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홍근 BBQ 회장은 진정 가맹점주를 패밀리로 생각할까?

틈만나면 가맹점과 상생 강조하면서 원부자재 최대 70% 인상
최근 3년간 영업이익 1300여억원…코로나19 이후 고공행진
가입 강제한 '동행위원회' 동의했다지만 일부 가맹점주 반발
이수룡 기자 2022-04-29 15:54:35
비비큐(BBQ)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자재 가격을 최대 70%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지난 1월 3일 신년식에 참석해
신년사를 하고 있다.

비비큐(BBQ)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자재 가격을 최대 70% 인상하기로 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BBQ는 원자재 상승으로 가격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가맹점의 동의를 얻었고 부담도 최소화했다고 강조했지만 당장에 코로나로 힘든 시국에 가맹점의 부담을 키워서야 되겠느냐는 쓴소리가 나온다. 일부 가맹점주들은 '일방적 통보'라고 반발하고 있다. 윤홍근 BBQ 회장이 틈만 나면 가맹점과의 상생을 외쳐온 상황에서 자칫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BBQ는 최근 가맹점에 내달 2일부터 원부자재 50개 품목의 가격을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전체 평균 약 20%대 상승이지만 쿠킹호일의 경우 인상률은 70%에 달한다. 인건비, 곡물가와 사료값 급등 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졌고 그동안 본사가 비용 부담을 하며 버텼지만 더는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BBQ의 입장이다. 특히 BBQ는 이번 인상이 가맹점과의 소통 채널인 동행위원회에서 결정됐다는 사실을 덧붙였다. 

앞서 BBQ는 치킨값을 2000원 올리면서도 가맹점들의 강력한 요청있었다는 점을 힘주어 강조했다. 당시 BBQ는 "배달앱 수수료, 인건비 상승 등으로 가맹점들의 제품 가격인상 요구가 꾸준히 있어 왔다"고 설명하면서 이달 12일 '동행위원회'에서 치킨값 인상을 재차 요구했다는 구체적인 사실도 밝혔다. 가맹점의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인상이었다는 것이다.

치킨값과 원부자재 인상에 가맹점들의 적극적인 요구와 동의가 큰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다.

제너시스비비큐 홈페이지 '가맹점이 살아야 본사가 산다' 경영이념 캡쳐.

그럼에도 여론은 좋지 않다. BBQ가 코로나 이후 '사상 최대'의 실적 고공행진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BBQ의 영업이익은 2019년 259억원, 2020년 531억원, 2021년 607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42%, 105%, 14%나 급증했다. 3년만에 영업이익이 2.5배 가량 불어난 것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경우 286억원으로 전년도 51억원 대비 무려 5배가 뛰었다. 코로나 장기화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기업들이 즐비한 상황에서도 BBQ는 그야말로 돈을 쓸어담았다는 이야기다. 

영업이익률로 보면 BBQ 수익성은 더욱 또렷해진다. 산업연구원 통계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국내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91% 수준이다. 서비스업도 6.38%에 그쳤다. 당시 BBQ의 영업이익률은 16.8%다. 지난해는 18%로 올랐다. 

물론 BBQ는 치킨값 가격인상분 본사와 가맹점 비율을 각각 54%와 46%로 정하고, 원부자재 인상도 총 130여개 품목 중 50개 품목 가격만 조정해 가맹점을 배려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문제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 가맹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치킨보다 원부재료값이 더 올라 역마진이 날 수 있다거나 가맹점에 원재료 인상 등 부담을 떠넘겼다는 등 가맹점들의 불만이 언론 지면을 채우고 있다. 원부자재 가격 인상이 협의나 상의없이 이뤄진 일방적인 통보라며 ‘동행위원회’가 대체 누구편이냐는 비판도 들린다. 

‘동행위원회’는 BBQ와 가맹점단체인 ‘BBQ동반행복 가맹사업자협의회’로 구성된다. 그 본질을 잘 알 순 없지만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과정에서 그 일부를 엿볼 수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BBQ는 단체 행동 가맹점들에게 타당한 근거없이 계약갱신 거절을 통보했고 향후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계약종료유예요청서와 각서를 강제했다. 특히 ‘동행위원회’에 가입하지 않으면 가맹계약 효력이 상실된다는 내용의 부당한 계약서를 들이밀기도 했다. BBQ에게 ‘동행위원회’ 가입이 불법을 마다할 정도로 아주 중요한 의미였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는 BBQ가 가격 인상을 알리면서 내세운 '가맹점 동의'에 대한 신뢰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BBQ 가격인상에 '가맹점'이 일종의 도구나 지원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물음표다. 앞서 윤 회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제품 가격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소상공인, 즉 가맹점들의 어려운 현실을 들먹였다가 ‘차라리 사업을 접으라,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자사 치킨값 인상을 위해 소상공인을 팔지 말라는 비판이었다.

근본적으로 코로나의 그늘이 여전한 상황에서 '역대 최대 실적' BBQ가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의 부담을 키우는 가격인상에 나섰다는 데 여론이 고을리 없다. 현재 외식산업협회 상임 회장을 맡고 있는 윤 회장이 힘든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모를리도 없다. 아울러 BBQ가 가격인상 이전에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도 의문이다. 제조업처럼 원가 감소를 위한 피나는 노력이 없는 가격인상이라면 '손쉬운 비용 전가'라는 비판을 피해가긴 힘들다.

BBQ는 가맹점을 '패밀리'라고 부른다. 가맹점주를 가족과 같은 '공동 운명체'라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착각해선 안된다. 가맹점은 프랜차이즈 본사에 돈을 벌어주는, BBQ가 아주 깍듯이 모셔야할 고객이지 희생을 요구할 수 있는 그런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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