토요일 아침 홍대 클럽 근처 포장마차에서 세 남자가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치과 치료용 ‘어린이안심보청기’를 생산하는 (주)소리세상의 왕건 대표(45)와 국내사업을 총괄하는 안제현 본부장(36),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이승현 본부장(36)이었다. 

세 사람은 (주)소리세상의 직원과 사장이기 전에 클럽 사장과 손님이었다. 클럽 영업시간이 끝나면 소주잔을 기울이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지내는 사이였다. 

이날도 부킹을 이야기하다가 손님으로 왔던 이 본부장이 “이제 나이가 들어 음악 소리도 너무 크고 부킹을 한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다”고 투덜댔다. 나머지 두 사람은 ‘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타박했다. 

그런데 갑자기 안 본부장이 보청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듣는 입장에서는 갑자기 보청기 이야기를 하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젊음의 상징’인 홍대 클럽 근처서 말이다. 

보청기라는 것이 소리를 잘 듣게 하는 것이라면 반대로 소리를 잘 들리지 않게 하는 것도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 안 본부장의 주장이었다. 

이들은 이 아이디어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더욱이 클럽 사장은 술기운을 빌어 흔쾌히 초기 자금을 투자하겠다고 공언도 했다. 결국 그 날의 술자리는 치과용 어린이안심보청기 프로젝트를 위한 도원결의가 됐다. 

처음에는 클럽에서 판매하려고 했지만 소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분야로 마케팅 타깃을 변경했다. 그 분야는 '치과' 산업이었다. 사진=픽사베이
처음에는 클럽에서 판매하려고 했지만 소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분야로 마케팅 타깃을 변경했다. 그 분야는 '치과' 산업이었다. 사진=픽사베이

◇ ‘클럽용 보청기’ 치과용으로 확대 

보청기를 제작하는 일은 이들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친구 사이였던 두 사람은 IT관련 장치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고, IT관련 사업을 진행한 바도 있다. 

다행히 제품 기술 개발의 경우 난이도가 높지 않아 2014년 상반기에 법인 설립을 완료할 수 있었다. 다만, 스타트업 기업이나 벤처기업이 간과하기 쉬운 디자인의 문제에 있어 충분한 비용을 투자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중소기업 디자인역량강화사업을 이용해 적은 비용으로 만족할만한 제품 디자인도 완성할 수 있었다. 제품 가격은 한 세트 기준 99만원으로 판매하고 있다. 

보청기의 경우 난청 정도에 따라 또 사용 환경에 따라 최소 50만원에서 600만원이 넘는 보청기도 있음을 감안할 때 99만원의 판매 가격을 적정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시장에서 보청기의 경우 통상 내구 연한은 5년으로 계산하고 있는데 어린이 안심 보청기의 경우 디자인 트렌드와 추가 기능의 적용을 고려할 때 평균적인 제품 주기는 3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발상 초기에는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는 클럽 사장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후 제품 개발을 하면서 시장 타깃을 ‘치과’ 산업으로 바꿨다. 

치과는 어린 아이는 물론 어른도 가는 것을 꺼려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치과 의료 기기의 소음으로 인한 공포감이었다.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인 치과 치료의 두려움 때문에 어린이 전문 치과의 경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이용한 인테리어를 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또한 웃음 가스를 이용한 어린이 대상 수면 치료라는 것도 많이 시술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들은 추가 비용으로 환자가 10~20만원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한 유명 오디오업체가 비행기 소음을 없애 준다고 개발한 보청기 신문 광고의 모습. 이 광고에 따르면 이 보청기에는 능동 소음제어 기술(active noise cancelling technique)이 적용돼 있어 1990년 중반부터 치과 산업에 사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상용화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사진=보세
미국의 한 유명 오디오업체가 비행기 소음을 없애 준다고 개발한 보청기 신문 광고의 모습. 이 광고에 따르면 이 보청기에는 능동 소음제어 기술(active noise cancelling technique)이 적용돼 있어 1990년 중반부터 치과 산업에 사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상용화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사진=보세

◇ 능동소음제거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시장 

‘안 들리는 보청기’의 핵심 기술은 ‘능동소음제거’다. 

능동소음제거(ANC: Active Noise Control) 기술이란 듣기 싫은 소음을 제거하는 기술로 그 원리는 제거하고자 하는 치과 치료 기기의 불편한 소음과 반대 위상의 소음을 만들어 소음을 없애는 것이다. 이 기술은 이미 1932년 독일의 발명가 루에그란 사람이 제안한 것으로 최근 전자제어기술의 발달로 실용화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는 건축용 돌을 자르는 현장의 근로자는 엄청난 소음에 시달리는데, 석쇄기의 소음을 녹음해 이와 반대되는 위상의 소음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항공기도 이 기술을 이용해 엔진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을 줄인다고 한다. 

최근에는 고급 승용차에도 엔진이나 바퀴와 지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제거하기 위해 능동소음제어 기술을 쓴다. 근래는 수동적인 단순한 소음 제거보다 한층 적극적 개념으로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ASC)’이란 기술로 발전하고 있어 (주)소리세상의 향후 기술기반 비즈니스의 성장성도 매우 높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발로 뛰던 영업 결국 유튜브 동영상으로 대박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지만 사업은 쉽지 않았다. 브로셔를 들고 치과를 일일이 방문 했고, 주변에 치과 아는 사람 소개해달라고 귀찮아할 정도로 닦달하기도 했다. 

몇 달 동안 치과와 관련된 곳이라면 다 찾아갔다. 빚을 내 치과의사협회지 등에 광고도 했다. 결과는 미진했다. 매출액은 몇 천 만원에 불과했다. 3인의 인건비는커녕 안심보청기를 제조해야 하는 자금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사람들 마음속 깊이 박혀있는 소리를 크게 들려주는 보청기의 상식을 깨는 것이 쉽지 않았다. 

(주)소리세상의 왕건 대표(45)와 국내사업을 총괄하는 안제현 본부장(36),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이승현 본부장(36)은 시끄러운 클럽에서 여자와 대화를 잘하기 위해 보청기를 만들었다. 사진=픽사베이
(주)소리세상의 왕건 대표(45)와 국내사업을 총괄하는 안제현 본부장(36),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이승현 본부장(36)은 시끄러운 클럽에서 여자와 대화를 잘하기 위해 보청기를 만들었다. 사진=픽사베이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의 제안으로 치과에서 어린 아이가 두려움 없이 치료를 받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1주일도 지나지 않아 해당 유튜브의 조회 수가 300만을 넘겼다. 특히,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반응도 뜨거웠다. 

단순한 치료 영상이 아니라 회사 대표의 손자를 출연시켜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치료 받는 모습이 부모들의 마음을 강타했다. 그리고 지금은 월 매출이 20억 원에 달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 3인방은 “전국에 치과가 1만 곳이 넘는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라며 “예전 IT사업으로 실패한 경험을 살려 국내 치과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개척하겠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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