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갑질 보고서> ④ 쿠팡의 혁신이 이름답지 않은 이유

직권환불시스템 소비자에 만족주지만 판매자엔 생계위협
납품업체에 데이터 구매 강요, 경쟁업체 납품 실적도 요구??
2021-11-24 10:19:09

쿠팡의 로켓배송과 최저가 정책은 소비자들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정책이 쿠팡의 전방위적 갑질에 기반한 중소상공인의 피눈물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좋은 서비스는 누군가가 반드시 그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많은 소비자가 간과하고 있다. 

지난 9월  7일 11개의 중소자영업자 단체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참여연대에 모여 쿠팡의 시장침탈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김흥수 기자
11개 중소자영업자 단체가 지난 9월7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참여연대에 모여 쿠팡의 시장침탈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김흥수 기자

 

쿠팡의 직권환불시스템은 많은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주지만 판매자는 생계의 위협을 느끼는 갑질 시스템이다. 택배사의 파업과 명절 연휴 등 판매자가 책임질 수 없는 배송지연 사유임에도 소비자의 크레임이 발생하면 쿠팡은 로켓환불을 해 준다. 판매자는 반품도 받지 못 한 상태에서 환불을 해 주고 왕복택배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납품대금은 75일 만에 정산처리해주면서 환불은 로켓으로 해주는 쿠팡의 양면성이다.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쿠팡의 갑질 시스템이지만 쿠팡은 이를 혁신이라 부른다. 

회원탈퇴시 쿠팡캐쉬를 환불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지난 6월 경기도 이천의 물류센터 화재로 인해 많은 소비자가 쿠팡에서 회원탈퇴를 했다. 그러나 그동안 소비자가 적립했던 쿠팡캐쉬(쿠페이머니)는 환불하지 않았다. 불공정약관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쿠팡이 화장실에 숨어서 웃고 있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탈퇴한 소비자의 쿠팡캐쉬가 모두 쿠팡에게 낙전수입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통한 갑질도 논란거리이다. 쿠팡은 상품판매로 누적된 카테고리별?지역별?브랜드별 판매현황을 가공한 데이터를 납품업자들에게 판매한다. 프리미엄데이터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데 베이직, 실버, 골드, 플래티늄 등으로 등급이 나뉜다. 가격은 월 100만~800만원대이며 플래티늄은 협의에 따라 다르지만 800만원인 골드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될 것으로 추측된다. 

프리미엄데이터를 구입했던 한 대기업 관계자는 “쿠팡이 최저가경쟁에서 발생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납품업체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데이터를 강매했다”고 증언한다. 프리미엄데이터는 갑질의 도구일 뿐 대기업의 영업활동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데이터업계에서는 프리미엄데이터 상품이 중소상공인을 고사시키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를 들어 동일한 상품을 취급하며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A, B, C 3개 회사가 있다고 가정하자. A와 B는 대기업이고 C는 중소기업이라 연간 억대에 달하는 프리미엄 데이터를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없을 경우 이를 구입한 A와 B에게 뒤쳐질 것은 뻔한 이치다. 지금은 별 볼일 없지만 더 많은 데이터가 누적되고 양질의 데이터 가공물이 생성된다고 하면 상황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더욱이 쿠팡은 경쟁사 판매 데이터까지 요구하고 있다. 복수의 갑질 피해 기업에 따르면 쿠팡은 경쟁사인 이마트와 11번가, G마켓 등에 납품한 업체의 실적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기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쟁사의 영업실적까지 들여다보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납품업체에 이를 요구한다는 것은 엄연한 반칙행위다.

한상총련의 한 관계자는 “쿠팡은 상생을 위한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실상으로는 판매자에게 광고 떠넘기기와 판매장려금 수탈 등의 각종 갑질과 납품대금 지연지급에 따른 금융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빅터뉴스는 이에 대해 쿠팡 측에 수차례 질의를 했지만 쿠팡은 여전히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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