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갑질 보고서> ③ 쿠팡의 최저가는 납품업체의 '고혈'

최혜국대우, 광고 떠넘기기, 판매장려금제도 등으로 옥죄
쿠팡 "IT 기반으로 온라인 직매입 방식 도입한 혁신기업"
2021-11-22 11:42:38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쿠팡의 최저가 정책이 납품업체의 고혈(膏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쿠팡은 혁신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납품업체들은 최혜국대우와 광고 떠넘기기, 판매장려금제도 등에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지난 8월 쿠팡의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32억 9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쿠팡은 입장문을 통해 “IT를 기반으로 온라인 직매입 방식을 도입한 혁신기업”이라며 공정위 제재에 유감을 표했다.

쿠팡은 “재벌과 대기업이 지배해왔던 유통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혁신을 시도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정위 제재에 대한 쿠팡의 입장문에는 자신이 주장하는 ‘혁신’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고 우월적 지위(갑질)가 아니라는 항변만 담겨있다. 

복수의 쿠팡갑질 피해 납품업체 관계자들은 “쿠팡의 ‘갑질’에는 매뉴얼이 있다”고 지적한다. 

쿠팡은 우선 경쟁사와의 최저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사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품목에 대해 가격인상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납품업체가 쿠팡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디라이브(de-live·판매중단 혹은 발주중단)를 하거나 이를 암시하는 방법으로 납품업자들을 압박했다. 이른바 최혜국대우라 불리는 부당경영간섭행위다. 공정위는 “쿠팡의 최혜국대우로 인해 쿠팡과 경쟁관계에 있는 경쟁사와의 가격경쟁이 저해되고 시장의 판매가격이 인상되는 효과로 소비자 후생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최혜국대우가 실현되지 않으면 쿠팡은 동일한 조건의 동일한 상품과 비교해 시장 최저가격에 즉시 대응하는 다이나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가변적 가격정책) 시스템을 운용해 가격 매칭을 시도했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예컨대 쿠팡이 판매하는 상품의 가격이 1000원인데 경쟁사에서 900원에 판매를 하고 있으면 쿠팡의 판매가격을 900원으로 조정해 최저가로 가격매칭을 시도하는 시스템이다. 최저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납품가나 기대수익(상품을 판매해 쿠팡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다. 

쿠팡은 이런 방법으로 최저가 판매를 해서 발생한 손실분(기대수익에 미치지 못한 수익 포함)을 납품업체에 전가시키기 위해 광고 떠넘기기와 판매장려금 부당 수취라는 방법을 동원했다.
쿠팡은 광고떠넘기기를 할 때에도 디라이브를 하거나 이를 암시하는 방법을 동원했다. 우월적 지위가 아니라는 항변을 무색하게 하는 갑질이다.

쿠팡은 광고떠넘기기마져 여의치 않을 경우를 대비해 판매장려금제도를 마련했다. 대규모유통업법 15조는 판매장려금의 지급계획을 연간거래기본계약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 결과 쿠팡은 모두 330개 납품업자들로부터 연간거래기본계약이 없는 성장장려금 명목의 판매장려금을 받았다.
연간기본계약을 하게 되면 가격변동이 심한 시장상황에 유동적으로 대처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연간계약 없는 판매장려금을 이용했다. 최저가 경쟁으로 판매한 상품의 손실분을 판매장려금으로 메꾸기 위한 갑질이다. 

쿠팡은 이러한 메뉴얼에 따라 온라인 최저가 정책을 실현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쿠팡이 주장하는 혁신은 실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쿠팡의 갑질로 피해를 입은 복수의 납품업체 관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쿠팡의 갑질을 버텨냈다고 하소연한다. 납품업자로서는 쿠팡과의 거래가 끊기면 쿠팡만큼의 구매력(Buying Power)을 대체할 판매처를 확보하기 어려운 반면 쿠팡은 얼마든지 납품업자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은 막강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우월적 지위에 앉아서 납품업체에 희생을 강요했다”며 “쿠팡이 얘기하는 ‘혁신’은 다름 아닌 '갑질 종합선물세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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