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칼 빼든 한국은행
<이원호의 경제톡> 칼 빼든 한국은행
  • 빅터뉴스
  • 승인 2021.08.3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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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불균형 해소 위해 팬데믹 이후 亞 최초로 금리 인상
미국‧유럽 금리 인상 소극적…한은 고민 더욱 깊어질 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지난 26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기가 침제의 늪으로 빠져들었던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까지 낮춘 뒤 14개월(9차례 동결) 만의 인상이다. 금리 인상 단행은 2018년 11월 이후 2년 9개월 만으로 기록되고 있다.

사실 금리 인상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주열 한은 총채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같은 금융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금통위도 지난달(7월) 회의 직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면서도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혀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번 금리 인상의 가장 큰 요인은 한은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금융 불균형 해소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시중에 풀린 자금이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부동산 가격 등 금융 자산 가격을 상승시켜 실물 경제와 금융 부문 간 발생한 괴리가 더 이상 방치할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가계부채는 매 분기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부채는 1805조9000억원으로 집계되었다. 전 분기 대비 41조2000억원이 증가했고,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168조6000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에 따른 양적확대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그동안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다양한 정책이 무색할 정도로 증가 속도가 빠르다.

거시경제 지표도 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해 GDP 성장률은 4%대로 전망되고 있다. 1~7월 누적 수출액도 3587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올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연속 2.0%를 넘어서는 등 한은이 제시하고 있는 물가안정목표 2.0%를 훌쩍 넘길 전망이다. ‘효율적인 통화 신용 정책을 통해 물가 안정을 도모’한다는 한은의 설립 목적에 비추어볼 때 이번 기준 금리인상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이 화제다.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적으로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시점에 한국은행이 발 빠르게 금리 인상을 단행한 사실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더욱이 금리 결정에 관해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동조화 경향이 강한데, 미국은 금리 인상은 고사하고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논의를 이제 시작하는 마당에 우리가 먼저 금리 인상을 치고 나간 이유를 찾느라 분주하다.

영국의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 뉴타임즈(FT)는 한국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아시아에서 최초로 금리를 인상한 선진국이 되었다면서, 이는 금융 당국이 코로나 델타 변종으로 인한 바이러스의 위협보다 가계 부채와 인플레이션 증가가 경제에 더 큰 위협으로 받아들여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한국의 통화당국이 경기부양보다는 자산거품을 걷어내는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평가한다. HSBC의 제임스 리(James Lee)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의 금융 불균형(가계부채 증가, 집값 상승)의 문제는 지난 5년간 지속된 문제로, 기회가 된다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올릴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거시경제 지표가 호전되는 등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자, 그동안 지켜보고 있던 한은이 금융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치솟는 집값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금리를 단계적으로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한 우리만 금융 불균형 해소를 이유로 금리를 계속해서 올리기는 어렵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 27일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을 요구하는 매파의 줄기찬 공격에도 파웰 미 연준 의장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미 연준은 당분간 금리 인상을 단행할 계획이 없어 보인다. 

일단 금리 인상의 첫걸음을 내딛었지만, 금융 불균형 해소라는 대내적인 문제와 통화정책의 국제 공조라는 대외적인 요인 사이에서 한국은행의 고민은 앞으로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원호 비즈빅테이터연구소 소장(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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