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테이퍼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美연준

급리인상 급격히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지만 대비는 해야
2021-08-11 20:21:58

각국의 중앙은행의 설립 목적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물가 안정’이다. 효율적인 통화 정책 수립으로 물가 안정을 달성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중안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미 연준, Fed)도 오랜 기간 동안 물가 안정을 제 1 목표로 삼고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조절에 힘을 기울였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기가 장기 침체 양상을 보이자 미국 정부는 무제한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헬리콥터 살포’라 불리는 무차별적인 달러 방출이었다. 그런데 이번 정책의 특징은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로 촉발된 경기 침체라는 점에서 이전의 양적완화 과정과 일부 다른 부분이 있다.

일반적으로 양적완화로 경기가 회복되고 인플레이션의 조짐이 보이면 통화당국은 재빨리 양적완화 축소와 금리 인상을 통해 경기 과열을 진정시켜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기 전까지는 미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른바 ‘평균물가 목표제’의 도입이었다.

평균물가 목표제란 물가 상승률(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초과하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의 평균치가 2%를 넘지 않으면 금리 인상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물가가 2% 이상 상승해도 평균 2% 이내로 관리 가능하다면 금리 인상 등과 같은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사용하지 않고,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해 시장의 불안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미국에서 경기 회복의 조짐이 빠르게 나타나면서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론자들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 특히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한세대 내 보지 못한 인플레이션의 압력(inflationary pressures of a kind we have not seen in a genera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인플레이션 논쟁’에 불을 지폈다.

그럼에도 미연준의 대응은 의외로 차분했다. 제롬 파웰 미 연준 의장은 물가인정보다는 고용 달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는 실업률 3.5%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양적완화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우선 목표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를 달리 해석하면 인플레이션 조짐과 함께 고용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된다면 양적완화 축소와 금리인상이 단행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 노동부가 내놓은 7월 고용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비농업 신규고용은 94만3000명으로 11개월 만에 최대이며, 실업률 또한 5.4%로 전월 대비 0.5% 하락해 16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물론 신규 고용이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 570만명 부족하지만 양적완화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7월 고용보고서 이후 연준 내부에서도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 기준 요건을 충족했다며 언제 어떻게 채권매입을 줄일지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런데 테이퍼링이 논의된다고 해서 이것이 바로 금리인상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물가상승률이 올해 목표치인 2.0%를 훌쩍 뛰어넘는 2.5~3.0% 달하고, 고용시장 또한 시장기대치를 웃돌아 미국의 경제 전망은 밝은 편이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출현하는 등 코로나19의 완전 종식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인상을 언급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점진적인 테이퍼링을 진행하면서 금리인상 시기는 연준이 애초에 밝힌 2023년까지 미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7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지지하는 소수의견이 나오는 등 금리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뿌려진 유동성이 각국 별로 점차 회수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부터는 시중에서 돈이 줄어드는 시기에 대처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테이터연구소 소장(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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