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글로벌 시장서 존재감 드러내는 비야디(BYD)

전기차 시장서 세계 1위에 이어 자동차 판매 4위 올라
배터리 직접 생산으로 경쟁력 높아 기존 車업체 위기감
현대차, 美·EU 中전치차 견제 지렛대 삼아 전략 강구해야
신진호 기자 2023-10-16 16:09:23
탄탄한 내수와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전기차 생산업체 비야디(比亞迪·BYD)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산 자동차는 품질 등의 문제로 내수용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여전히 선진국의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와 전기차 테슬라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비야디가 내수는 물론이고 수출에 박차를 가하면서 글로벌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세계 자동차 판매 점유율 순위에서 비야디는 토요타(9.8%), 폭스바겐(6.5%), 혼다(4.9%)에 이어 점유율 4.8%로 4위에 올랐다. 전통적인 글로벌 강자인 현대(5위, 4.3%)와 포드(6위, 4.2%)를 제친 것이다. 비록 8월 한 달이지만 순수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가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 모두를 생산하는 업체들을 밀어내고 상위권에 속한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전기차 시장만 국한해서 봐도 비야디의 성장은 압도적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각국에 신규 등록된 전기차 누적 대수는 총 870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3% 상승했다. 이 중에서 비야디가 87.4% 증가한 183만9000대로 점유율 21.1%를 달성하며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점유율 13.5%인 테슬라인데 1위 비야디와 차이가 7.6%p에 달했다. 지난해 비야디와 테슬라의 차이가 4.1%p였던 점과 비교하면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사실 비야디의 약진은 상반기에 이미 예견되었다. 비야디는 올해 상반기에 신차 판매량(내연기관차+전기차) 순위에서 처음으로 ‘글로벌 Top10’에 진입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지난해부터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시장으로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현재 비야디는 월 3만대 가량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본 괘도에 오르면 월 30만대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비교해도 충분히 존재감을 드러낼 정도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비야디가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에서도 선전할 수 있는 요인은 ‘높은 가격 경쟁력’과 ‘진입 장벽이 낮은 품질 경쟁력’이다. 먼저 ‘가격’ 측면에서 보면 전기차 가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고, 이를 전기차 제조에 투입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확보가 용이했다. 실제로 지난 4월 비야디가 출시한 ‘시걸’의 가격은 1만1000달러로 경쟁 모델인 테슬라 ‘모델3’의 약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원호 박사
다음으로 ‘품질’ 측면에서 보면 전기차는 제조 시간이나 작업의 복잡성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단순해 품질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후발 업체가 100년 이상 축적된 제조 노하우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 특히 내연기관차의 핵심 기술에 해당하는 엔진이 전기차에서는 사라져 비야디와 같은 후발업체들이 기존의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경쟁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했다.

물론 비야디가 내수와 수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 글로벌 전기차 1위와 전체 Top10이 진입했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인 미국 시장 진출이 미·중 갈등으로 인해 가로막혀 있다는 사실은 비야디의 향후 성장성에 제약 조건으로 지적된다. 또한 유럽 시장에서도 최근 들어 중국산 전기차의 선전에 제동을 걸고 있어 극복해야 할 과제로 떠오른다. 하지만 과거 일본 자동차가 가격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 진출한 후 품질 이슈마저 극복해 안착한 사례로 미루어 볼 때, 비야디가 일본의 전략을 벤치마킹한다면 충분히 헤쳐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내 전기차 시장이 포화 상태를 보여 해외로 적극 진출해야 하는 현대차가 비야디와 직접적인 경쟁 상태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내수에 치중하며 ‘방구석 여포’ 취급받았던 중국산 전기차가 비야디를 필두로 해외 시장으로 진출이 갈수록 거세지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는 상황을 지렛대 삼아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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