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실핏줄' 700만 자영업자가 흔들린다

코로나 장기화에 생존 벼랑끝…매출 없는데 임대료 부담은 여전
극단적 선택 안타까운 사건도…자영업자들 "위드 코로나 전환을"
2021-09-15 09:29:15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이 생존위기에 몰렸다. 자영업자들은 개인 방역이 중심이 되는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과 직접 지원 강화를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 8일 밤 서울 한남대교 남단에서 자영업자들이 방역지침 전환 등을 요구하며 차량시위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이 벼랑끝에 몰렸다. 사라진 손님에도 변함없는 임대료 부담에 그동안 연명했던 대출자금 마저 바닥이 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서 버텨봤지만 이제 정말 한계가 왔다는 것이 자영업자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급기야 생활고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까지 잇따르고 있다. 참다 못한 자영업자들이 대규모 차량 시위에 나서 '위드 코로나'를 촉구했지만 팬더믹에 당장 이같은 요구가 수용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 경제 실핏줄인 700만 자영업자의 동반 붕괴를 막기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영업자의 절박한 사정은 고용 현황에서 잘 드러난다.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이 주를 이루는 도소매·숙박음식업 취업자 수는 548만5000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7월보다 9%(54만9000명)나 줄었다. 같은 기간 제조업이 포함된 광공업에서만 취업자가 5만명 감소했을 뿐, 건설업(6만9000명), 농림어업(4만8000명), 전기·운수·통신·금융업(22만2000명),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52만7000명)에서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그만큼 자영업자의 코로나 타격이 두드러지고 있는 셈이다. 소상공인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로 매출이 타격이 심해지고 종업원을 내보내거나 아예 장사를 접은 경우가 많다"며 "이런 현실이 고용지표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대면 문화 확산도 일반 자영업자들에겐 커다란 벽이 됐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인터넷·홈쇼핑 등의 비대면 무점포 소매액은 올해 들어 7월까지 63조5740억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45조1880억원보다 40.6%(18조3860억원) 증가했다. 반면 거리 상점인 전문소매점 판매액은 올해 1∼7월 72조1180억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78조7410억원보다 9.1%(6조6230억원) 감소했다. 여기에 동네 음식점이 배달앱을 이용할 경우 수수료 부담은 눈덩이가 되고 있다.

매출이 뚝 떨어지면서 빚만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의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3월 말 현재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전년대비 18.8% 증가한 83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9.5%)보다 훨씬 높다. 자영업자들은 개인사업자 대출로 541조원, 가계대출로 290조8000억원을 안고 있었다. 또한 지난 3월 말 현재 빚을 지고 있는 자영업자는 245만6000명이었다. 자영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이 낮거나 저신용자인 취약 차주 비중은 차주 수 기준으로 11%, 부채 금액 기준으론 9.2%였다.

이때문에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시장조사 업체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9.4%가 현재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폐업을 생각 중인 이유로는 매출액 감소(45.0%)가 가장 많았고,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26.2%), 대출 상환 부담과 자금 사정 악화(22.0%) 등을 꼽았다. 

일부는 직접 거리로 나섰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오후 11시부터 서울과 영남, 호남, 충청, 강원 등 전국 9개 주요 거점에서 차량 시위를 벌이고 "개인 방역이 중심이 되는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소공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 6개월 동안 자영업자들은 66조가 넘는 빚을 떠안았고 45만3000개, 하루 평균 1000여개 매장이 폐업했다. 이제는 버티다 못한 소상공인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 모두의 상황과 똑같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현재의 방역 정책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음이 입증됐다"며 "정부는 이제 '위드 코로나'로 방역정책을 전환해 소상공인들에게 온전한 영업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조속한 방역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또한 "영업제한에는 피해 보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며 "정부는 손실보상법 제정으로 7월 이후의 소상공인 피해에 대해 온전히 보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부가세 5% 한시적 인하,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 기간 연장,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방침 시행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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