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알맹이가 없는 국정과제 속 경제 정책

이전 정부와 차별점 뚜렷하지 않고 정책 실현 가능성도 물음표
기업 투자 활성화 구체적인 방안과 글로벌 악재 대응책 나와야
2022-05-09 19:08:07

지난 3일 대통령인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향후 새 정부가 펼칠 국정 목표와 국가 전 분야에 걸친 정책 방향이 언급되어 있다.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국정비전으로 설정하고 그 안에 정치·행정, 경제, 사회, 외교·안보 등 4대 기본 부문을 바탕으로 ‘미래’와 ‘지방시대’를 추가해 6대 국정 목표를 제시했다.

6대 국정 목표 중에서 경제 부문은 두 번째 항목에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라는 이름하에 총 26개의 과제가 선정되었다. 각론을 보면 ▲경제체질 선진화로 혁신 성장 ▲핵심전략산업 육성으로 경제 재도약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경제 ▲디지털 변환기에 맞는 혁신금융 시스템 마련 ▲하늘·땅·바다를 잇는 성장 인프라 구축 등 5개 항목으로 구성 되어있다. ‘미래’를 염두에 두고 민간 부문이 주도적으로 성장을 추구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특징이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국민은 자신의 먹거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경제 부문에서 어떤 비전을 제시하느냐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 특히 이번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워진 살림살이에 더해 글로벌 악재까지 겹치면서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발표된 국정과제의 경제 정책 부문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준비하는 큰 그림을 그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에 들어가면 너무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당장 코앞에 닥친 기업과 가계의 어려움을 꼼꼼하게 챙기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110대 국정과제 속 경제정책의 아쉬운 점과 함께 향후 보완되어야 할 부분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민간 주도 경제를 강조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국정 목표의 타이틀이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민다’는 표현은 다소 의아하다. 문재인 정부가 민간 경제에 지나치게 개입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 반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국정과제의 첫머리에 ‘민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민간에게 미룬다는 인상을 줄 여지가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둘째, 민간이 주도하는 성장을 강조했지만 막상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이전에 나온 국정과제와 크게 차별화되는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전방위적 규제 개혁’과 ‘자유롭고 효율적인 시장경제 조성’은 항상 되풀이되는 단골 메뉴다. 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과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세재 지원 강화 또한 전혀 새롭지 않다.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지점도 기존 정책의 도돌이표에 지나지 않아 정책의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 ‘미래’와 ‘민간’을 강조하면서 신선한 내용을 추가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 하겠다.

셋째, 서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물가 대책이 빠진 점이다. 물론 중·장기 전략 중심의 국정과제에 물가 대책은 성격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치솟는 물가를 보면 결코 단기적인 충격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쩌면 윤석열 정부 5년 내내 물가와의 전쟁을 벌여야 할지 모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국정과제에서도 ‘서민 물가 안정을 통한 부담 경감과 대외 부문 충격의 국내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히지만, 전반적으로 원론적 수준의 대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인으로 지목되는 고유가와 서비스 물가 억제 방안, 전기·가스·수도 등과 같은 공공요금 정책이 향후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110대 국정과제의 경제 부문을 받아보고 전문가들은 정책의 큰 방향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전 정부와 차별점이 뚜렷하지 않고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한 국정과제의 후속으로 민간 주도 성장의 전제조건인 기업 투자 활성화의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글로벌 악재에 대응하는 촘촘한 대책을 수립해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국정과제를 완성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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