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차별화 전략 없는 서울모빌리티쇼

소프트웨어 빈곤에 전기차 전시에만 그쳐
토요타 등 메이저 빠진 '동네 전시회' 전락
2021-12-06 16:35:10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전시회인 ‘서울모터쇼’가 ‘서울모빌리티쇼’로 이름을 바꾸어 지난 11월 26일 고양시 킨텍스 전시관에서 개최되었다. 서울모터쇼는 부산국제모터쇼와 격년제로 매 2년마다 열렸으나, 지난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연기된 바 있다. 올해도 몇 차례 일정이 미루어지다가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열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동차가 운송수단에서 점차 모빌리티 서비스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모터쇼가 모빌리티 관련 전시회로 전환하는 것은 당연한 추세라 할 수 있다. CES와 같은 IT·가전 박람회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글로벌 내연기관차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전시회인 상하이 모터쇼에도 수많은 IT기업과 스타트업이 참여해 미래의 자동차를 함께 고민하는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런데 모빌리티 전시회로 변신은 서울모터쇼가 처음은 아니다. 세계 5대 자동차 전시회 중 하나이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로 더 잘 알려진 국제자동차전시회(IAA)는 지난 9월 개최지를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으로 옮기면서 명칭도 ‘IAA Mobility’로 바꾼 바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모빌리티 산업으로 중심축이 옮겨가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말하고 있다.

서울모터쇼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번에 출품된 모델도 현재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내연기관차를 과감하게 버리고 향후 모빌리티 산업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자동차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또한 SK텔레콤 등 IT기업과 국내외 에너지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향후 모빌리티쇼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출범한 만큼 개선해야 할 부분도 눈에 띈다. 먼저 참가업체가 예년에 비해 확 줄었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완성차업체는 10개에 불과하다. 국내업체로는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해외업체들 중에서는 글로벌 비중이 높은 독일의 폭스바겐, 미국의 GM, 일본의 메이저업체(토요타, 혼다, 닛산)가 모두 불참해 동네 행사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축소된 행사 규모는 다소 아쉽다.

다음으로 모빌리티쇼로서의 방향성이 아직까지는 모호하다는 점이다. 많은 참가자들이 이번 행사를 통해 모빌리리 산업 전반에 대한 최신 정보를 교류하는 장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전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물론 카이스트가 참가해 모빌리티 관련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데 동참하겠다고 밝힌 점은 이번 행사의 성과라 하겠다. 반면 내연기관차 전시에서 친환경차 전시로, 그리고 이름만 모터쇼에서 모빌리티쇼로 바뀌었을 뿐 소프트웨어 측면이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은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서울모빌리티쇼를 어떻게 차별화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CES의 트렌드를 보면 모빌리티 산업 전시회라 불려도 될 정도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반대로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전시회인 상하이 모터쇼는 점차 IT 기업들의 각축장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후발주자인 서울모빌리티쇼가 살아 남기위한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지 알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이번 행사를 개최하면서 참가업체가 너무 적자 마지못해 모빌리티쇼로 이름을 바꾼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보유한 만큼 다음 행사에서는 우리만의 차별화된 모빌리티쇼를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전시회 기간 중 화제가 된 두 개의 작은 사건이 있었다. 첫 번째는 전시된 제네시스 G80 전기차가 역시 주변에 전시되어 있던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전기버스를 들이받은 것이다. 두 번째는 참가한 에이전시 모델들의 과도한 노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이다. 

전자는 모빌리티 산업이 소비자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기에는 아직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징한다. 후자는 서울모빌리티쇼가 기존 내연기관차 전시회의 유산인 화려한 퍼포먼스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해프닝이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미흡한 준비 과정과 소프트웨어 부족이라는 비판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어 결코 가볍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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