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테크, 제품 개발 계약 맺은 뒤 일방 파기 의혹

기술 이전 조건으로 계약해 제품 개발했는데 "나 몰라라"
장애인기업, 내시경 용종 제거기 개발비 부담 파산 위기
나눔테크 “치명적 결함 개선 요구했지만 이행의지 없어”
장봉현 기자 2024-04-10 17:28:29
장애인기업인 GEC가 개발한 스네어(Snare). 내시경의 기구 삽입용 채널에 넣어 인체 내 위와 대장의 점막에 발생한 선종, 용종 등의 병변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올가미 형태의 일회용 의료기기다. 사진=장봉현 기자. 

억울함을 호소하던 한 장애인기업 대표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렀다. 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국내 유명 의료기기 제조 업체와 제품 개발 계약을 맺은 뒤 완성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돌연 파기 당해 파산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금형 기반의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이자 장애인기업인 GEC는 지난 2022년 7월 심장자동충격기(AED : 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 전문 제조회사인 나눔테크와 ‘스마트 스네어 개발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스네어(Snare)는 내시경의 기구 삽입용 채널에 넣어 인체 내 위와 대장의 점막에 발생한 선종, 용종 등의 병변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올가미 형태의 일회용 의료기기다. 

당시 GEC는 의료기 부품에 관심을 갖고 코트라를 통해 러시아와 에티오피아 등에 제품을 소개 해오고 있었다. 의료기기의 경우 까다로운 인증과 자금 투자, 판로 확보 등 소규모 기업인 GEC의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나눔테크에 제품 개발을 제안했다. 

두 회사가 맺은 계약서에 따르면 개발이 완료되면 기술 이전은 물론, 특허 등의 지식재산권, 유럽을 제외한 국내 외 시장 마케팅 권한을 넘기기로 했다. 나눔테크는 기술 이전 대가로 10억원의 현금 지급과 개발 기간 제품 생산에 충족하는 금형 제작비용을 지원키로 약속했다.

GEC는 이후 나눔테크에서 요구한 수준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대출 등으로 자금을 마련해 공장과 관련 장비, 연구 인력을 투입해 개발에 매진했다. 지난해 6월에는 개발된 시제품을 양사가 참관한 가운데 1차 성능평가 시험까지 마쳤다. 당시 시험 결과와 관련해 양측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나눔테크는 1차 시험을 마친 며칠 후 돌연 제품 성능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계약 파기 의사를 전해왔다. 자체적으로 2차 시험을 진행했는데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성능결함에 대한 문제점 해결 방안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계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나눔테크만 믿고 제품 개발에만 전념해 온 GEC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개발 비용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어렵게 만들어낸 시제품이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장영현 GEC 대표는 “1년 넘게 시간과 자금을 투입해 나눔테크에서 원하는 대로 제품을 개발했고, 분명히 만족한다는 답변까지 들었다”며 “그런데 나눔테크 자체적으로 실시한 2차 시험 이후 갑자기 제품에 이상이 있다며 계약 파기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발한 제품은 일회용기기이며, 이 시제품을 여러 번 반복 테스트하면 당연히 발생되는 문제를 제품 이상으로 몰고 갔다”면서 “설령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당시 제품 인·허가까지 8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고,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도 나눔테크 측에서 보완하면 된다는 격려까지 해놓고선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성능평가 후에 조건을 제시하라던 나눔테크 측에 계약금과 생산시설에 필요한 자금을 요청한 이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더니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며 “생계와 제작비용을 해결해 준다는 말만 믿고 공장을 임대하고, 직원을 채용해 개발에만 몰두했는데 나 몰라라 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반면 나눔테크 측은 다른 입장이다. 요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공동사업 파트너인 GEC의 불성실한 계약사항 이행 의지 때문에 계약 파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기술 이전 계약을 담당한 류일남 나눔테크 상무는 “1차 성능평가 시험은 만족스럽게 진행됐는데, 2차 시험에서 치명적인 3가지 결함이 발견돼 개선을 요구했지만 GEC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해 같이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제품을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었고, 당시 4/5정도 진행됐기 때문에 보완하길 바랐지만 장 대표로부터 그만하겠다는 표현을 여러차례 들었다”고 주장했다.

류 상무는 “우리는 계약서대로 마무리할 생각이 없어서 ‘대표님 (제품 보완) 언제까지 기다리면 되겠냐’고 물었지만 손가락으로 X자 표시를 해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계약을 파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개발비용 등 소요경비 지원에 대해서도 류 상무는 “우리는 계약대로 1억원을 지불했으며, 장 대표가 주장하는 공장임대 등 개발 단계에서 투입된 금액은 우리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한편, 지난 2009년 창업한 GEC는 삼성전자와 대우IS 벤더업체로 벤처기업에 지정된 이후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이달의 으뜸 중기제품’ 선정, 미국, 일본특허출원, 중소벤처기업청장 표창, 뿌리기술 전문기업 지정, 10대 우수발명품 선정,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는 등 탄탄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장 대표는 연봉 7000여만원에 달하는 한 중견기업 연구소장직을 내던지고 스네어 개발에 매진해 왔다. 연간 3억원에 달하던 회사 매출은 월 50만원대로 주저앉았고 회사 운영과 가계 운영은 극도로 어려워졌다.

나눔테크는 2016년 코넥스에 상장됐으며 자동심장 충격기 판매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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