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적극적인 재정 정책으로 전환해야

윤 대통령, 대책 안 내 놓고 말로만 “민생문제 해결”
민생토론회 재개보다 서민 실질소득 높이는 정책 필요 
빅터뉴스 2024-05-13 14:46:44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국민 보고 및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통령의 공식 기자회견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에 열려 국민의 관심은 높았다. 채 해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여러 의혹, 민생 회복 대책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들을 기회이기 때문이다.

서민의 생활과 직결된 민생 문제는 기자회견에 앞서 국정 추진 상황과 집권 3년 차 국정운영 방향을 발표한 ‘국민 보고’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졌다. 윤 대통령은 22분간 이어진 모두 발언에서 ‘국민’ 26회, ‘민생’ 14회, ‘경제’ 15회, ‘성장’ 10회를 언급할 정도로 민생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또한 “정부가 지난 2년간 시급한 민생정책에 힘을 쏟았지만,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는 부족했다"면서 앞으로 세심하게 민생을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고 민생 문제를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는 약속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의지 표명과는 달리 현 상황에 인식은 이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져 보이지 않는다. “세계적인 고물가·금리·고유가 상황에서 민생의 어려움을 다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해 현재의 어려움을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또한 “정책의 속도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대목은 정책의 방향에 잘못이 없다는 의미로 들린다.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 방향은 옳았지만, 더 노력하지 않아 현재의 어려움이 생겼다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국민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22대 총선 전인 3월 넷째 주 한국갤럽의 정기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민생·물가’가 1위였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후 약 한 달이 지난 5월 둘째 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도 부정 평가 이유로 ‘경제·민생·물가’가 19%로 여전히 가장 높다.

이는 총선에서 여당 참패의 결정적인 원인이 경제 정책의 실패와 민생을 챙기기가 미흡했다는 사실로 지목된다. 또한 총선 후 민심에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정부·여당의 약속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2주년 기자회견에서 민생 문제를 가장 많이 언급해 문제의식을 정확하게 짚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처방은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알맹이가 없다. 

윤 대통령이 송구스럽다고 말한 어려운 민생 문제의 실체는 고물가·고금리 속에 경기 침체로 인해 실질임금은 정체 내지는 감소해 서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높은 수준의 물가와 소득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소비 부진으로 이어져 소상공인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결국 현재의 경제 상황은 ‘고물가-경기 침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원호 박사


따라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나와야 하지만, 정작 기자간담회에서는 민생의 어려움을 잘 짚어놓고 엉뚱한 내용만 말하고 있다. 감세와 규제 완화, 민간 주도 경제를 언급하고 있으며, 민생경제와 크게 관련이 없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강조하고 있다. 당면한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은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대통령실은 민생 현장을 파고들기 위해 총선으로 인해 중단된 민생토론회를 재개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총선 전 24회에 걸쳐 진행된 민생토론회가 뚜렷한 성과 없이 ‘말 잔치’로 끝난 사례로 미루어 보아 앞으로 재개될 토론회에도 크게 기대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보여주기식 행사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생 문제 해결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느낌이다.

서민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직접적인 방안은 감소하고 있는 실질 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 금리 인하가 어려운 만큼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통한 경기 회복이 필수적이다. 경기를 진작시켜 서민의 실질 소득을 높이고, 소비를 늘려 소상공인의 숨통을 터주어야 한다. 건전 재정에 발목이 잡혀 실기(失期)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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