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정부는 물가 안정 대책 세워야

국제 유가 상승하면서 국내 물가도 올라
대선 정국 선심성 재정 확대 우려 커져
경기 회복보다 물가 안정에 방점 둬야?
2021-11-09 08:55:37

올해 소비자 물가 오름폭이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의 안정 목표치인 2%를 훌쩍 뛰어 넘을 기세다.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정부의 소비 진작책으로 물가 상승이 어느 정도 점쳐지기는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은 당황스럽다.

통계청이 지난 3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2% 상승해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 연속 2%를 넘기고 있는 가운데 상승폭도 연말로 갈수록 점차 커지는 추세다.

가파른 물가 상승은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에 따른 갈수록 치솟는 국제 유가가 견인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0월 석유류 제품 가격은 전년 대비 27.3% 올랐다.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연속 20%대, 지난 4월부터 7개월 연속 10% 이상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석유류 제품의 가격 상승이 본격화되는 4월을 기점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2%에 진입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도 10월 석유류 제품의 물가 상승률 기여도가 1.03%p라 밝히고 있어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석유류 제품을 포함한 공업제품 가격이 전년대비 4.3% 상승했는데, 이 중에서 석유류 가격이 전체 물가를 1,03%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국제 유가가 안정적이라 가정한다면, 정부의 소비 진작책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안정 목표치 아래인 1.9%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가파른 물가 상승이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먼저 물가 상승의 주요한 요인이 국제 유가라는 외생 변수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 인상 등 정책 수단을 동원해도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국내 경기 침체만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로서는 예상치 못한 급격한 유가 상승으로 인해 올해 목표치로 설정한 성장률 4% 달성과 물가 안정이라는 상반된 상황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다음으로 고유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어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오르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10월초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선 두바이 유가는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계속해서 8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겨울이 다가오면서 석유 수요가 늘어나고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중국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도 제기된다.

더욱이 대선 정국에 돌입하면서 선심성 확장 재정 가능성도 다분해 물가 안정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전 국민 재난 지원금 지급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야당의 윤석열 후보는 재난 지원금에 반대하면서도 소상공인 손실 보상안을 제안하고 있다. 내용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두 공약 모두 약 50조원의 재원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물가 대책의 측면에서 보면 위드코로나라는 자연스러운 상승 요인에 더해 ▲국제 유가 상승 ▲정부의 경기 진작 의지 ▲대선 정국이라는 트리플 악재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정부는 경기 회복과 물가 안정 사이에서 정책적인 우선 순위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국제 유가 상승이라는 외생 변수가 약 1%포인트 물가 상승의 상시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경기 회복보다는 물가 안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성장률 목표치에 얽매이지 않고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키는 대책부터 먼저 내 놓아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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