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갑질 보고서> ① 대기업도 쿠팡에 ‘벌벌’
<쿠팡 갑질 보고서> ① 대기업도 쿠팡에 ‘벌벌’
  • 김흥수 기자
  • 승인 2021.11.1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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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 경영간섭, 광고 떠넘기기, 판촉비 전가 등 갑질
공정위 과징금 32억여원 부과…쿠팡 “법원 판단받겠다” 

[편집자주] 쿠팡이 유통업계의 공룡으로 급성장하면서 환영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쿠팡은 구매력을 무기 삼아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 제조업체에도 갑질을 일삼고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쿠팡은 혁신을 외치지만 업계에서는 골목상권 몰락과 유통·제조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 쿠팡 성장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해 보는 기획기사를 싣는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유통정책관이 지난 8월 19일 세종시 정부세종
청사에서 쿠팡의 대규모유통업법 등 위반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 쿠팡의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통지명령 포함)과 함께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자에게 부당경영간섭과 광고 떠넘기기, 판촉비 전가, 판매장려금 편법수취 등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먼저 중요 쟁점 사항은 ‘우월적 지위(갑질)’ 여부다. 쿠팡은 공정위의 제재에 대해 독과점 제조업체인 LG생활건강의 가격차별 행위가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 결과 쿠팡은 101개 납품업자에게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했고 128개 납품업자에게 부당한 광고를 요구했다. 또한 388개 납품업자에게 판촉비용을 전가했으며 330개 납품업자에게 판매장려금을 부당하게 수취했다. LG생활건강은 쿠팡으로부터 갑질을 당한 수백개 납품업자 중 하나일 뿐이다. 

쿠팡은 "신생 유통업체에 불과한 쿠팡이 업계 1위 대기업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쿠팡에 대한 의결서를 보면 쿠팡측은 우월적 지위를 제외한 모든 행위를 인정하고 있다. 쿠팡의 우월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공정위가 지적한 위법 행위는 모두 적법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재판에서도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월적 지위의 남용(갑질)’이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는다 해도 쿠팡의 행위는 상도의(商道義)에 어긋나는 갑질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LG생활건강과는 무관한 사항이지만 판매장려금 편법수취에 대한 불만은 ㈜농심과 CJ제일제당㈜, ㈜오뚜기, 대상㈜ 등 대형 식품제조회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식품산업협회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쿠팡의 공정위 제재에 대한 불복이 모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쿠팡은 입장문을 통해 “2021년 2분기 기준 쿠팡과 거래하는 업체의 80%는 소상공인이며, 입점한 소상공인의 매출은 전년대비 87% 증가했다”며 “중소기업에 진입장벽을 낮춰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등 유통 혁신을 거듭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상공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소상공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쿠팡 전체 매출에서 소상공인이 차지하는 매출액과 거래건수의 비중은 5%가 채 안 될 것”이라며 “쿠팡이 소상공인 업계로부터 빼앗아 간 매출은 수조원대에 이르고 있으며 앞으로도 소상공인 시장을 계속 잠식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쿠팡은 거래처의 비중은 공개하면서도 소상공인의 매출액과 거래건수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공개하기 어렵다’며 함구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쿠팡의 갑질로 피해를 입은 납품업자들은 공정위가 밝힌 네 가지 행위 외에도 별다른 내용도 없는 데이터의 구매를 요구(매월 100만원~800만원)하거나 경쟁사(이마트, 11번가, G마켓 등)에 납품한 납품 데이터를 요구하는 등의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대형마트가 사세를 확장하면서 제조업체에 행했던 갑질을 쿠팡이 똑같이 답습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법률 위반 여부를 떠나 상인이라면 지켜야할 상도의가 있는데 쿠팡은 이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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