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 마나한 적합업종 심의·지정 기간

1년 기한이지만 처벌 규정 없어 ‘하세월’
소상공인·중기, 대기업 모두 불만 토로
2021-08-04 11:21:25
지난 2018년 5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의 법제화를 요구하며 소상공인들이 국회 앞에 밥숟가락을 쌓아놓고 있는 모습. 사진=김흥수 기자
적합업종 심의·지정 기간이 법 규정보다 길어지면서 소상공인과 중기뿐 아니라 대기업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사진은 소상공인들이 지난 2018년 5월 국회 앞에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 업종의 법제화를 요구하며 항의의 표시로 숟가락을 쌓아놓고 있는 모습. 사진=김흥수 기자

소상공인의 생존권 보장과 중소기업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소상공인생계형적합업종과 중소기업적합업종의 심의·지정기간이 길어 소상공인과 중기, 심지어 대기업 모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법에는 심의·지정기간이 1년이라고 명시됐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하세월인 탓이다. 소상공인이나 중기는 심의기간에도 시장이 초토화될 수 있다며 결정을 빨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기업 또한 중기 등에서 적합업종을 신청하면 사업 결정이 올스톱되면서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소상공인단체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에 따라 동반성장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중소벤처기업부장관에게 생계형 적합 업종을 신청할 수 있다. 기간은 1년이다. 중소기업단체도 ‘대·중소기업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동반위에 적합 업종의 합의 도출을 신청할 수 있고 기간 또한 1년으로 같다. 

동반위는 실태조사와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적합 업종 추천의견을 제시하거나(생계형 적합업종) 적합 업종 합의 도출과 사업조정(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중기부에 제출한다.

문제는 심의·지정 기간이 법 규정과 따로 논다는 점이다. 동반위의 실태조사 기간이나 중기부의 지정기간은 강제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1년을 넘긴다 해도 적합 업종 관련 업계에서는 결론이 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중고차매매업종의 경우 지난 2019년 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청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에 중소기업적합업종 신청을 한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의 관계자는 “카카오나 T맵은 모든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1년이란 시간이면 시장을 초토화시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며 “중소기업의 영역을 보호한다는 제도의 취지에 맞게 관계 당국이 심의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반위는 대리운전 업종이 신청 후 2개월이 지난 7월에서야 시장조사에 착수했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오는 5일 적합업종의 심의 기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있다. 동반위의 한 관계자는 “적합업종 여부를 판단하기까지도 몇 개월이 소요될지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진행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적합업종 심의기간의 장기화로 소비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고차업계의 관계자는 “적합업종에 지정되면 소비자 서비스 확대, 중고차 시장 투명성 강화 등 업계 발전을 위해 할 일이 많은데 적합업종 지정이 늦어지면서 모든 사업이 정지된 상태”라며 “이렇게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소비자들의 불편함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의·지정 기간에 대한 불만은 소상공인과 중기뿐 아니라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동반위에 적합업종 신청만 들어와도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는 사업 확장은 물론 신규투자에 나서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적합업종 신청에 걸린 업종의 한 대기업 관계자는 “관련 업계에서 적합 업종을 신청하면 동반위로부터 사업 확장의 자제를 요청받는 등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점이 많다”며 “결정이 늦어질수록 기업 입장에서도 사업의 방향을 잡기 어려워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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