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의 경고음

美보호무역과 中경기회복 지연으로 韓경제 하방 압력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소비심리 위축, 기업투자 부진
산업 전반에 대한 경쟁력 제고 위한 구조개혁 추진해야
미래차·AI·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 전략적 투자 강화도
빅터뉴스 2025-06-09 18:50:30
통계청의 ‘4월 산업활동동향’이 지난달 말 발표되면서 우리 경제의 적신호의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통계청이 자료에 따르면 생산과 소비, 투자 모두가 전월 대비 줄어든 ‘트리플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이 줄고, 소매판매액은 통신기기와 의류 소비 둔화로 하락했으며, 설비투자 역시 기계류 중심으로 위축됐다. 산업 전반의 위축은 단순한 계절적 변동을 넘어서 구조적인 경기 하강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해 우려를 더한다.

먼저 산업생산 부문에서는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0.9% 감소했는데, 주력 산업인 자동차(-4.2%)와 반도체(-2.9%) 생산마저 꺾인 것이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자동차는 5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소비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9% 줄면서 2개월 연속 하락했는데, 모든 품목 군에서 판매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는 기계류(-4.5%) 감소의 영향으로 0.4% 줄었고, 건설기성(불변)도 건축 부진(-3.1%)으로 0.7% 감소해 모두 2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며, 경기 하방 압력이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트리플 감소의 원인은 대외적 요인과 대내적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대외적 요인으로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본격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외국산 자동차·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반도체·배터리·철강 등 전략 품목에 대해서도 수입 규제를 강화하면서 우리 산업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회복 지연, 유럽의 수요 둔화, 중동·우크라이나 지역의 갈등의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수요 위축은 국내 생산 부진과 경기 하방 압력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내적인 요인으로는 고물가와 고금리의 장기화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과 기업 투자 부진이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질 구매력 감소와 이자 부담으로 소비 여력이 크게 위축된 가계는 내수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부동산 PF 부실 우려와 높은 대출 금리는 건설 부문의 투자 위축을 초래하고 있으며,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은 신규 투자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생산 둔화와 함께 고용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경제 전반의 하방 압력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감소세를 보이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낮아지는 추세가 뚜렷하다. KDI가 지난달 14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한데 이어, 한국은행도 최근 미국의 관세정책과 국내 내수 부진 등의 이유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낮췄다. 해외 기관의 전망도 하방 경향이 강하다. 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1.0%로 낮췄고, 투자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SG)은 0.3%라는 최저 수준의 수치를 제시하는 등 0%대 성장률을 확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한국은행이 내수 진작과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트리플 감소와 성장률 전망이 경기 순환에 따른 일시적인 하강이 아닌, 구조적이고 장기 침체의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보다 과감하고 종합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만으로 한계가 분명한 만큼, 재정정책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박사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을 넘어선 중장기적 시야의 정책 전환이다. 먼저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미래차·AI·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고물가·고금리 상황 속에서 취약계층의 실질 구매력을 높이기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와 소비 진작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업의 투자 유인하기 위한 규제 완화와 세제 인센티브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정확한 위기 인식과 일관된 정책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닌 구조적 전환의 시기로 파악하고, 재정·통화·산업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범정부 차원의 종합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위기의 본질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에 맞는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면, 우리 경제의 회복과 도약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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