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의 커피노트> 민트 연상되는 코스타리카 카투아이 워시드

농장의 시그니처 유칼립투스처럼 화한 느낌
재스민의 아로마…향미 오렌지·베리·초콜릿
신진호 기자 2023-12-23 02:33:44

농장주인 지미 보니야(왼쪽)가 아버지와 함께 코스타리카 산타마리에 위치한 유칼립투스 농장에서 커피 체리를 말리기 위해 아프리카 베드로 옮기고 있다. 사진=커피비평가협회(CCA) 제공

코스타리카 수도인 산호세(San Jose)에서 남쪽으로 70㎞떨어진 따라주(Tarrazu) 산타마리아 데 도타(Santa Maria de dota)에 위치한 유칼립투스(Eucalyptus) 커피 농장. 산호세와 그리 멀지 않지만 해발 1750m 산길이라 자동차로 2시30분 이상 걸린다.

농장의 시그니처는 유칼립투스다. 입구에는 30m가 넘는 유칼립투스 두 그루(수령 20년)가 마치 농장을 호위하듯 근위병(The Guardsman)처럼 서 있고, 농장으로 향하는 길가에도 양쪽으로 유칼립투스가 도열해 있기 때문이다.   

20대인 지미 보니야(Jimmy Bonilla) 농장주는 아버지와 함께 6ha(1만8000평)의 농장에 카투아이(Catuai)와 게샤(Gesha), 옐로우 버번(Yellow Bourbon), 자바(Java) 등 대중에 잘 알려진 품종 이외에 에스페란자(Esperanza), 엑셀렌시아(Excelencia), 카시오페아(Casiopea), 카티구아(Catigua) 등 F1 계열의 신품종 재배 적응성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동생 스티브(Steve)는 산호세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며 농장을 홍보할 정도로 온 가족이 커피업에 종사하고 있다.

코스타리카 유칼립투스 커피 농장 입구에는 30m가 넘는 유칼립투스 두 그루(수령 20년)가 마치 농장을 호위하듯 근위병(The Guardsman)처럼 서 있고, 농장으로 향하는 길가에도 양쪽으로 유칼립투스가 도열해 있다. 사진=커피비평가협회(CCA) 제공   

유칼립투스 농장에서 생산한 카투아이 워시드(washed)를 테이스팅했다. 카투아이는 1949년 브라질 농업연구소가 키 큰 문도노보(Mundo Novo)와 키 작은 옐로우 카투라(Caturra)를 교배해 개발했는데, 생산성은 좋지만 병충해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투아이 워시드를 핸드밀로 분쇄하자 스파이스(Spicss)와 플로랄(Floral)의 아로마가 퍼졌다. 
포대에 담긴 코스타리카 유칼립투스 농장의 카투아이.


첫 번째 테이스팅에서 오렌지의 산미(Acidity)와 베리(Berry)류, 초콜릿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테이스팅에서 카투아이 워시드의 특징이 잡혔다. 플로랄의 아로마는 세부적으로 재스민(Jasmine)으로 다가왔다. 향미(Flavor)에서도 산미 끝에 박하(Mint)처럼 약간 화한 느낌과 함께 쓴맛도 묻어났다.

세 번째 테이스팅에서도 산미가 여느 커피와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커피가 식었을 때 민트 또는 뭔가 독특한 향미가 섞인 산미가 도드라졌다. ‘왜 이럴까?’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카투아이 워시드의 차별성은 농장의 시그니처인 유칼립투스에서 찾을 수 있다. 코알라의 주식인 유칼립투스 잎은 휘발성 유칼리유를 채취해 약으로 널리 쓰인다. 염증과 발열치료제로 쓰이고, 벌레 퇴치와 탈취제로도 사용된다. 이같은 향기를 내뿜는 유칼립투스가 농장을 감싸고 있으니 커피 향미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카투아이 워시드의 테이스팅 점수는 다음과 같다.  
  
Aroma 7, Floral 8, Fruit 7, Sour 1, Nutty 7, Toast 7, Burnt 1, Earth 1, Acidity 7, Body 7, Texture 7, Flavor 7, Astringency 1, Residual 1, Soft Swallowing 7, Sweetness 7, Bitterness 2, Balance 7, Defect None.    
  
코스타리카 카투아이 워시드 생두(왼쪽)와 로스팅한 원두. 커피를 마시면 오렌지의 산미(Acidity)와 베리(Berry)류, 초콜릿 등의 향미를 느낄 수 있다. 

산지에서 온 테이스팅 노트(Tasting Note)를 살펴보니 오렌지와 블랙베리, 아몬드, 재스민, 초콜릿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카투아이 워시드를 마시면서 연상되는 색깔은 박하의 민트(Mint)였다.

커피비평가협회 박영순 회장은 “코스타리카는 국가적으로 로부스타 종 커피나무의 재배를 금지시키고 품질이 좋은 아라비카 종 커피만 생산하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코스타리카 커피는 태평양과 카리브해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기후대의 특징에 따라 고운 산미와 잘 익은 과일의 단맛이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신진호 커피비평가협회(CCA) 테이스터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